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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HAS May 11. 2023

동상 일몽




따뜻한 말에 촉촉해진 눈빛으로 그와 눈을 마주 치차 찬영은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  

산하는 자신에게서 떨어지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눈을 마주 보며  다시 입술을 맞추었다. 

찬영은 고개를 살짝 틀어 조금 더 깊게 그녀 입술을 탐하면서 작고 가는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냥 바라만 봐도 가슴 뛸 듯 예쁜 모습인데  이렇게 촉촉하고 은밀한 눈빛으로 입맞춤을 해오는 그녀는 청초함 속에 유혹미가 더해져 제 안에 숨겨진 욕망이 꿈틀 되게 만들었다. 


점점 더 깊어지는 농밀한 입맞춤에 제 손이 그녀의 몸을 천천히 쓸어내리다 짧은 상의 안으로 들어가 가슴에 닿았다. 제 손을 가득 채우는 말캉한 감촉에 위험함을 알아차리고는 손을 조심스럽게 빼낸 후 맞붙어 있는 입술에서 얼굴을 물리고는 그녀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조금 전 보다 더 매혹적이고 몽환적이었다. 

짙은 입맞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그녀 얼굴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맞춤을 하고는  몸이 밀착될 만큼 꼭 끌어안아 부드럽게 몸을 쓸어내리면서 뛰는 심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찬영에 품에서 안겨있던 산하가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귀에 일정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제 품에서 잠든 그녀를 본 찬영은 산하를 침대에 편하게 눕혀주고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친구들과의 게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준서를 기다리면서 어머니에게 연락해 준서랑 같이 점심쯤 도착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께서는 점심 준비하고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시고는 전화를 끊었다. 


열 한시 반쯤 되니 준서가 게임이 끝나서 거실로 나와 가볍게 짐을 챙겨서 찬영은 부모님 집으로 출발했다. 

차 안에서 찬영은 준서가 집에서 만날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는 주무시는 거예요?"


"응,  아저씨 집에 가면 할머니랑 할아버지 계시는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저도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지내잖아요"


"다행이네, 여기서 얼마 안 걸려서 금방 도착할 거야"


부모님 댁에 도착한 찬영이 준서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서니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진서가 가장 먼저 반갑게 맞았다.


"오빠"


"진서야, 안녕?"


"안녕"


진서와 인사를 한 후 찬영 어머니에게도 예의 바르게 인사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최준서라고 합니다"


"진서한테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반갑네 얼른 들어와. 

점심 전이지?"


"네"


찬영이 준서와 진서를 데리고 거실로 들어오면서 대답을 했다. 


"진서랑 놀고 있어 점심 먹으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해"


"네"


찬영이 준서에게 잠시 쉬고 있으라고 말하자 거실에서 진서가 하고 있던 퍼즐 맞추기를 본 준서는 퍼즐 맞추는 것을 도와주겠다면서 같이 앉았다.


서재에 계셨던 찬영 아버지는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 나오셔서 준서를 만났다. 

외가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했던 준서는  두 분에게 스스럼없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진서랑 놀았던 일에 대해서도 조곤 조곤 말하면서 식사를 이어갔다. 어른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준서를 보면서 찬영은 확실히 또래보다 어른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서와 준서가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반찬들을 챙겨 주었다. 


바둑과 체스를 배워할 줄 안다는 준서 말에 찬영 아버지는 자신과 한 판 두자며 거실에 판을 벌이셨다. 

준서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해 보겠다면서 할아버지 건너편 자리 앉았다. 

바둑을 두는 동안 나이에 비해 꽤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준서를 찬영 아버지는 찬찬히 바라보았다. 

나이 답지 않게 인내심도 좋고 지구력도 있어 보이는 것이 어릴 적 찬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준서는 바둑을 누구한테 배웠어?"


"저희 할아버지한테 배웠어요, 저희 할아버지도 바둑을 많이 좋아하세요"


"오! 그렇구나.  저기 진서 아빠는 바빠서 할아버지랑 바둑 둘 시간이 없는데 준서가 가끔씩 할아버지랑 바둑 두러 오면 좋겠다" 



두 시간이 넘게 걸린 경기에서 준서가 지기는 했지만 바둑 실력이 꽤 좋은 아버지를 상대로 몇 집으로 차이로 진 준서가 대견했던 찬영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준서 화장실 갈 거면 아저씨가 데려다줄게"


준서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찬영과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찬영은 화장실 앞에서 준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서 바둑을 굉장히 잘하네, 아저씨보다 잘하겠는 걸"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하시는 거 봐서 일찍 배웠어요. 

많이 잘하는 건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이기셨잖아요"


"너랑 할아버지가 바둑을 둔 시간을 넣어 계산하면 오늘 경기는 네가 이긴 거나 같아.

그리고 이런 게임은 지고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아"


준서는 잘한다는 말이 쑥스러운지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런 준서가 귀여운 찬영은 붉어진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기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거야. 

열심히 해서 결과가 좋은 면 가장 좋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가 나쁠 때도 있으니까 속상해할 필요 없어. 

특히 너 같은 어린이가 결과에 연연하는 건 좋지 않아. 

아저씨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네, 엄마도 매번 그렇게 얘기해요.

유치원에서 상 못 받아도 된다고 말해 주기도 하고"


"좋은 엄마네"



거실로 가면서 찬영은 준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서는 준서가 할아버지와 바둑을 하는 동안 소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저씨 서재에 컴퓨터 있는데 게임할 거면 데려다줄게"


"아니에요, 게임은 친구들이랑 약속한 것만 해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찬영은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준서에 말에 게임보다 책을 많이 읽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고는 거실에서 자고 있는 진서가 일어날 때까지 이층 서재에서 책을 보기로 했다. 


찬영 부모님은 이층으로 올라가는 준서와 찬영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셨다.


"준서가 머리도 좋고 성격이나 인성도 바르게 잘 자란 거 같아요"


"바둑 두는 실력도 또래에서 상위 일프로에는 들 것 같아"


"그럼 엄청 잘하는 거잖아요. 진서가 왜 그렇게 오빠를 찾았는지 알겠네요"


"한참을 생각해 봤는데 찬영이 어릴 적이랑 많이 닮은 듯 해"


"당신도 그 생각했구나 나도 그 생각했는데...

둘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거 보니 아빠랑 아들이라고 해도 되겠어요"


찬영 부모님은 준서를 보고 나니 준서 엄마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제 식당에서 찬영과 함께 들어가는 준서 엄마를 본 아버지는 다시 생각해도 너무 어려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나이가 몇인지 궁금해졌다. 



이층 서재에는 다양한 책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과학 관련된 책을 꺼낸 준서는 서재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기 시작했다. 

중학생 이상 되어야 읽을 만한 책인데 아직 초등학교 입학하지도 않은 준서가 집중한 채 읽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찬영도 책상에 앉아 다음 주에 진행할 업무를 미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찬영에게 안긴 채 잠이 들었던 산하는 오후 한 시가 넘어서야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가니 찬영과 준서 모두 보이지 않았고 식탁 위에 메모가 눈에 띄었다. 


'준서랑 진서랑 부모님 댁에서 놀다 여섯 시쯤 올게요, 점심 챙겨 먹어요'


잠을 깨기 위해 간단하게 씻은 산하는 아침에 찬영이 사다 놓은 음식들을 꺼내 늦은 점심을 서둘러 마치고 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음이 들리고 난 후 바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하 씨, 푹 잤어요?"


"네, 잘 잤어요"


"점심은 먹었어요?"


"방금 먹었어요. 찬영 씨 덕분에 편하고 맛있는 점심 먹었어요"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요. 준서 지금 할아버지랑 바둑 두고 있어요"


"그래요?"


"오늘 할아버지가 준서 덕분에 재밌는 시간 보내고 계시는 중이에요"


"하하하,  진서는요?"


"준서 옆에서 놀고 있어요"


"걱정과 달리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준서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요 어딜 가더라도 반듯하게 잘할 거 같아요.

저녁 걱정도 하지 말고 쉬고 있어요. 이따 시간 맞춰서 갈게요"


"네, 이따 봐요"



낮잠에서 일어난 진서가 준서를 찾아 이층 계단을 올라오면서 '오빠'를 연신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준서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는 서재 문을 열었다. 찬영은 책상에서 그런 준서를 조용히 바라보았고 서재 문을 열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오빠를 발견한 진서는 신이 나서 달려와 손은 잡고는 레고를 만들자고 하고는 같이 일층으로 같이 내려갔다. 


서재에서 업무를 보던 찬영이 여섯 시가 되자 노트북을 덮고는 일층으로 내려와 어머니를 찾았다.  


"애들이랑 나갈 거라 저녁은 두 분이서 드셔야겠어요"


"저녁 다 돼서 애들 데리고 어디를 가려고?"


"준서 집에서 저녁 먹기로 했어요, 

저랑 진서는 자고 내일 올 거예요"


저녁을 먹기 위해 애들을 데리고 나간다고 하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그 집에서 다시 자고 온다는 말을 하고 외출 준비를 하는 아들을  어머니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찬영은 준서와 진서에게 집으로 가자고 말하고는 서재에서 준서가 읽던 책을 가지고 와 집에 가서 마저 다 읽으라며 가방에 넣어주고, 진서가 필요한 물건 몇 가지도 챙겨 가방에 넣고는 준서 가방과 함께 현관 앞에 내려놓았다. 


"준서야 할아버지한테 간다고 인사하고 집에 가자. 진서도 할아버지한테 인사하자"


찬영이 준서, 진서를 데리고 일층 서재 문을 두드리고는 문을 열었다. 


"아버지, 애들 데리고 나가요"


"다 저녁에 어딜 가려고?"


"준서 집에서 저녁 먹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 애들 데리고 가면서 운전 조심하고"


"네, 어머니랑 저녁 드세요"


"알았다. 어서 가 봐"


부모님  배웅을 받은 세 사람은 차를 타고 산하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출발했다.  


준서와 진서를 데리고 나가는 찬영을 보면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늦었지만 진짜 연애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기분 좋은 동상 일몽에 빠지셨다. 





점심을 먹고 찬영과 통화를 한 산하는 청소와 빨래를 서둘러 마치고 거실에 카펫을 깔아 진서가 놀 수 있도록 준비했다. 

여름이 시작되었는지 제법 날씨가 더워 에어컨을 틀어 실내 온도도 아이들이 생활하기 적당하게 맞추어 놓은 후 준서와 진서가 저녁 먹기 전에 간단하게 먹을 간식도 만들어 놓았다. 


집에서 화장을 하지는 않지만 옷과 머리만큼은 깔끔하게 하고 있는 것을 선호하는 산하는 더워진 날씨에 세미 크롭 티셔츠에 얇은 롱 스커트를 입고 긴 머리카락은 시원하게 올림머리로 올렸다. 


찬영과 아이들이 도착했는지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산하가 현관으로 마중을 나가니 준서와 진서가 손을 잡고 현관을 들어서는 중이었다. 


"엄마"


진서가 산하를 보자 큰 소리로 부르며 다가오자 산하는 진서를 품에 안아 올렸다. 


"진서 오랜만이야,  준서도 잘 놀고 왔어?"


"응"


마지막으로 집안으로 들어 선 찬영이 진서를 안고 있는 반대편 얼굴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아침보다 얼굴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덕분에 잘 쉬었어요. 안 힘들었어요?"


"준서가 진서랑도 놀아주고 할아버지랑도 놀아주느라 피곤하고 나는 무척 편했어요"


오늘 하루 고생한 준서를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찬영이 말했다.

준서는 제 방으로 가서 찬영 집에 갈 때 가지고 갔던 물건들을 꺼내 제자리에 올려놓고는 그가 준 책을 가방에서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진서는 산하 품에 안겨서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는 먹기 편하게 잘게 자른 컵 과일을 받아 들고는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  


"찬영 씨도 과일 줄까요? 저녁 먹으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하잖아요"


"나는 괜찮아요. 이건 준서 갔다 주고 올게요. 

무거운데 진서 이제 내려놔요. 

진서 먹을 때는 소파나 의자에 앉아서 먹어야지"


내려오라는 아빠 말에도 진서는 듣지 못한 척 산하에게 그대로 안겨 있었다. 


"아직은 괜찮아요"



네 사람의 저녁도 찬영 친구가 집으로 음식을 보내 주어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다.

아침에 찬영이 주문한 음식을 찾으러 가면서 저녁 식사까지 미리 주문을 하고 왔다고 한다. 

산하는 자신 때문에 아침부터 하루 종일 바빴을 찬영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준서는 찬영이 준 책을 읽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고 오랜만에 산하를 만난 진서는 산하 옆에 붙어서 어린이용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뒷정리를 마친 찬영도 산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노트북으로 새로 들어온 메일을 확인하면 중간중간 그녀 얼굴을 보면서 컨디션을 체크했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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