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부자인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제주에 와서도 온갖 집안일이며 식사 준비, 아이 학습 지도, 책 읽어주기, 운전하며 여행하기 등 바쁘게 보내고 있다. 장소만 제주도로 바뀐 것뿐이지 부산에서 하던 일상은 그대로였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오롯이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
특히 음식 쓰레기와 분리수거를 해주던 남편이 없어서 내가 할 일은 더 늘어났다. 제주에 와서 남편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아침, 저녁 아이들 간식이며 집밥까지 만드니까 버려야 할 음식 쓰레기가 넘쳐났다. 더워서 거의 매일 사 먹는 수박 쓰레기는 특히 심했다. 남편이 왜 수박을 사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음식 쓰레기 비닐봉지를 들고 이동을 할 때면 불쾌한 감정이 앞선다. 그동안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쓰레기를 버려주었던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졌다.
엄마는 쉬고 싶다.
특히 어제 김녕 해수욕장에서 아이를 안고 의무실까지 모래밭을 오간 것 때문인지 허리가 아프다. 유난히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커피로는 해결되지 않는 피곤함이라 집에서 쉬고 싶다. 그런데 두 아이는 "심심해, 심심해, 나는 안 피곤해"를 연발하며 밖에 나가자고 졸라댄다.
막무가내 둘째는 누워있는 나를 강제로 일으킨다.
첫째는 영어 키즈 카페를 가겠다고 한다. 옷을 챙겨 입고 첫째를 수업에 데려다주었다. 둘째는 수업 참여 거부를 해서 둘째를 데리고 근처 카페에 왔다.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아이스커피 한 잔에 정신이 또렷해진다.
둘째에게 빵을 사주며 엄마 공부해야 되니까 조용히 하라고 부탁하고 얼른 읽고 있는 책을 꺼내서 읽는다.
"마음이 부자인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나는 육아가 버겁다고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육아서를 찾아 읽는다. 자동차 점검을 하듯 한 번씩 내면의 상태를 다시 점검한다. 나의 어린 시절과 내가 경험한 나의 부모의 양육 태도가 현재 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돌아본다.
'아이를 낳으면 우리는 부모로 변해야 하고, 부모라는 역할을 학습해야 하고 부모로 성장해나가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는 자신의 예민함과 까탈스러움에 놀라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일임을 깨닫기도 한다. 부모로서 내가 이것밖에 안되다니 하고 자책할 때도 있다.
아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부모와 함께 존재하는 것을 원한다. 아이는 부모 그 자체를 원한다.
아이와 부모가 정서를 공유한 순간을 아이가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한 정서의 공유 순간은 아이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아이의 평생을 지지해 줄 소중한 보물이 된다.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부모는 자신의 눈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서 아이의 마음을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는 대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부정적인 신호를 받는 아이는 스스로를 부정적인 존재로 여기며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은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면 이를 회피하거나 혹은 반대로 불같이 화를 내는 분노로 표현한다.
부모의 역할 중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은 아이를 담아내고 아이의 미성숙함을 견디고 버텨내는 것이다.
내 자녀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와 내 자녀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나를 돌이켜봄으로써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과거를 인식하고 받아들인다면 의식적으로 노력해 내 행동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어 20년 후 나와 내 아이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20년 뒤 나와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20년이 지나서 아이들과 관계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여전히 나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 피곤할 때면 아이들의 요구에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낼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가지고 불안정 애착으로 성장해야 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직면한다. 처음보다는 덜 아프다..
나의 부모가 나에게 주었던 상처를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여전히 공부하고 노력한다.
내 아이들은 내가 따뜻한 말을 하고 위로하는 말을 할 줄 아는 상냥하고 친절한 엄마, 성숙한 엄마를 바랄 것 같다.
다정한 말을 하는 친절한 어른이 되자.
엄마가 마냥 예쁘다고 해주는 첫째에게 물어봐야겠다. 연우야, 너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니? 그리고 엄마가 어땠으면 좋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