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 “고액 알바”의 함정
거짓말에 속으면 피해자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필자는 형사법정에서 수천 건의 사건을 변론하는 동안, 거짓밀에 속아 피해자가 된 사람들만큼 거짓말에 속아 범죄자가 된 피고인들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왜 그 피고인들은 거짓말에 속았는데,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가 되어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읽은 동회 중에 “피노키오”를 기억하는가?
그 동화에서 피노키오를 유인할 때 하는 말은,
“여기 들어오면 학교도 안 가고 공부도 안 하고 매일 놀고 먹을 수 있어"
이다.
피노키오는 그 말을 믿고 따라갔다.
그 말대로 며칠 동안은 학교도 안 가고 공부도 안 하고 매일 놀고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당나귀로 변해서 일만 해야 했다.
피노키오 동화에서 나오는 거짓말은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조직에서 실제 불법적인 일을 수행할 사람(현금인출책, 상담책)을 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자신이 하는 행위가 범죄행위이고, 이로 인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 범죄행위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따라서., 범죄로 유인하기 위해서,
i) 실제 해야 하는 일을 알려주지 않았고,
ii) 그 행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 “
고 말했다.
마치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처럼,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 는 욕망에 마음을 뺏긴 사람들이 그 거짓말에 걸려들었다.
특히 젊고 혈기 넘치고 큰돈을 벌어 폼나게 살고 싶은 청년들에게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너무나 매력적이다(비슷한 예로 쉽게 돈을 벌 생각에 "고액알바"를 검색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들이 검색한 "고액알바"의 대부분은 보이스피싱의 현금인출책 등 불법적인 일들이다.)
필자가 변론했던, 보이스피싱 상담책으로 일했던 수많은 청년들 대부분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마음을 뺏겨, '큰돈을 벌어 폼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관광을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 줬다. 그렇게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어 안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권을 강제로 빼앗아 도망가지 못하게 만든 채, 보이스피싱 상담책 일을 시켰다.
그들은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중국으로 갔지만, 결국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오랜 기간 수감생활을 해야 하는 보이스피싱 일이었고 약속한 만큼 돈도 벌지 못했다. 그들의 노력(?)으로 벌게 된 돈은 모두 상부조직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권을 빼앗긴 채 상담책으로 일하면서 얼마 되지 않은 수당만 받다가 징역형의 실형을 받는 처벌까지 받게 되었다. 그들은 피해자들의 소중한 돈을 가로챈 보스피싱 가해자이자,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상부조직에게 이용당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말은 돈이 들지 않는다.
누구나 거짓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람을 취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은,
비단 술뿐만이 아니다.
거짓된 말로도 사람을 취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
판단력이 흐려진 그 시기가
바로 범죄로 끌려들어 갈 수 있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