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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차 아침 미소 목장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by 메이의정원

'아침 미소 목장'이 현재 있는 곳에서 10km 이내에 있다. 송아지 우유주기, 먹이 주기 체험도 할 수 있고 요거트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물어봤더니 비위가 약한 첫째는 동물 냄새나는 것은 싫다고 한다. 둘째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제외하고는 동물을 무서워한다.


아이들 반응이 썩 좋지 않아서 고민을 했다. 뭐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안 가면 아쉬움이 계속 남을 것 같아 아이스크림 먹자고 아이들을 달래며 아침 미소 목장으로 출발한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한참을 달렸는데 갑자기 구불구불한 산길로 인도한다. 한라산 중턱 외진 곳을 한참 들어간다. 조금 무섭다.. 긴장이 되어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도착하니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유명세 때문인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인파 속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한라봉 요거트, 시그니처 디저트, 초코 아이스크림 한 개를 시켰다. 첫째가 초코 아이스크림을 보더니 자기 것이라고 나눠먹지 않겠다고 한다. 둘째가 화를 내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초코 아이스크림을 한 개 더 주문한다. 아이스크림 양이 제법 많아서 내 생각에는 두 아이 모두 아이스크림을 각자 한 개씩 다 못 먹는다.



예상했던 대로다. 첫째는 아이스크림 알갱이가 씹힌다고 하며 절반도 못 먹고 남기고 둘째는 두 세입 먹더니 안 먹겠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스크림은 같이 나눠먹는 거라고 했지?"말을 하며 두 아이 얼굴을 보니 입 주변이 초코 범벅이다. 아이들 얼굴만 보면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다 먹은 것처럼 보인다.


한라봉 요거트를 한 모금 마셨더니 익숙한 맛이 난다. 결혼 전 아이들 레슨 하던 시절에 학생 어머니가 집에서 키우는 유산균이라고 주신 적이 있었다. 우유를 유산균과 같이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배양했는데 무한 증식이라 귀찮아서 버렸다. 그때 몇 번 요거트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 맛과 비슷하다. 그때는 시큼한 맛이 싫어 딸기잼을 섞어 먹었다.


장이 약한 첫째가 먹었으면 싶어 빨대를 세 개나 챙겨 왔건만 한 번 먹어보더니 맛없다고 안 먹는다. 둘째도 안 먹겠다고 한다. 혼자서 요거트, 디저트에다 아이들이 남긴 아이스크림을 2개나 다 먹었더니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솔직히 먼 거리를 와서 먹어야 할 만큼 인상 깊은 맛은 아다. 시그니처 메뉴라고 해서 디저트도 시켰는데 과자도 아니고 빵도 아니고 애매하다.


화장실 냄새가 카페 안까지 풍겨서 불쾌하다. 테이블 정리도 잘 안되고 있어 더 머무르기 싫어서 메뉴를 다 먹자마자 바로 카페 밖으로 나왔다.



햇빛이 뜨겁지 않은 날씨였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예쁘다. 저 멀리 젖소들이 보인다. 아이들에게 젖소를 보러 가자고 했지만 첫째는 다리 아파서 가기 싫다고 한다. 첫째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겠다고 한다.

말 잘 듣는 둘째는 고분고분 나를 따라나선다. 둘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젖소를 보았다. 우유를 주는 소라고 설명을 했는데 둘째가 움직이는 소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란다. 내려가자고 내 팔을 잡아끈다.


목초지에는 클로버가 많다. 첫째는 네 잎 클로버를 찾겠다고 한다. 네 잎 클로버를 제법 잘 찾는 내가 보기에 이곳은 네 잎 클로버가 서식할 만한 곳이 아니다. 그리고 목장이라 바닥이 소 분비물로 더러울 것 같은 생각에 아이들에게 클로버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이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도 짚더미처럼 생긴 곳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내가 아이들을 꼬드겨 데려오기는 했지만 청결하지 않은 느낌 때문에 아이들이 올라가지 않았으면 싶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첫째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포즈를 잡는다. 키가 작은 둘째도 자기를 올려달라고 한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 푸른 목초지를 배경으로 아이들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아이들 사진 두 장 건진 것으로 아침 미소 목장에 온 의미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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