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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차 갤러리 카페 거인의 정원

생애 최초 아이들 그림 경매

by 메이의정원

오전 10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아이들 그림 전시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브런치 글 두 편 올리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나니 시간이 빠듯하다.

며칠 전부터 낙관을 찍고 아이 그림 주변을 종이테이프로 감싸야한다고 동생이 말을 해주었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다. 아침이 되어서야 남편과 함께 테두리를 테이프로 감싸기 시작한다. 카페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테이프 작업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첫째는 자기가 테두리에 테이프를 붙이겠다고 한다. 종이테이프가 삐뚤삐뚤 붙여져서 다시 떼어냈는데 그림이 망가다. 속상했는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더는 안 한다고 한다. 둘째가 갑자기 첫째가 그린 바다 그림에 낙서를 했다. 첫째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뒷정리를 동생에게 부탁하고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카페로 출발한다. 카페는 제주시에 있지만 길이 구불구불한 것이 시골 같다. 장소에 도착하니 10시 30분이다. 운터를 보고 계시는 카페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얼른 2층으로 올라간다.


남편과 함께 그림을 걸기 위한 끈을 설치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 위치를 어디에 걸지 일일이 지정해서 알려준다. 두 아이는 자신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공개된다는 것이 설레는지 흥분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두 녀석이 서로 자신의 그림 앞에서 먼저 사진을 찍겠다고 투닥거린다. 자신에게 대드는 듯한 둘째가 못 마땅했는지 첫째는 둘째에게 자기 그림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을 금지했다. 둘째는 서러웠는지 전시장을 떠나갈 듯이 크게 운다.

아이들을 달래 가며 40분 만에 그림 설치가 끝났다.



동생 가족이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1층에 내려가서 음료를 주문한다. 비록 우리 식구들 밖에 없지만 2층 전시실은 아이들 그림 전시를 축하하는 분위기로 가득하다.

첫째에게 림 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몸을 배배 꼬며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무엇을 그렸는지 질문을 하자 첫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설명을 한다.

어른들의 수다가 길어지고 세미나실 사용 시간까지 20분 남았다. 즉석 경매가 시작된다. 첫째가 그린 조카와 이모와 이모부, 아이들이 나란히 누워있는 그림 총 3점이 제부에게 낙찰되었다. 총수익은 4만 원이었다.


둘째가 그린 아빠 그림과 첫째가 그린 우리 가족, 첫째와 둘째가 그린 엄마 그림 총 4점은 총수익 금액이 10만 원이다. 아이들 그림 경매 수익이 제법 쏠쏠하다. ㅎㅎ 딸 바보 남편과 제부 덕분에 장소 사용료와 음료값을 지불하고도 수익이 났다.


동생이 내년에는 해외 한 달 살기를 해도 재미있겠다고 한다. 해외 한 달 살기 가능한 돈을 모으려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다음에는 큰 손이신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모였을 때 아이들 그림 경매를 하기로 했다. 익이 제법 쏠쏠할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 머리카락 없는 그림은 절대 그리면 안 된다고 미리 일러둔다.




12시 30분이 되어 세미나실을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온다.

갤러리 카페라서 테이블마다 작가들의 그림이 걸려있고 꽃병에는 싱싱한 꽃과 허브가 꽂혀있다.

아이들은 꽃이 든 화병을 들고 그림 앞에 서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카페 구석구석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


'거인의 정원'은 오스카 와일드의 그림책을 따라 이름 지어진 카페였다. 카페 이름이 친숙하다. 아이들에게 거인의 정원 책을 읽어준다. 사장님께서 아이들 그림 전시에 호의적이신 이유가 느껴진다.


남편에게 아이들을 잠시 맡기고 초록 창밖을 보며 책을 읽는다. 밖으로 나와 카페 정원을 산책한다. 제주에서 주어진 한 달이라는 선물과 그 시간을 남편,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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