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제주에 올 때마다 동문 시장에 들러 주전부리를 사거나 지인들에게 나누어줄 간식을 사곤 했다.
아이 수업을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다. 택배 부칠 선물과 간식거리를 사러 동문 시장에 왔다. 감귤칩, 오메기떡, 귤, 떡볶이 순대, 한과, 쫀드기 등 주전부리를 잔뜩 산다. 택배로 부칠 오메기떡과 옥돔도 주문한다.
둘째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다. 동생이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겠다고 하고 첫째도 따라 들어간다. 계단 때문에 유모차가 갈 수 없어 가게 문 앞에서 기다린다. 첫째에서 3천 원을 주며 마음에 드는 것을 사라고 한다. 아이는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돈이 모자라다고 한다.
아이가 고른 것들은 머리에 꽂는 한라봉 장식이다. 몇 번 가지고 놀다가 뜯어지거나 버려질 것 들이다. 아이가 바다 목걸이를 사달라고 한다. 첫째는 빨간색, 둘째는 파란색 바다 돌 목걸이를 샀다.
기념품까지 사고 나니 양손이 무거워진다.
2시 30분.. 숙소로 들어가기에는 아쉽다. 근처에 시장에서 사 온 간식을 먹을 장소가 있는지 찾아본다. 숙소 오는 길에 운전하면서 지나쳤던 용두암이 생각난다.
15년 전쯤 한번 가본 적이 있었다. 어떤 곳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난다. 앉아서 쉴 곳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오후인데 주차장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다행히 빈 공간이 있어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다.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펼치고 파란 하늘을 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세상 참 좋다. 바닷가 포토존 입구에 서있는 인어상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뱃사람들의 혼을 빼가는 사이렌 석상 같기도 하다.
배가 고픈 조카는 우유를 먹이고, 우리는 커피를 테이크아웃 한 다음 동문 시장에서 사 온 떡볶이, 순대, 귤 등 간식을 먹는다. 가까이에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본다.
조카 낮잠을 자는 동안 두 아이를 데리고 용두암을 보러 한 바퀴 산책을 다녀오기로 한다. 계단을 내려가니 돌무더기 가득한 작은 해변이 있다. 가까이에 보이는 것이 용두암인 것 같은데 형태는 정확히 알아볼 수 없다.
바다를 배경으로 아이들 사진을 두어 컷 남긴다.
한 시간 전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었는데 점점 흐려진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 짐을 챙겨 다시 주차장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