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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괴 Dec 13. 2023

체력이 늘면 뭐가 달라져?

모든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반드시 체력을 기르세요.
체력만 좋아도 벌써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니까요!



정말 진심이 100톤쯤, 아니 그 이상 가득 담긴 말이다.


20대 후반부터 다시 시작했던 운동, 몇 년 간은 중간중간 공백기가 있기도 했지만 21년도 6월부터는 거의 쉬지 않고 매주 2~3회씩 해왔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악과 깡만 있었지 몸은 그냥 너덜너덜 종이인형이었다. 오랫동안 방치한 만큼 멀쩡한 곳이 없던 불쌍한 내 몸.


20대에는 그나마 남아있던 에너지로 극한의 스케줄을 견디곤 했다. 30대 진입 후엔 정말 달라졌다. 뭐라고 표현해야 적절할까... 그냥 체력이 달린다는 말이 절실히 실감 났다. 뭘 하려고 해도 몸은 젖은 솜덩이 마냥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절정에 달했을 땐 딱히 뭘 하고 싶다는 의욕조차 생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움직이는 게 너무 귀찮고, 누워서 뒹굴거리기만 해도 피곤해 잠들기 일쑤였다. (아, 발가락만 꼼지락 거려도 쥐가 났다.)


그때부터 주기적인 운동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꼈지만, 코로나 유행 초반에는 대중체육시설 이용이 매우 제한되었기 때문에 운동 습관을 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운동을 하지 않는 자의 핑계일 뿐(냉정하지만 사실이다). 지금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틈 나는 대로 운동을 찾아 하는 걸 보면 결국 의지의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중 야무지게 재미를 붙였던 필라테스 덕분에 운동 자체에 흥미가 생겼고(내 삶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필라테스), 운명처럼 요가를 만나게 된 후 삶은 더욱 많이 달라졌다. 체력이 많이 늘어난 지금은 남들보다 덜 지치고, 회복도 훨씬 빠르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회복 측면에서도 그렇다. 좌절과 우울에서 비교적 쉽게 빠져나온다. 어떨 땐 자고 일어나면 내가 슬펐다는 사실, 속상했다는 사실을 까먹는 경우도 있다.


행복도 더 쉽게 느낀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몸이 힘들 때 오감이 둔해지고 사고의 시야도 함께 좁아진다. 행복을 위한 단서가 주변 여기저기 흩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견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어 번번이 놓치기 마련이다. 반면 체력이 좋은 사람들은 주변의 단서들을 쉽게 찾는다. 멀리 떨어진 단서들은 원정을 통해서라도 찾는다. 체력적 여유는 자연스럽게 마음에도 여유를 가져다준다.


게임을 하다 보면 캐릭터의 최대 체력을 높일 수 있는 스탯 포인트나 아이템이 있다. 최대 체력이 높아지면 남들과 똑같이 얻어맞아도 더 오래 살아남는다. 그리고 벌어둔 시간 동안 회복을 하며 재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방어력을 높이거나 흡혈 기술 연마를 병행한다면 더 좋겠지만 가장 쉽고 기본적인 방어책은 좀 더 길게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살면서 늘 좋은 일만 있을 순 없고, 성공만 할 수도 없다. 모든 인생에서 불행과 실패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기에 우리는 아프고 괴로운 시간을 견디고 극복할 대비를 해야 한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좀 더 풀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재도전의 기회는 체력이 준비된 자에게 온다. 체력만 있다면 몇 번의 푸념을 거친 뒤에 언제나 새출발 할 수 있으니까.


우리의 정신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육체의 지배를 받는다. 견고한 육체에는 강한 의지가 뒤따른다. 그렇기에 남은 인생을 주도적으로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의 신체를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해야 할 무언가를 자꾸 미루게 되고, 생각에 비해 실행력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지금 내 몸이 그것을 소화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닌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운동은 초반 3~6개월이 가장 고비라고 생각한다. 물론 몸을 방치했던 시간에 따라 고비의 시간이 1년을 넘을 수도 있다. 이 기간은 몸이 쓰임을 기억하고 익히는 시간이다. 아프고 힘들고 귀찮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견뎌야 한다. 근육의 움직임이 익숙해질수록 모든 것이 수월해진다.


많은 성장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진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할 것이다. 지루하고 고된 정체기를 견디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안되던 동작이 되고, 힘들던 자세를 너무나 쉽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운동이든 꾸준히만 하면 체력은 붙는다. 심지어 숨쉬기 운동도 정말 각 잡고 복식호흡으로 제대로 연습하면 그조차도 도움이 된다. 어떤 인연이든 이 글을 보게 된 분 중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분이 있다면 현재 나이가 어떻든, 상황이 어떻든, 유튜브에 나와있는 간단한 기초 스트레칭 영상부터 따라 하는 것만이라도 좋으니 꼭꼭 운동을 시작해 보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배경 사진: Unsplash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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