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발견한 보물.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사려니 숲을 꼭 트래킹을 하고 싶다. 새잎이 돋아나는 3월을 지나 나뭇잎이 연둣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4월의 사려니 숲 향기는 제주의 어느 곳에서도 맡을 수 없는 깊은 향기를 풍긴다.
사려니 숲은 유모차가 갈 수 없어 항상 입구에서 몇 발짝만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7월의 녹음 짙은 숲 향기를 맡으러 사려니 숲을 가기에는 조카까지 있어서 불가능하다. 아쉬운 마음에 사려니숲과 연결된 붉은오름을 가기로 했다.
붉은오름은 유모차가 갈 수 있도록 데크길이 설치 되어 있다. 3년 전 붉은오름에 왔을 때 벌레가 많았던 기억이 있어 걱정은 되었다. 제주에 있는 동안 숲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붉은오름으로 향한다.
진드기와 모기 걱정에 주차장에 도착해서부터 모기 기피제를 잔뜩 뿌리고 모기 스티커를 온몸 구석구석 붙이며 만반의 대비를 한다. 오름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해충 분사기도 열심히 뿌렸다.
붉은오름 입구에서부터 짙은 숲 향기가 난다. 초록이 주는 편안함에 눈도 마음도 맑아진다. 새소리, 매미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지난 6월 제주 여행에서 숲 해설사 선생님들께 환상숲 곶자왈과 절물 휴양림에서 곶자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 덕분인지 붉은오름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더 잘 보인다.
반가운 때죽나무는 꽃이 떨어지고 동그란 열매가 맺혀있었다. 제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사리, 이끼, 나무에 붙은 송악(아이비), 일엽초, 화장실에 심는다는 상산, 꾸지뽕나무 등을 아이들과 함께 발견하며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흥분시킨 것은 매미 허물과 달팽이였다. 아이들은 데크길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매미 허물을 줍기 시작한다. 엄마 마음은 보기만 해도 징그러워서 줍는 건 안 했으면 싶은데 아이들은 무슨 보물찾기 하는 것 마냥 뛸 듯이 기뻐하며 모으니 뭐라고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둘째를 흥분시킨 것은 달팽이였다. 관찰력 좋은 둘째는 나무 틈새에 있는 달팽이를 발견하고 "이리 와봐, 달팽이 있어!"라고 소리를 지른다.
숲에서 이것저것 발견하는 기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유모차를 끌고 뒤 따라오던 동생이 소리를 지른다.
"우악! 언니, 여기 진드기 많아. 나가자!!" 너무나 다급한 외침에 부리나케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숲 입구에 도착해서 유모차 모기장에 붙어 있던 진드기와 벌레를 털어낸다. 아이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진드기나 벌레 물린 흔적이 있는지 샅샅이 찾아낸다.
다행히 별일이 없다. 숲에서 더 놀고 싶은 아쉬움이 있다. 다음에 남편이 오면 다시 한번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 숲아. 다음에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