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채로 푸른 해파리 잡기
이번 제주 살이에서 알작지, 이호테우 해수욕장, 도두 해안도로, 용두암, 용연 계곡으로 이어지는 여행길을 발견했다. 제주 여행에서 나만의 실크로드 발견인 것 같아 흥분된다. 지금까지는 제주 여행에서 해수욕장과 드라이브코스 해안도로는 애월만 생각했었다.
이호테우 해수욕장 가까이에 알작지라는 몽돌 해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알작지로 향한다. 알작지에 도착해 보니 작은 해변이 밀려온 쓰레기 더미로 가득하다. 아주 오래전 서귀포에서 몽돌해변에 앉아 돌이 굴러가는 소리를 멍 때리며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이곳은 몽돌 해변이라고 해도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몽돌이 몰려있는 곳은 안 가고 그 옆에 작은 모래사장과 현무암 바위가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현무암이 바닷물을 막아주어 발목 정도의 얕은 물 웅덩이가 생겼다. 이 작은 웅덩이에 고둥, 보말, 게, 새우 등 제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바다 생물들이 보인다. 첫째는 게 잡이에 신이 났다. 게를 세 마리나 잡았다고 자랑한다.
크록스를 신고 있는데 새우 두 마리가 닥터피시처럼 다가와 발 뒤꿈치를 간질인다. 처음 접하는 상황이라 낯설고 신기하다. 아이들이 내 발에 붙어서 놀고 있는 새우를 잡아달라고 한다.
쿠팡에서 뜰채를 주문했는데 어항에서 키우는 열대어 건져 올리는 용도라서 그런지 날쌘 새우는 잡을 수가 없다. 모래 바닥을 기어 다니는 새우를 삽으로 모래를 뜨듯이 모래째 퍼올려서 잡았는데 새우는 점프를 해서 도망갔다. 두세 번 새우를 놓치고 나니 더 이상 잡을 마음이 사라진다.
바위틈에 게들이 많이 보인다. 쓸모없는 이 뜰채는 게를 잡을 때도 도움이 안 된다. 나는 새우나 게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첫째는 맨손으로 게를 잘 잡는다. 집게발에 물릴까 봐 걱정이 되는데 첫째는 집게발에 물린 적이 없어서인지 게잡이에 편견이 없다.
둘째는 모래바닥에 깔린 만만한 고둥 줍기에 나선다. 나는 바위에 붙은 보말이나 따기로 한다.
바닷물이 밀려왔다 빠져나갔다 반복하는데 파란색 생수 뚜껑 같은 것이 떠 다닌다. 알작지에 떠밀려온 쓰레기들을 생각하니 불쾌한 기분이 든다. 겁이 없는 둘째는 만져보더니 미끌거린단다. 본능적인 경계심이 발동하여 위험한 생물인가 싶어 아이들에게 절대 만지지 말라고 한다.
손바닥 절반만한 뜰채로 파란색 생수병 뚜껑같이 생긴 것을 건져내자고 아이들에게 제안한다. 뜰채로 건져서 뜨거운 바위에 탈탈 털었더니 흐물흐물 녹으며 파란색 액체가 된다. 정체가 뭘까? 동전 모양에 카펫 털 같이 생긴 다리들..
제주에서 이 맘 때쯤 출몰한다는 해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위에서 낚시를 하시던 아저씨가 다가와 해파리라고 확정 지어주신다. 어른은 괜찮은데 아이들에게는 위험하다고 알려주신다.
아이들에게는 절대 만지지 말고 해파리가 다가오면 피하라고 다시 한번 주의를 준다.
해운대 아쿠아리움에서 봤던 해파리는 오징어나 문어처럼 생겼던데 이번에 본 해파리는 짐작조차 못하게 생겼다.
아이들은 해파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그런지 뜰채로 해파리 건지기에 신이 났다.
그저 해파리가 500원, 100원. 50원 동전처럼 생겨서 아이들에게는 뜰채로 건져내기만 하면 되는 즐거운 놀이일 뿐이었다.
이번 여름에는 제주에서 물놀이 사고가 많다고 가슴 아픈 기사를 본다. 바닷물이 밀려들어올까 봐 수시로 바닷물의 흐름을 살핀다. 아이들의 밀려드는 해파리를 다 건져내고 나니 더 이상 해파리는 유입되지 않는다.
바닷물이 밀려오는 것 같고, 햇볕은 뜨겁고, 해파리 걱정에 더 놀겠다는 아이들을 물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바람은 안 불고 햇볕은 뜨겁고.. 짐을 놔둔 그늘도 덥다. 주차해 놓은 차는 더 덥다.
가까이에 카페가 보인다.
더울 때는 에어컨 빵빵한 카페가 최고다. 주차를 하고 카페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대로 3층에 자리를 잡는다. 신발을 벗고 있을 수 있어 편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티를 주문하고 아이들과 함께 한 모금 마신다. 온몸으로 퍼지는 청량함.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숲 속에 있는 기분이다. 카페 창문 너머로 아이들과 놀았던 바다도 다시 본다.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를 한참 내려다본다.
통창 너머로 오후 늦은 햇살은 쏟아지고 졸음이 살짝 몰려온다.
남편에게 라인이 한통 왔다. '제주도 해파리 점령'이라는 군더더기 없는 무슨 긴급 전보 같은 메시지다.
뒤늦게 검색을 했더니 우리가 신나게 잡고 놀았던 것이 약독성을 가진 '푸른 우산 관해파리'라고 한다. 이호테우 해수욕장과 전 제주 바다에서 관찰되고 해파리 쏘임 신고가 계속 접수되고 있단다. 나도 아이들도 아무 생각 없이 한번 만지기는 했는데 걱정이 된다. 독성이 크지 않다고 하니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싶다.
앞으로 바닷가에서 놀 때 조심해야겠다. 해파리 사진을 안 찍은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