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HAS May 11. 2023

다정함이 지나치게





오랜만에 만나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던 진서를 데리고 자려던 산하는 한 번 같이 자게 되면 잘 때마다 엄마를 찾게 될 거라는 말에 준서 방에 이부자리를 펴고 진서를 재우기로 했다.  

지난주에 이어 주말에 다시 같이 생활을 하게 되면서 찬영은 준서 침대를 이층 침대로 바꾸거나 진서 침대를 하나 더 들여놔야 하는지에 대해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찬영은 두 아이를 모두 재우고 조명 등 하나만 켜 놓고는 방문을 닫고 나왔다. 진서 혼자 잘 때는 항상 문을 열어 놓지만 준서가 같이 자고 있기 때문에 걱정 없이 문을 닫을 수 있었다. 



찬영이 아이들을 재우는 동안 산하는 거실을 정리하고 문단속까지 끝내고는 안방 침대 밑에 찬영이 잘 수 있도록 이부자리를 펴고 있었다. 안방으로 들어온 찬영은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산하를 뒤에서 살포시 안고서는 그대로 같이 침대 위에 앉았다. 


"이불만 내어 놓지 힘들게 뭐하러 직접 해요"


"오늘 한 일도 별로 없는데 이 정도는 해도 돼요. 

그리고 낮잠도 푹 자서 이제 괜찮아요"


"산하 씨 주량이 많이 약한 가 봐요. 

소주 반 병 정도 마신 거 같은데 차에서 못 일어난 거 보면"


"소주는 오랜만에 마셔서 그럴 거예요. 

준서 낳은 후로 처음 마신 거 같아요"


"다음부터 나 없으면 술은 마시지 말아요. 

그 정도 주량이면 택시도 지하철도 위험할 거 같아요"


자신을 걱정하는 말에 산하는 말간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오랜만에 마셔서 그랬는지 취한지도 몰랐어요"


찬영은 산하 허리를 가볍게 당겨 안으며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그녀에게서 나는 체향을 맡으며 천천히 호흡했다. 


"노트북까지 가지고 온 거 보니까 일이 많아요?"


"다음 주 일정 확인하는 거였어요. 산하 씨 없으니까 일이나 열심히 하려고요"


"너무 무리해서 하지는 말아요. 운동 열심히 해도 매일 야근하면 몸도 지쳐요"


"알았어요. 적당히 열심히 할게요"


찬영은 애정이 담긴 잔소리에 대답을 하고는 목덜미에 입술로 꾹꾹 도장을 찍듯이 입맞춤을 했다. 

산하는 자신을 잡고 있는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산하 씨, 지금 입고 있는 옷 자주 입는 거예요?"


"집에서 자주 입는 옷인데 왜요?"


"들어오면서 산하 씨 봤을 때 다른 사람인 줄 알고 놀랐어요"


"칭찬이에요?"


"칭찬이에요. 옷에 따라서 분위기가 매번 달라지는 거 같아요. 

오늘은 소개팅 나온 대학생 같은 느낌이었어요. 

머리 올린 건 나 보라고 한 거죠?"


달달한 칭찬 섞인 말에 산하가 말갛게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어리고 예쁘게 봐줘서 고마워요"


"나 보라고 이렇게 예쁘게 한 거니까 많이 봐줘야 하겠네요"


찬영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 무릎 위에 있는 산하를 품으로 꼭 끌어안고는 뒷 목에서부터 목덜미를 지나 어깨 선 끝까지 천천히 입맞춤을 했다. 산하는 자신을 꼭 안고 있는 손 위에 제 손을 올리고서는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애정을 듬뿍 받았다.  



나란히 침대에 누워 그의 품에 안긴 산하는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는 손길을 느끼면서 잠이 들었다. 일정하게 뱉어지는 숨소리를 들고 있던 찬영도 피곤했는지 어느샌가 잠어 두 사람은 미동도 없이 그 자세로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잤다. 





함께 잠든 두 사람 중 찬영이 먼저 눈을 뜨고는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보고는 지난밤 기억을 되돌려 보았다. 품에 안은 산하를 재우면서 피곤했던지 자신도 그대로 잠이 든 듯했다. 

눈을 뜨자마자 품에 안긴 그녀를 보니 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이 들기도 했지만 산하를 품에 안고 숙면을 해서 그런지 컨디션이 무척이나 좋았다.  

옅은 숨을 쉬며 자는 얼굴 위에 붙어있는 머리카락들을 조심스럽게 쓸어 귀 뒤로 넘겨주고는 이마에 꾹 입맞춤으로 도장을 찍으면서 제 표식이라는 생각에 흡족해하고는 그녀가 더 잘 수 있도록 조용히 일어나 샤워를 하기 위해 안방 욕실로 들어갔다.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아 베스 타월로 하반신만 가린 채 욕실 문을 열고 나오니 언제 일어났는지 산하가 이불을 정리하다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서 하반신에 타월만 걸치고 상반신을 탈의 한 찬영을 보게 되었다. 농염하고 짙은 스킨십은 했어도 벗은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라 그녀는 그의 몸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찬영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산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갈아입을 안 가지고 들어가서...."


"아,  제가 가지고 올게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나긋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산하가 드레스룸에 있는 옷을 가지러 나가려고 몸을 돌리자 찬영이 그녀 손을 잡아 천천히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이제 산하 씨 건데 더 봐도 되고, 만져 보고 싶으면 만져도 돼요"


아침부터 은밀한 농담을 하는 그를 새초롬한 눈빛으로 흘겨보았다.


"진짜 내 거 되고 나면 많이 보고 많이 만질게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들은 찬영이 환하게 웃으며 품에서 빠져나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찬영이 안방 문을 여니 산하가 갈아입을 옷을 건네주었다. 


"갈아입고 나와요. 커피 내리고 있을게요"


자신과 눈을 마주 치치 않으면서 얘기하고 있는 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침부터 위험한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고마워요. 입고 나갈게요"


산하는 안방 문을 닫고 주방으로 향했다. 



옷을 입은 찬영이 주방으로 나와 아침 준비를 하는 산하 허리를 살포시 안고는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저 아직 안 씻었는데..."


"안 씻어도 예뻐요. 

안을 때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허리가 많이 가늘어요."


"제 키에 이 정도면 많이 마른 건 아니에요. 그냥 조금....""


가벼운 입맞춤 후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지분거리자 산하 목소리가 끊어졌다.


"처음엔 그냥 마른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아 보니까 예상과 달리 탄탄한 거 같아요"


찬영은 얼굴과 목덜미에 자잘한 입맞춤을 하면서 안방에서부터 이어지는 은밀한 말들을 하면서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산하는 짙어지는 스킨십에 커피가 다 내려진 것을 보고는 커피를 잔을 따른 후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풀어 내고는 그 손에 커피 잔을 들려 주었다. 


"아침부터 폭풍 칭찬 너무 고마워요. 

소파에서 천천히 마시고 있어요. 저도 씻고 올 게요"


커피 잔을 손에 든 그는 작게 웃으면서 그녀 입술에 쪽 소리가 나는 입맞춤을 하고는 놓아주었다. 




욕실에서 세수를 하던 산하는 거울에 보이는 제 얼굴을 보고 있었다. 아침부터 귀에서 꿀이 흐를 만큼 달달한 칭찬과 은밀한 애정 표현을 해대는 찬영 때문에 얼굴빛이 붉어진 게 왠지 생기 있어 보였다.


찬영은 외부에서 모습과 자신이나 아이들에게만 보이는 모습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회사에서 그는 신중하고 진중한 모습을 많이 보이는 반면 자신과 있을 때는 부드럽고 다정함이 지나치게 많은 아주 로맨틱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직까지 의견 충돌이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연애를 하면서 다정하고 로맨틱한 그를 자신만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샤워를 하고 거실로 나오니 준서와 진서가 일어나 거실에서 찬영과 함께 있었다. 

산하는 서둘러 아침 준비를 마무리 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안방에서 나오는 산하를 본 찬영은 준서에게 진서랑 놀고 있으라고 말하고는자신도 주방으로 갔다.  


진서와 준서가 먹을 꼬마 김밥을 만드는 산하 옆에서 찬영은 아이들이 꼬마김밥과 같이 먹을 미소 된장국을 인덕션에 올린 후 산하가 미리 재워 놓은 불고기를 볶아서 어른들이 먹을 덮밥을 만들었다. 

찬영도 그렇지만 진서나 준서 모두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산하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잘 먹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찬영은 준서와 함께 인라인 연습을 위해 공원으로 나가고 산하는 진서를 목욕시킨 후 거실에 베스 타월을 깔아 놓고 그 위에 눕혀 팔, 다리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마사지를 받아서인지 진서는 아주 기분 표정을 지으면서 산하에게 몸을 맡겼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준서와 찬영은 같이 목욕을 하고 더위에 지친 몸을 쉬게 하려고 진서가 마사지받고 있는 거실 바닥에 누웠다. 

산하는 진서에게 해주던 마사지를 서둘러 마무리하고는 망고 에이드를 만들어 찬영과 준서에게 하나씩 주고 진서에게는 잘게 자른 망고를 그릇에 담아 주었다.  많이 더웠는지 음료수를 한 번에 다 마신 준서는 다시 거실 바닥으로 몸을 뉘었다. 


"밖에 날씨가 많이 더웠나 봐요"


"햇볕이 많이 뜨거웠어요.  해가 뜨거워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이 없더라고요"


산하가 거실 바닥에 누워 쉬는 준서 머리카락을 쓸어 주니 진서도 그녀 무릎 위에 앉아 준서 머리카락을 만져 주었다. 


"진서야 엄마한테 계속 안기면 다음부터 안 데리고 올 거야"


진서가 아빠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발사하더니 다리에서 내려와 바닥에 앉았다. 그런 진서가 귀여워 그녀는정수리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아빠를 그렇게 무섭게 보면 얼굴 못 생겨지니까 다음부터 그러면 안돼" 


꾸중 아닌 꾸중을 들으면서도 진서는 산하로부터 받는 따뜻한 애정표현에 기분이 좋은지 그녀 가슴에 머리를 비비면서 떨어지지 않았다. 산하는 진서를 다시 다리 위에 앉히고는 안아 주었다. 

찬영이 산하에게 다시 안긴 진서 볼을 살짝 튕겨 주었다. 


"출장 준비는 내일 퇴근해서 할 거죠?"


"그럴러 고요.  내일 회사에서 가지고 와야 할 자료들도 있고 해서요"


"준서는 일주일 동안 할머니 집에 가 있는 거예요?"


"네"


바닥에 누워 쉬고 있던 준서가 어느새 잠이 들어 찬영이 준서를 방으로 데려가기 위해 일어났다. 



"더운데 운동해서 피곤했나 보네, 방에 가서 자자"


준서를 안고 선 방으로 데리고 가 침대에 눕혀 이불을 덮어 주고는  에어컨을 살짝 틀어주고는 방문을 살짝 열어놓고 거실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은 후 찬영은 산하 무릎 위에서 내려 올 생각이 없는 진서 때문에 그녀가 남은 시간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예정보다 일찍 집으로 가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자 아빠와 집으로 가는 진서 표정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지만 찬영은 모른 척했다.  

이럴 때면 찬영은 회사에서 보이는 모습을 딸에게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산하는 찬영이 서둘러 가는 이유를 알기 때문에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진서에게 다음에 또 놀러 오라는 말을 했고 준서도 다음에 또 같이 놀자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전 04화 동상 일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