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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차 에코랜드

숲의 냄새를 느낄 수 없는 아쉬움

by 메이의정원

내일이면 제주에서 마지막 날이다. 오늘 영어 키즈 카페에 들러 마지막 수업 참여를 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가 영어로 말문이 틔이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아이는 남편이 제주에 오기 전까지 거의 매일 키즈 카페에 왔다. 즐겁게 영어 놀이를 참여했다.

선생님들께 커피를 드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도 많이 아쉬워한다. 아이도 부산보다는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조카 때문에 빨리 움직이지 못하는 동생 가족과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둘째가 계속 안고 걸으라고 칭얼대기 시작한다. 짐이 있어 안된다고 걷게 했더니 걷는 내내 대성통곡을 하며 운다. 유모차를 꺼내야 했다. 아이가 계속 울어서 카페에 들어가지 못하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레몬 글라스, 불두화처럼 생긴 꽃밭이 마치 눈밭 같다. 밭을 배경으로 이들 사진을 찍는다.

둘째는 호박, 조롱박, 석류 등 열매에 관심을 보인다. 아이가 따달라고 한다. 이것은 카페 사장님 것이라고 안된다고 했더니 아이도 포기한다.


카페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다가 에코랜드로 간다. 제주 여행 올 때마다 에코랜드는 종종 들르는 곳이다. 곶자왈을 편하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워터 트레인이라고 해서 물총놀이를 한다고 한다. 숙소에서부터 수영복과 수건, 갈아입을 옷 등을 챙겨 왔다.

드디어 에코랜드에 도착했다. 에코랜드 기차가 곧 출발한다고 한다. 급하게 기차를 잡아 타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덜컹덜컹 기차 소리가 경쾌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기차를 타고서는 숲의 향기를 맡을 수가 없다. 곶자왈은 자신의 두 발로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걷는 우직한 순례자에게 아낌없이 숲의 향기를 선물해 주는 듯하다.

에코랜드 기차 투어는 편리함과 숲의 향기를 바꾼 곳과 같다. 아쉬워도 지금 이 순간은 편리함을 즐기자. 다리도 아픈데 숲을 걸어야 했다면 더 힘들었을 거야.


비가 와서 그런지 숲이 촉촉하게 젖었다. 이번에는 코 대신 눈으로 곶자왈을 실컷 즐기기로 한다.


첫 번째 역에 도착한다. 내려서 호수를 가로질러 간다. 물 위에 소금쟁이들이 마치 비 오는 것 같이 떠다닌다. 15년 전쯤 같은 자리에서 에코랜드에서 찍었던 사진이 생각난다. 그 이후로도 에코랜드에 자주 왔었지만 에코랜드 호수에 대한 기억은 잘 안 난다. 처음 방문했던 인상과 사진 한 장이 주는 기억이 강렬했나 보다.


내려서 걷다 보니 기념품 가게, 갤러리도 있다. 새로 생긴 길이다. 호수에는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에코랜드 호텔도 완성이 되었나 보다. 걸으며 호수뷰와 오션뷰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오션뷰가 더 좋다고 말을 한다.


걷다 보니 물총놀이를 하는 역에 도착했다. 워터트레인은 3시 30분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한 시간 늦었다. 기대를 했는데 아쉽다. 오히려 옷 갈아입는 등 번잡스러운 것이 안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코랜드 기차를 타고 역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가기로 한다. 다음 역에서는 아이들이 슬라이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더니 내려서 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피곤하다. 아이를 달래서 계속 통과한다. 드디어 입구에 도착했다.


벌써 끝났구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기차를 타면 편하게 곶자왈을 다닐 수 있어 좋다. 대신 몸이 편한 만큼 숲의 냄새는 맡을 수 없다. 그래도 이번 제주 여행을 하며 숲과 함께 걸으며 숲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받았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여름 숲 에코랜드 안녕~

에코랜드에서



플랜트 827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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