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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가 뭐 별 건가!

by 하루담은

작년에는 유난히도 자주 아팠다.

봄에 방광염부터 시작해서 인후염, 대상포진, 코로나19로 한 달이 멀다 하고 병원을 들락거렸다. 이제는 더 이상 아플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까지 했다.

깡마른 나를 보고 주위 사람들은 '자주 아플 것 같다'라고들 했지만 나는 나름 '허약하지 않다'라고 자부해 왔다. 지난 10여 년을 돌아봤을 때 그 흔한 감기 치레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에는 괜찮을 만하면 아프고 또 괜찮을 만하면 아프고 하길 반복했다. 지금껏 미루어왔던 숙제를 한꺼번에 하는 것처럼.

문득 '삼재(三災)'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삼재란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다. 9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3년간 별의별 재난을 겪게 된다고 하며 삼재에 든 자를 위험하게 하기 때문에 온갖 것으로부터 몸을 사리고 조심해야 한다.'

알아보니 삼재에 내 띠인 원숭이가 떡하니 들어있었다. 삼재라는 것에 대해 딱히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 삼재란 게 나쁜 일을 뜻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나을 경우가 훨씬 많을 테지만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이 힘을 발휘해야 할 때가 바로 이런 상황이 아닐까 싶다. 삼재라는 걸 안 순간부터 모든 재난과 불행의 원인을 삼재로 돌리고 싶어 지니까.

자주 아팠던 것도 넘어진 것도 삼재라서 그럴지 모른다고,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내가 우스웠다. 그동안 나 몰라라 했던 삼재를 새삼스레 탓하다니.
'시간이 없어서, 날이 너무 더워서, 비가 와서'라고 이리저리 둘러대면서 운동하지 않았기 때문일 텐데 말이다.

삼재는 또 내게 찾아오겠지만 모르는 척 지나쳐 가는 게 최선의 방법이리라.
'삼재가 뭐 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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