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에 진심인 날
오늘 제주도 날씨는 비가 온다고 한다. 이번 주 내내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와서 남편은 실망을 했는지 자기가 비구름을 몰고 온 것 같다고 한다. 제주도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일기 예보가 꼭 맞지는 않을 거라는 한가닥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해수욕장은 제외하고 산양 큰엉곶이나 오설록을 가자고 한다.
숙소에서 40-50km 1시간 이내 거리다. 한 번에 1시간을 가려니 부담이 된다. 중간에 해바라기 사진으로 유명한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를 가기로 한다.
도착해서 보니 입구에 해바라기 밭이 있다. 나오는 길에 사진을 찍기로 한다. 주차장에 휴게소가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다양한 음식을 팔 것이라고 기대를 했지만 컵라면과 과자, 아이스크림만 판매한다. 인원수대로 컵라면을 주문한다. 아이들은 홈런볼을 먹고 싶다고 하나씩 집는다.
주인아주머니가 포토존을 알려주신다.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소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그 사이에 나란히 서서 우산을 펴고 사진을 찍으면 예쁘다고 하신다.
미리 가지고 간 칼라 우산이 3개가 이미 있어서 매점에서 파는 우산 중에 없는 우산을 다시 구입하기로 한다.
첫째는 핑크색 우산, 둘째는 노란색 우산을 선택한다. 초록색 우산도 하나 더 구입한다.
가지고 왔던 우산과 구입한 우산을 모아보니 알록달록 예쁘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흰색..
날이 흐려서 아쉬웠다. 언덕에 올라가서 보니 바람이 많이 분다. 둘째의 노란 우산이 바람에 날아간다.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동생과 제부가 다시 주워서 올려준다. 이번에는 첫째의 분홍색 우산이 바람에 꺾여 망가졌다. 다른 색 우산이라면 아쉬움이 덜 할 텐데 예쁜 분홍색 우산이 망가져서 더 아쉽다.
사진만 찍고 다시 왔던 길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 삼별초 항쟁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최 씨 가문의 사병이었지만 좌별초, 우별초, 신의군이 합쳐져 만들어진 군대 조직인 삼별초라는 단어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고려가 몽고에 망하고 나서도 끝까지 저항하고 결국 전원 전사한 사연이 있는 유적지라서 슬픔이 전해진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진다. 더 이상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다. 비가 많이 쏟아지기 전에 해바라기 밭에 가서 해바라기 사진도 찍어야 한다.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해바라기 꽃 앞에서 신이 났다. 여러 가지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우리 가족사진, 아이들 함께 찍은 사진, 아이들 각자 사진, 동생 가족사진, 조카 사진까지 찍고 나니 사진이 풍성하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빌린 유모차를 반납하기 위해 매점으로 다시 간다. 매점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가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구경하고 싶다고 가게에 들어가자고 손을 잡아 끈다. 유리창 너머에서는 첫째는 퀼트로 만든 네 잎 클로버, 둘째는 헝겊으로 만든 고래 키링이었다.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체리와 딸기 키링을 선택했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사장님이 아이들에게 바람개비 머리핀을 선물해 주셨다.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는 잠시 들러 사진이나 찍고 가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다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비는 굵어지고 2시가 넘어서 산양 큰엉곶은 아쉽지만 포기하고 한라산 드라이브를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