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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썬제로 Mar 07. 2022

나는 해당 안 되는 매력 있는 여자의 특징


가끔 인스타 피드를 구경하다 보면 '이러저러한 사람들의 특징'을 정리해 놓은 글들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가 주관적인 생각을 근거로 사람들을 규정지어 놓은 것이라고 따져보았을 때 크게 믿음이 가는 글은 아니지만 일단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라 나도 모르게 클릭을 시도하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보기 싫지만 보게 되는 마법의 문장이 있는데 '남자들이 잊지 못하는 매력 있는 여자의 특징' 같은 것이다. 늘 금방 잊혀지는 것 같은 나로서는 자존심 상하는데 솔직히 궁금한 걸?


그렇게 10컷 이내의 사진으로 요약해 놓은 '매력 있는 여자'란 무엇인가를 읽어나가다 보니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들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게시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충 세 가지로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1. 잘 웃고 리액션이 좋은 사람

2. 자기 관리에 능한 사람.

3. 자존감이 높고 집착하지 않는 사람.


어찌 보면 성별을 떠나 사람으로서 매력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었다.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늘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며,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도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올곧은 사람. 문제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 잘 웃고 리액션이 좋은 건 나름 합격이다. 웃음 장벽이 낮은 탓에 시답잖은 얘기에도 깔깔거리며 과하다 싶을 만큼 반응할 때도 종종 있으니까. 


자기 관리에 능 한 사람이라. 매일 나가기 싫은 출근길을 꾹꾹 참아가며 제 밥그릇 간신히 챙기는 시답잖은 어른인 데다 다이어트는 매번 실패하지만 한 달에 한 권 이상의 독서와 한 달에 두 번 정도의 글쓰기를 실천하는 자기 계발 정도는 하고 사니 30% 합격이라고 해두자. 


문제는 '자존감이 높고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다. 즉 타인에게 집착 없이 자기 자신을 우선순위로 두고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이 매력적이라는 뜻인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아마 이 일기장은 시작되지 않았겠지. 


나는 주로 외로운 순간을 견디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사람이었고, 즐겁게 잘 놀고 나서도 뒤돌아섰을 때의 공허함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곁에 누군가가 없으니 혼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지만 또다시 옆자리가 채워졌을 때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보장이 없다. 


특히 그 어떤 이유가 존재한다고 한들 내가 외롭고 공허한데 연락이 뜸하거나 상대방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타나 주지 않는 것은 내가 가장 못 견뎌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그랬군. 나는 매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유치한 인스타 게시물이라고 해도 공감의 하트가 꽤 많이 눌려있는 걸 보니 괜히 양심이 콕콕 찔렸다. 




나는 게시물 내용을 곱씹어보며 남자든 여자든 함께 할 때 더 행복하고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사람은 역시 내면이 건강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반대로 생각해봤을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단단한 마음과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 훨씬 나은 것처럼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겠지. 


사람의 매력은 각각 다르고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부분도 각각 다르기에 꼭 이러한 사람만이 매력적인 인간이다 정의하는 건 옳지 않지만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타인에게 의지하기보단 자존감이 높은 편이 살기 편한 것 같다. 아직 나의 자존감은 낮기 때문에 겨우 누가 썼는지도 모를 저런 글들에 일일이 신경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고민하다 매력발산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밥을 아주 맛있게 먹으며 많이 먹을 줄 알고 혼밥도 잘한다. 이게 내가 가진 특징인데 누군가에겐 매력적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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