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4일 차 아이올레인 포레스트

아이들 천국

by 메이의정원

제주 패스를 끊고 타트로 김녕해수욕장에서 깡통 열차를 탔다. 바닷바람 맞으며 에메랄드 물빛을 보니 느낌이 새롭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났다. 10분이 아쉬울 만큼 짧다.

아이들은 해수욕장에 물놀이하는 사람들을 보며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해수욕장 물놀이는 안전이나 샤워 등 신경 쓸 것이 많아 쉽게 허락하기 힘들다. 제주패스 검색해 보니 처에 키즈 풀장이 있다고 한다. 야외 키즈 카페고 한다. 궁금하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도착한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이곳에 뭐가 있을까 싶어 엄마의 마음은 반신반의한다. 알 수 없는 내 마음과 달리 트렁크에서 튜브를 꺼내는 아이들의 표정이 신나 보인다.


아이들은 입장하자마자 잔디밭을 가로질러 물놀이 장소로 뛰어간다. 처음 가졌던 의구심과 달리 이곳은 노는 것 좋아하는 아이들의 천국이다. 수영장에는 이미 여러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탈의실에 들러 아이들 수영복으로 갈아입히고 풀장에 들어가 있는 남편과 아이들 사진을 남긴다.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는 잔디밭으로 돌아와 쉴 곳을 찾는다.



키즈 카페는 건물 안에 있는 곳만 다녔는데 이곳은 드넓은 잔디밭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잇감이 가득하다. 정말 좋다. 수영장부터 시작해서 그네, 미끄럼틀, 매달리기, 통나무집, 시소, 모래놀이터까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있어도 지겹지 않은 곳이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엄마는 카페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평소에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은 데다 오전에 이미 카페라테를 마셔서 커피는 마기 싫다. 그늘에 앉아 으니 바람이 시원하다.




캠핑 텐트 안에 앉아 사방을 둘러본다. 나무집부터 오두막까지 쉴 곳이 많다. 멋져 보이는 오두막으로 이동을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늘에 앉아 바람을 맞으니 정말 좋다. 아이들은 여전히 재미있게 노는 듯하다. 의자에 앉아 잠깐 눈을 붙인다. 의자가 불편하다. 처음에 앉았던 텐트에 가서 의자를 바꿔온다. 의자에 앉아 하늘도 보고 잔디밭도 보고 아이들 놀이기구도 본다. 푸른 잔디밭과 나무로 만든 놀이 기구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숲 속 놀이터인 듯 눈이 편안해진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들도 없었다면.. 나 혼자 제주 여행을 와서 이곳에 앉아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많이 외로울 것 같다.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과거로 돌아가 나에게 선택지가 다시 주어진다 해도 나는 남편과 결혼했을 것이고 두 아이를 낳았을 거다. 아이들이 있어 나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피곤해도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갑자기 둘째의 울음소리가 나의 상념을 깨뜨린다. 걱정이 되어 몸을 일으켜 바로 수영장으로 이동한다.


수영장에서 둘째는 매미처럼 남편에게 매달려서 울고 있다. 물이 깊어 무섭다고 수영 안 한다고 한다. 둘째를 놀이터로 데리고 나온다. 둘째와 함께 시소, 그네를 탄다. 미끄럼틀은 무섭다며 내려오지 않는다. 둘째는 한참 모래놀이를 하다가 심심했는지 다시 물놀이를 하겠다고 한다.

사장님이 물을 채우고 계셨는데 얕은 풀장이 완성되었다. 첫째도 얕은 풀장으로 이동한다. 물놀이를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나간다. 아이들은 갈 생각을 안 한다. 더 놀겠다고 한다. 남편에게 맡기고 다시 나의 쉼터로 돌아온다.


갑자기 낯선 아이가 다가온다. 풀장에서 춥다고 떨고 있는 아이가 이모를 찾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남편이 있어 아닐 텐데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나 싶어 가본다. 우리 아이는 아니다. 이모와 함께 온 아이라고 한다. 이모 연락처를 모른다고 하여 엄마 연락처를 물어봐서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아이 엄마도 전화를 안 받는다. 떨고 있는 아이를 일단 물 밖으로 나오게 한다. 우리 아이들도 물놀이 그만하자고 한다. 아이들은 듣는 체도 하지 않는다.


5시 30분. 아이들이 물놀이를 시작한 지 세 시간째이다. 이제는 배도 고프다. 아이들은 여기서 살 생각인지 갈 생각을 안 한다. 덩달아 내 목소리도 커진다. 첫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샤워장에 따라온다. 둘째는 미련이 계속 남는지 풀장 에어 바운스에 계속 매달려있다. 둘째를 안고 샤워장으로 들어온다. 아이들 옷을 벗기고 씻기고 나온다.

남편이 아이들과 물놀이 시간 보내줬으니 망정이지 내가 물놀이까지 하고 목욕까지 시켜야 했다면 기절할 정도로 피곤했을 것 같다.


샤워시키고 옷까지 갈아입히고 놀이터로 나오니 이제 아이들 눈에 놀잇감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놀이터로 돌진한다. 아까 이모를 찾던 아이와 한 팀이 되어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한다. 마감 시간까지 있을 생각인가 보다. 아이들은 갈 생각을 안 한다. 저녁도 먹어야 하고 숙소까지 한 시간을 가야 한다.

아이들을 겨우 달래서 차에 태운다. 키즈 카페에서 사귄 친구와는 아쉽지만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숙소 오는 중간 지점인 삼양 해수욕장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근처 카페에서 허브티를 한잔씩 하고 숙소에 들어오니 밤 9시가 되었다. 아이들은 잠을 잘 생각을 안 한다. 내가 가장 먼저 뻗었다.

keyword
이전 26화23일 차 비밀의 숲, 비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