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HAS May 11. 2023

나를 좋아하는 마음





회식 장소의 주차장을 빠져나온 찬영의 차는 도로를 한참 달리다 신호 대기 중에 있었다. 


산하는 술을 마셔서 그런지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오월 여름이라 겉 옷 없이 얇은 시폰 소재 원피스를 입고 있는 모습에 자꾸 눈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찬영은 뒷 자석에 있는 자신의 슈트 재킷을 가져다 산하를 덮어 주었다. 

자신의 차에서 잠든 산하를 보니 음습한 마음이 끌어 오르기도 했지만 너무 편하게 자고 있어 깨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산하 집 앞에 도착해 지상 주차장에 주차를 한지 한참이 되었지만 산하가 아직 일어나지를 않아 조금 더 재우기로 하고는 보조석 등받이를 뒤로 살짝 눕혀 주었다. 무방비 상태로 잠든 산하를 보던 찬영은 그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가 롱 원피스라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뒷 자석 창문을 살짝 열어 놓은 찬영은 서류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인사 팀장이 보낸 메일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인사팀 파일을 찬영이 다 확인할 때까지도 산하가 일어나지를 않자 그는 그녀를 안고 집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운전석에서 내려 자신의 재킷을 덮고 있는 산하를 그대로 안고 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찬영은 산하를 안고 현관문으로 들어가다 준서와 마주쳤다. 찬영과 눈이 마주친 준서는 깜짝 놀라 그대로 서있다가 그에게 안겨 있는 엄마의 신발을 벗겨 주었다. 

찬영은 일단 산하를 안고 안방으로 가 침대에 뉘인 후 이불을 덮어 주고는 거실로 바로 나왔다. 


"준서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지금 자고 있을 시간인데"


"아.. 게임하다 시간이 지났어요"


"잘 시간에 게임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엄마가 알면 혼날 텐데"


"그러니까요 엄마는 못 보고 아저씨가 봤으니까 비밀로 해주세요"


"허.. 처음이니까 비밀은 지켜 줄게 대신 다시는 잘 시간 지나서까지 노는 건 안돼. 약속해"


"네"


준서는 찬영과 새끼손가락을 걸고 복사까지 하면서 약속을 했다. 


"가서 침대에 누워있어, 아저씨 손만 씻고 갈 테니까"


"네"


준서가 방으로 들어가고 찬영은 욕실에 가서 손을 씻고는 준서를 먼저 재우기 위해 준서 방으로 향했다. 



"어린이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엄마가 회사일로 바빠서 늦는다고 너도 늦게까지 놀고 그러면 안돼 알지?"


"네"


준서는 일곱 살 인생 처음으로 찬영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가 이번 주에 바빠서 얼굴도 제대로 못 봤겠네"


찬영이 머리를 만져주자 준서는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잠깐씩은 봤어요. 

오늘 회식이라고 들었는데, 엄마가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


"많이는 아니고 조금 마셨는데 오랜만에 마셔서 그랬는지 차에서 잠들었어"


"아저씨는 안 마셨어요?"


"응, 차를 운전해야 하니까 안 마셨지"


"아저씨가 엄마를 데리고 와서 다행이네요. 안 그랬으면 지하철에서 잠들었을 거잖아요"


"엄마가 아저씨 차 여서 마음이 편해서 잠들지 않았을까"


준서는 찬영의 말이 맞다는 듯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많이 늦었어, 준서도 얼른 자"


"아저씨도 피곤하겠어요. 힘들면 여기서 주무세요"


"하하하, 고맙지만 아저씨 집이 가까워서 괜찮아. 준서 마음은 잘 받을게"


찬영이 자신에게 자고 가라는 준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니 늦게까지 놀아서 그런지 금방 잠이 들었다.  찬영은 준서 이불을 다시 한번 정리해주고는 산하가 잠든 안방으로 향했다.



산하는 자신이 눕혀 놓은 상태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이불을 걷어내고 자신의 재킷을 산하의 몸에서 분리하니 얇은 시폰 원피스 안으로 그녀의 몸 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술 마시고 자고 있는 사람은 건드는 게 아닌데 자고 있는 모습마저도 예뻐 보여 자신의 입술을 내려 입맞춤을 하고는 얼른 이불을 다시 덮어 주었다. 


안방 욕실로 들어가 핸드 타월에 미지근한 물을 묻혀서는 자고 있는 산하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마신 술이 어느 정도 내려갔는지 얼굴에 붉은 기운은 많이 사라졌다.  

잠시간 그녀가 잠든 모습을 더 본 후 일어나 방문을 닫고 나와 집을 나서기 전  준서 방도 다시 확인하고 문단속까지 마치고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침대에서 자고 있던 산하는 불현듯 잠에서 깨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찬영의 차에 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는 기억에 없다. 

차에서 잠든 것 같은데 어떻게 집에 왔을까 생각하다 찬영이 자신을 안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는 머리를 흔들 던 그녀는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찬영이 안고 올라와 침대에 눕히는 것도 몰랐다는 것이 미안했다.  한참을 베개와 씨름하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씻기 위해 안방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얼굴에 화장기가 없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하... 얼굴도 닦아 줬는데 모르고 잠만 자고 있었구나'


샤워를 마치고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인 산하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에게 전화를 하기로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산하를 재우고 집으로 돌아온 찬영은 오늘은 자신의 집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번 주 내내 야근으로 몸이 힘들었던지 자신의 차에서 집 침대까지 옮기는 동안에도 산하는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처음 본 산하는 여리여리하게 아담해서 마르고 약하다는 생각이었지만 그녀를 안았을 때 느낌은 탄탄하게 잔 근육이 있는 몸이었다. 일주일 야근으로 피곤에 지쳐 잠든 모습을 보니 보약을 먹여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산하는 새벽에 잠시 깨었다 다시 잠든 후로는 깨지 않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잠에 취해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출장 가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듯해서 운동도 포기하고 모자란 잠을 더 자고 있는 중이다. 

준서는 엄마보다 먼저 일어나 간식을 챙겨 먹고는 엄마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면서 거실에서 티브를 보고 있는데 도어록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 현관으로 나가니 찬영이 무언가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준서 일찍 일어났네, 엄마는 아직 안 일어나셨지?"


"네"


"준서 배 안 고파?"


"일어나서 우유랑 빵 먹어서 지금은 괜찮아요. 아침 일찍 웬일이세요?"


"엄마 피곤해서 못 일어났을 거 같아서 너랑 엄마 아침 먹이러 왔어"


준수는 찬영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찬영과 함께 주방으로 들어가 그가 들고 온 것들을 정리하는 것을 바라보았고 찬영은 그런 준서를 보면서 웃었다. 


"일단 냉장고에 넣어 놓고 아저씨 엄마 보고 나올 테니까 놀고 있어. 여덟 시 되면 아침 먹자"


"네"


찬영은 준서가 거실로 가는 것을 보고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자고 있는 산하를 보니 새벽에 옷을 갈아입었는지 잠옷을 입고 잠들어 있었다. 

산하 옆으로 같이 누워 그녀의 목덜미 밑으로 팔을 넣어 팔 베개를 하고는 다른 한 팔로 그녀를 살며시 안았다. 샤워까지 하고 잠들었는지 그녀의 체향이 그의 건강한 욕망을 건드렸다. 


잠을 자는 산하의 목덜미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는 그녀가 깨기를 기다렸다.  


자고 있던 산하는 자신을 누르는 무게감과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호흡에 눈을 설핏 떴다.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안고 있는지 자신의 눈에 남자 팔이 먼저 보였다. 머리도 베개가 아닌 다른 것에 올려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새벽에는 보이지 않았던 찬영이 언제 왔는지 자신을 안고 있었다. 


"찬영 씨?"


산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던 찬영이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일어났어요? 너무 오래 자는 거 같아서 아픈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몸은 괜찮아요?"


"몸은 괜찮아요, 언제 왔어요?"


"방금 왔어요 새벽에 옷도 갈아입고 샤워도 했나 봐요"


"네,  차에서 잠들어서 미안해요. 깨우지 그랬어요"


"너무 깊게 잠들어서 그냥 안고 올라왔어요"


"무거워서 힘들었겠어요"


"산하 씨 정도 무게는 가볍게 들 수 있어요. 이번 주에 야근을 많이 해서 피곤했나 봐요"


"그러게요, 처음 경험하는 거라 힘들었나 봐요. 주말에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


"준서 일어나서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나가 볼게요.  여덟 시에 아침 먹기로 했어요. 

산하 씨도 피곤해도 먹고 다시 자게 씻고 나와요"


"고마워요. 씻고 바로 나갈게요"



산하와 아침 인사를 마친 찬영이 주방으로 향하지 티브이를 보던 준서가 자리에서 일어나 찬영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일어났어요?"


"응, 씻고 나오실 거야"


"회사가 엄청 바빴나 봐요. 엄마 맨날 야근한다고 전화했었는데"


"요즘 엄청 바빴어. 아저씨도 맨날 야근했어"


"아, 같은 회사에 다니니까 같이 바쁘네요"


찬영은 준서 말에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둘이 같이 바쁘네..."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준서의 말을 들으니 바쁠 때 두 사람이 같이 바쁘니 아이들 보는 것이 수월하지 않을 듯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찬영과 준서가 식사 준비를 하면서 대화를 하는 동안 산하는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나왔다. 


"엄마가 늦잠을 자서 준서가 먼저 일어났네"


"응, 엄마가 늦게 일어날 걸 아저씨가 알고 준서 아침 준다고 오셨데"


"그러게 아저씨가 무척 고맙네"


산하는 찬영이 준비한 아침을 식탁 위로 옮기면서 칭찬의 말을 건넸다.


"준서 와서 앉아"


준서가 의자에 앉고 찬영과 산하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떻게 준비했어요?"


"식당 하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아침에 가서 받아 왔어요. 

점심에 먹을 것도 냉장고에 넣어 놨으니까 따로 하지 말고 데워서 먹어요"


"어젯밤부터 신세를 너무 많이 지네요"


"내가 할 수 있어서 하는 거니까 신세 진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정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선물 주면 돼요"


선물을 달라는 말에 산하는 눈을 작게 치켜뜨고는 찬영을 살며시 노려보았더니, 찬영은 그런 산하에게 입 모양으로 '귀여워'라고 하고는 소리 없는 키스를 보냈다고 산하는 그런 찬영을 보면서 설핏 미소를 지었다. 


준서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반찬을 챙겨 주면서도 눈은 산하에게 가 있는 찬영을 보면서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자신이 보기에 아저씨는 엄마한테 너무 푹 빠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유치원에서 커플이 된 친구들이 하는 행동과 무척이나 비슷해 보였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찬영은 산하에게 방에 들어가 쉬라고 하고는 자신이 뒷정리를 했고 준서는 세수와 양치를 혼자서 하고는 친구들과 약속된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찬영은 준서에게 주말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하고는 친구들과 약속된 게임이 끝나고 나면 엄마가 혼자 쉴 수 있도록 자신의 집으로 가 진서와 놀고 저녁에 다시 집으로 오자고 이야기를 하자 준서는 흔쾌히 찬성했고 엄마에게는 찬영이 이야기하기로 했다. 



찬영은 준서가 친구들과 놀 수 있도록 산하가 쉬고 있는 안방으로 건너갔다.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서 노트북을 보고 있던 산하는 찬영이 들어오자 헤드셋을 벗었다. 

찬영은 침대 위로 올라가 산하 옆에 앉으며 노트북을 닫아 침대 아래오 내려놓았다.  


"준서는 조금 있다 친구들하고 게임 약속이 있데요.

그 게임 끝나면 준서 데리고 우리 집에 갔다가 여섯 시쯤에 애들 데리고 올 테니가 오후에는 혼자 푹 쉬어요"


"혼자서 둘을 보게요? 힘들 텐데 나도 그렇지만 찬영 씨도 매일 야근해서 피곤하잖아요?"


"나는 오래 해 봐서 몸에 익숙한데 산하 씨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다음 주에 출장도 가야 되는데 주말에 푹 못 쉬면 출장 가서 몸 아파요 그러니까 오늘은 푹 쉬어요. 

나는 본가에 일 봐주시는 분도 있고 부모님도 계시니까 괜찮아요"


찬영은 산하를 침대에 눕히고는 자신도 같이 누워 그녀를 품에 안았다. 


"출장 일정은 내일 저녁에 확인하고 오늘은 무조건 쉬어요. 앞으로 해야 할 일 많으니까 컨디션 조절 잘해요. 몸 관리 잘하는 것도 일 잘하는 만큼 중요한 거예요"


"알겠어요 그럴게요. 그런데 진서는 어떻게 하고 왔어요?"


"내가 매일 늦으니까 요즘은 본가에서 지내고 있어요. 나도 본가에서 잘 때도 있었고"


"토요일인데 아빠 찾는 거 아니에요? 나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어떡해요"


"조금 있다 준서랑 같이 갈 거니까 괜찮아요. 저녁에 애들 데리고 와서 자고 내일 갈게요. 괜찮죠?"


산하는 찬영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고는 찬영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찬영 씨한테 받는 게 너무 많아요"


"내가 해 주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그냥 기분 좋게 받아요. 

내가 산하 씨한테 받고 싶은 건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니까 산하 씨는 그것만 주면 돼요"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전 02화 술 마신 지금도 예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