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오전에 첫째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한다. 어제 먹은 김밥 때문인가 싶어 소아과에 갔다. 선생님은 장 소리도 안 좋고 가스가 많이 차있다고 장염이라고 하셨다. 구토나 설사 증상은 없어 3일 치 약만 먹어보라고 하셨다.
다행히 아이의 컨디션은 좋아 보인다. 오늘은 숙소에 있기로 한다. 오후에 한숨 자고 일어나니 재충전되는 느낌이다.
저녁밥을 하기 싫다. 동생이 제주대학교 학생 식당에 가자고 한다. 그 근처에 별을 관찰할 수 있는 별빛 누리 공원도 있어 저녁을 먹고 별을 보러 가기로 했다.
별빛 누리 공원에 도착하니 저녁 6시 40분이다. 다음 프로그램까지 시간이 있어 열쇠고리 만들기와 팔찌 만들기 티켓을 끊었다.
첫째는 핑크 도깨비 열쇠고리, 둘째는 파란 공룡 열쇠고리 키트를 선택했다. 열쇠고리 키트는 알갱이 같은 점을 하나씩 펜으로 집어서 불여야 한다.
손으로 조립하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알갱이를 다 붙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다. 저 많은 것을 언제 다 붙이나 싶다.
엄마가 만드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둘째는 공룡발은 자기가 붙이겠다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 펜을 건네주었는데 제법 잘 붙인다.
둘째 작품이 끝나고 시간을 보니 7시 25분이다.
우주 영상 시작할 시간이 15분 남았다. 첫째가 도와달라고 한다. 첫째와 같이 번갈아가며 핑크색 몸통을 완성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늦지 않게 끝났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키트로 만든 작품을 자랑스럽게 들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극장에서 영화 보듯이 편안하게 누워서 보는 영상 속 밤하늘은 감동이었다. 수많은 천체 망원경과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 영상을 보며 인간의 천재성에 대해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둘째가 자꾸 의자에서 내려달라 올려달라 안아달라고 해서 더 몰입을 할 수 없었다.
영상이 끝나고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기 위해 옥상으로 이동을 했다.
해설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관찰한다.
푸른빛은 온도가 가장 높은 별, 그다음은 흰색별, 가장 낮은 온도는 붉은 별이라고 하셨다. 아쉽지만 오늘은 달이나 행성은 관찰할 수 없다고 하셨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밤하늘의 별을 본다. 불빛을 깜박이며 지나가는 비행기, 밤하늘을 유유히 흐르는 인공위성도 보인다. 제주에서 일정이 절반이 지나간다. 여전히 반복되는 일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제주에서 주어진 시간과 누릴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함이 더해진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기분이 좋았는지 옥상에서 까꿍놀이하듯 숨바꼭질을 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깜깜해서 위험하다. 설명을 더 듣고 싶었지만 천체 관측실로 이동한다.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관찰한다. 전갈자리, 백조자리, 직녀성, 견우성, 목동자리 등 여름철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관찰한다.
푸른빛, 흰빛, 붉은빛 별들이 천체 망원경으로 모두 관찰이 된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북두칠성과 북극성 등은 하늘을 쏘는 레이저빔으로 선생님께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첫째는 천체 망원경 가까이 눈을 대며 호기심을 가지고 별을 관찰한다. 낯가림이 있는 둘째는 계속 거절하다가 마지막에서야 별을 보겠다고 하더니 "우와"라는 짧은 감탄을 한다.
밤 9시가 넘었다. 운전하고 숙소에 가는 길, 아이들이 우주 항공 과학자가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미국 유학을 보내야겠지.
미국 주식 이야기하다가 베프존스나 일론 머스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우주를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취미와 관심사에 돈을 쓸 수 있는 엄청난 돈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덕분에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함께 그 열매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자본주의 끝판왕인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예측하며 우주 항공 관련 주식을 사줘야겠다.
한라산 중턱에서부터 창문을 열고 내려오는 밤공기는 시원하면서도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