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브런치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가볍게 써 내려간 글.
모든 기대를 내려놓자는 마음가짐으로 대충 휘갈긴 글을 발행했으면서 앱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하트 개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는 찌질한 모습이란! 이게 바로 일기장을 두고 굳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쓰는 사람의 심리인가 싶다.
아마 앞선 글들에도 티가 많이 났겠지만, 난 늘 꾸준함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있다. 바쁘게 지내는 것과는 별개로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모순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왜 난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하지 못하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늘 줄 알았던 인내심과 지구력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되려 역치가 낮아진 것 같달까. 지향하는 바와 실생활의 괴리는 점차 나를 좀 먹어갔고, 너무나 쉽게 자기혐오로 이어졌다.
난 굉장히 바쁘게 산다. 욕심쟁이처럼 무엇 하나 놓지 않고 다 끌어안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참 많이도 한다. 언뜻 보기엔 부지런한 사람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정말 애매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들 사이에선 게으른 사람. 게으른 사람들 사이에선 부지런한 사람.
이런 나의 모호함이 정말이지 싫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곧 열등감이 되었다. 못 먹는 감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심보로 군 적도 많았다. 애초에 안될 거라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으니 될 리가 있나! 꾸준하지 못한 나를 위해 끊임없이 합리화의 핑계를 찾아야만 했다. 괴로웠다.
30대를 살아가며 이제는 진심으로 마음을 좀 고쳐먹고 싶어졌다. 새사람이 되겠다는 뜻보다는 이런 나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귀엽고 이쁘게 받아들여주고 싶었다. 이런 내 삶 안에서도 꾸준했던 혹은 꾸준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걸 찾아낸다면 내가 조금 더 사랑스러워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랑스러움을 발판 삼아 조금 더,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질러버리기까진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작은 마음먹기와 함께 걸음을 내디뎠다.
이 책의 마지막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다.
글이란 건 참 신기해서 한 글자가 적히는 순간 그 자체로 생명을 얻는다. 종종 느끼지만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조종하는 것 같다. 자리에 앉아 빈 화면을 보며 키보드에 손을 얹으면 그날의 글감이 나를 맞이하곤 한다.
그렇다 보니 애초에 쓰려던 글과는 전혀 상관없는 글이 나오기도 한다. 덕분에 메모장에만 묵혀지는 수많은 글 제목들... 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하고 싶다. 미안.
야무진 기획 하에 기승전결이 갖춰진 글을 쓰기엔, 아무래도 초보작가(도 아닌 지망생)의 한계가 있나 보다. 아무렴 뭐 어때. 때론 열등감이 최고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깐. 이왕 정기연재로 질러놓은 거 정해진 날짜에는 어떻게든 글을 써보는 걸로! 소위 말하는 망글 똥글이라도 적어보려고 한다.
앞으로의 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