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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by 하루담은 Mar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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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걸 보면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아이가 어렸을 적, 학년 초 학부모 모임에 처음 나가면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게 마련이었다. 그 순간부터 내 심장은 두 방망이질 쳤다. 머릿속에서는 부지런히 할 말을 찾아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처 정리도 하기 전에 내 차례가 돌아오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안녕하세요? OOO 엄마 ㅇㅇㅇ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름과 인사만으로 급히 순서를 넘겼다. 다른 엄마들의 자기소개를 듣다 보면 다들 어떻게 그리 말을 잘하는지 부러울 따름이었다. 이름은 기본이고 1년 동안 어떻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까지 물 흐르듯 말을 이어갔다.
'아! 저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뒤에서 애꿎은 무릎만 칠 뿐이었다.

매주 만나는 모임에도 말 잘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단순한 해프닝일지라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또 물건을 샀다 하면 어찌나 설명을 잘하는지. 듣고 나면 그 물건은 곧 내 구매 희망 목록 1순위가 되었다. 지금은 전업주부인 친구가 제2의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쇼핑 호스트가 제격일 것 같다. 홈쇼핑에서 매진 행진을 이어가는 스타 호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남들 앞에서 말해야 할 때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껏 생각해 낸 말을 하려 해도 입이 바짝 말라서 발음이 꼬이기 일쑤였다. 그런 내 모습을 자책한 적도 많았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까?'하고 눈치를 봤다.
말에 쉽게 상처받는 나였기에 상대방을 배려해서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더욱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랬던 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글쓰기를 하고 합평하는 모임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가볍게 수다 떠는 것도 내겐 그리 쉽지 않은데 남의 글을 평가해야 한다니. 처음엔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내가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기분 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몇 마디 하는 게 고작이었다.

3년 여가 지난 지금은 말하기에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말하기를 기다려주고 끄덕여주는 회원들 덕분이었다.

'이럴 땐 이렇게 말하는구나!'
'저렇게 말하니 기분이 덜 상하네'

상대방 기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요령 있게 내 의견을 말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강원국 작가는 '나는 말하듯이 쓴다'에서 ''말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앞으로는 말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시간을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삼아보려 한다. 눈치 보지 않고 쫄지 않고 내 생각을 그냥 말해 보려 한다. 부단히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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