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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 보니 하노이까지 와버렸습니다.

Xin chào, Cảm Ơn!

by 승띵 Mar 22. 2025
하노이에 유명한 호암끼엠 호수라고 있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달리기를 한대


 베트남 사파 여행을 마치고 하노이에 도착했다. 슬리핑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인파와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나를 반겼다. 격렬한 환영식에 본능적으로 발걸음이 빨라졌다. 하루 3만 원도 안 하는 미친 가성비 숙소가 얼른 눈앞에 나타나기만을 바랐다.


 그날 저녁 하노이 올드쿼터(Old Quarter)를 구경했다. 기대 이상으로 활기찬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어릴 적 가족들과 구경했던 동네 야시장이 떠올랐다.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시끌벅적 정신없는 와중에도 러닝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러닝이 유행이긴 한가보다.


 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여름이 좋은 이유는 따로 운동복 챙길 필요가 없다. 나에겐 운동복이 잠 옷이고 잠 옷이 운동복이기 때문이다. 해가 더 뜨기 전에 운동화를 신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달리기 하는 날은 징크스처럼 머리가 아프다. 약간의 편두통이 느껴졌지만 호암끼엠 호수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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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운동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밥 먹는 사람, 출근하는 사람 등 꽤 많은 사람들이 호암끼엠 호수에 모여있었다. 각자 하루의 시작은 다르지만 한 곳에 모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하노이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불특정 다수에게 에너지를 얻는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드문 일이 되지 않았나 싶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30분 정도 달렸다. 더욱 심해진 편두통은 맛집 투어와 마사지를 받으면 괜찮아질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의욕에 못 미치는 결과가 아쉬웠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상쾌했다. 어젯밤 걸었던 길이 아침에 보니 색다르게 보였다. 시끄러운 경적소리마저 지금 당장은 들어줄만했다. 문득 내일이면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라 아쉬웠지만 또 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대학 교수 겸 화가인 김병종 님은 '여행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볼 특권이 있다.'라고 말했다. 여행 당시 나에게 주어진 '특권'으로 하노이를 바라봤을 때 이국적인 분위기와 활기찬 에너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담항설(街談巷說) 매연 가득한 시끄러운 노잼 도시예상치 못한 매력으로 가득 찬 도시가 됐다. 좋은 것만 보려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역시 여행자일 때 제맛(?)이다. 제맛을 느끼게 해 준 하노이에게 두 단어를 끝으로 글을 마쳐야겠다. Xin chào, Cảm Ơ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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