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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일기

말의 무게

by 박소망 Feb 24. 2025

바로 어제, 한 카페에서 들려온 대화 한 토막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손님이 예약한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리 변경을 요청하는 장면이었죠. "기껏 예약해 놨는데 좁은 자리라니요. 여기 창가 넓은 자리로 바꿔주시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손님의 목소리에서 서운함과 당혹감이 묻어났습니다.


그 순간, 저는 ‘기껏’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껏’이라는 말은 ‘힘이나 정도가 미치는 한 열심히’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분 만에 끝나는 네이버 예약 과정에 과연 ‘기껏’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의 노력이 들어갔을까요? 이 말을 들은 직원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상대방이 정성을 다해 제공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껏’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을 때, 그 말이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기껏 열심히 공부했는데 점수가 이것밖에 안 나왔어요." "기껏 준비했는데 발표에서 실수했어요." 이처럼 ‘기껏’이라는 말은 종종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불만과 아쉬움을 표현하는 데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 말을 쓰는 순간,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변의 노력까지 폄하하는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말의 힘을 간과합니다. 하지만 단어 하나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신중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말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기껏’이라는 단어 하나로 인해 누군가는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 깊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리 아이들이 긍정적인 언어를 통해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저부터 말의 무게를 다시금 새겨보려 합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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