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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차 이호테우해수욕장(2)

물놀이

by 메이의정원

제주를 출발하기 전에 분명히 아이들 튜브를 챙겼다. 도착해서 보니 튜브가 다. 둘째가 캐리어에서 튜브를 빼냈다고 첫째가 알려준다. 둘째는 캐리어 안에서 들어가서 고양이처럼 앉아있거나 뱃놀이를 하곤 했데 역시 범인은 둘째였다.


튜브와 구명조끼를 다시 구입할까 했지만 이미 집에 있는 데다 여름 한철 한두 번 쓰고 말 것을 다시 사는 것이 망설여진다. 남편이 올 때까지 물놀이는 안 하려고 해서 당장 필요는 없다. 그런데 해수욕장에 갈 때마다 아이들은 수영하고 싶다고 졸라댄다.

당근마켓 검색한다. 숙소 근처에 판매하는 사람이 있다. 아이들 데리고 외출하는 길에 구입을 했다.




아이들은 튜브와 구명조끼를 보더니 물놀이를 하러 가자고 조른다. 샛도리물은 너무 차가웠고, 해수욕장에서는 파도 때문에 나 혼자 두 아이를 보는 것이 무리다. 검색을 해보니 애월 쪽에 키즈 풀장이 있다. 그런데 숙소에서 너무 멀다. 수족구 걱정에 실내 수영장은 썩 내키지 않는다.

어제 갔던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해수풀이 있다는 글을 발견한다. 어제 갔을 때는 못 봤는데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있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다리가 하나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아이들을 데리고 어제 갔었던 이호테우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해수욕장 메인 주차장은 여전히 자리가 없다. 기다리면 자리가 하나 나올까 싶은 기대도 살짝 있었지만 과감하게 포기하고 2 주차장으로 간다. 주차를 한 뒤 유모차를 펼쳐 모든 짐을 올린다.

아이들 튜브, 수건, 수영복, 돗자리, 간식 등을 싣고 보니 짐이 많다. 다리 아프다며 걷는 것을 거부하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해수풀장 가까운 소나무숲 아래 자리를 잡는다. 동생은 조카 먹이고 재워야 한다고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한다.


화장실에 들러서 아이들 수영복 갈아입히고 나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니 진이 빠진다. 땀이 흐른다. 빨리 물에 들어가고 싶다. 옷가방을 동생에게 맡기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샛도리물 이후 제주에 와서 제대로 물놀이를 하게 되어 아이들은 신이 났다.



풀장 입구에서 보니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등이 떠다니고 있어 물이 더럽게 느껴진다. 가슴 깊이까지 오는 것을 보니 물이 제법 깊다.

둘째는 앞으로 안고 첫째는 엄마 허리를 꼭 잡으라고 하고 두 아이를 리고 물속을 걷기 시작한다.

수심이 아이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깊이가 아니다. 수영장 벽을 보니 1.5m라고 적혀있다. 아이들에게 물이 너무 깊어서 그만하자고 하고 싶다. 그런데 수영장 저 끝 쪽을 보니 아이들이 많이 놀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물놀이가 가능할 것 같아 부지런히 수영장을 걷기 시작한다.


1.5m, 1.2m, 1.0m 수심이 점점 낮아진다. 첫째가 혼자서도 놀 수 있는 깊이까지 도착했다. 미끄럼틀도 두 개나 설치되어 있다.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타겠다고 한다. 첫째가 먼저 미끄럼틀을 타더니 물에 풍덩 빠진다. 물이 내 얼굴에 튀었다. 해수풀장이라 소금을 한소끔 집어삼킨 듯 엄청나게 짜다. 이 정도 농도면 아이들 수족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첫째는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미끄럼틀을 탔다. 첫째는 미끄럼틀을 내려올 때마다 나보고 미끄럼틀 아래에서 잡아달라고 한다. 첫째는 바닷물이 얼굴에 튀는 것이 싫었는지 몇 번 더 타고 그만 탄다고 한다. 둘째는 무섭다고 안 탄다고 한다.


아이들은 엄마랑 같이 물속에서 수영하자고 한다. 처음 수영장에 입수할 때처럼 둘째는 앞으로 안고, 첫째는 허리를 잡게 하고 해수욕장을 이 쪽에서 저 쪽 끝까지 물속을 걷는다.

음악이 경쾌하고 신난다. 아이들과 함께 물속에서 통통거리거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나도 즐겁다.

공항이랑 가까운 곳이라 착륙하는 비행기를 눈앞에서 본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비행기는 수시로 착륙을 한다.


아이들은 여전히 물놀이를 더 하겠다고 한다. 두 시간을 아이들을 데리고 물속을 걸었더니 피곤하다. 아이들을 씻겨야 하는 귀찮은 일이 하나 더 남아있다. 더 놀겠다는 아이들을 겨우 달래서 물 밖으로 나온다. 화장실 옆에 샤워장이 있다. 요금을 내고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간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 아이들이 차갑다고 안 씻겠다고 한다. 아주머니 한 분이 안쪽으로 가면 따뜻한 물이 있다고 알려주신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안쪽으로 갔더니 '온수 전용'이라고 쓰여있다. 따뜻한 물로 아이들을 씻긴다. 기분이 좋다.

젖은 수영복을 벗기고 아이들을 다 씻기고 나도 씻은 다음 수영복을 물에 한 번 헹군다.

아이 둘을 씻기고 젖은 수영복까지 챙기니까 제법 무겁다.



예전에 아들 셋 엄마가 인스타그램 쓴 '아들맘이라서 좋은 점'을 읽은 적이 있었다. 수영장에서 아들 씻기고 챙기는 것은 남편한테 맡기고 우아하게 자기 몸만 챙기고 수영하다 나오면 된다는 글이었다. 힘겹게 혼자서 아이 둘 씻기는 이 타이밍에 그 글이 생각난다. 산방산 온천 갔을 때도 남편은 유유자적하게 혼자서 먼저 들어가 온천하고 나만 아등바등 아이들 옷 갈아입히고 씻겼던 기억이 난다.


딸 둘 엄마는 물놀이며 온천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고 피곤하다. 아들은 안 키워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물놀이할 때만큼은 아들 엄마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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