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매미가 징그러워.
내내 맑았던 날씨가 흐리다.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으로 보아 비가 올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일기 예보를 보니 비는 안 온단다. 바람이 많이 불고 흐린 날씨는 모기랑 진드기가 없을 것 같아서 한라 생태 숲으로 향한다.
주차를 하고 입구에 있는 표지판을 보니 오후 2시부터 숲 해설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숲 투어까지 1시간 남았다.
건너편 정자 밑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펼치고 간식을 먹는 동안 동생은 조카 우유를 먹인다.
한라 생태 숲에 오는 동안 숲에 가기 싫다며 계속 투덜대던 첫째는 도착해서도 차에 혼자 있겠다고 한다. 우리가 앉은 정자 오른편 나무에 거미줄이 쳐있고 죽은 매미가 걸린 것을 보며 소리를 지른다. 절대 자리에 앉지 않겠다고 한다. 우리가 자리 잡은 정자에서 멀찍이 서있으면서 주스 가져달라, 과자 가져달라 계속 요구를 한다. 거미줄을 끊어주면 오겠다고 한다. 거미줄을 끊을만한 막대기가 보이지 않는다. 나도 죽은 매미가 걸려있는 거미줄 무서워 기다란 막대기가 있다고 해도 거미줄을 제거할 자신이 없다.
숲 해설 시간인 2시가 되었다. 가지고 온 기피제랑 입구에 비치된 기피제를 잔뜩 뿌리고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집합장소인 입구로 이동한다. 강사님은 유모차는 갈 수 없는 길이라고 하신다. 둘째에게 다리 아프다고 해도 엄마가 안아줄 수 없다고 혼자서 걸어야 한다고 단단히 알려주었다.
강사님이 이끄는 길을 따라 들어가니 입구에서부터 바퀴벌레처럼 생긴 것들이 엄청나게 날아다닌다. 지글지글 울음소리를 내는 유지매미라고 하셨다.
강사님은 매미를 잡고 나서 암컷 매미와 수컷 매미의 차이를 첫째에서 질문하셨다. 첫째는 부산에서 숲체험하며 들었던 정보와 매미 자연 관찰 책을 읽었음에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숲에 오기 싫다며 내내 싫은 티를 내던 첫째는 매미를 잡으며 기분이 풀어졌는지 즐거워했다.
둘째는 길 따라 곳곳에 붙어있는 매미 허물을 모으며 즐거워한다. 강사님의 설명에 따라 매미 허물을 훈장처럼 옷에 덕지덕지 붙인다. 유지매미가 바퀴벌레처럼 생겨서인지 나는 좀처럼 매미를 잡을 기분도 아니었고 유지매미 허물조차도 만지기 싫다. 아이들에게 내색은 안 하는데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매미를 잘 만진다.
숲 해설사 선생님은 숲의 분해자인 송정벌레와 스크류바처럼 생긴 범부채, 수련이 가득 핀 연못에서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 식물인 통발도 설명을 해주셨다.
아이들도 집중하며 설명을 듣는다.
매미 두 마리가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리고 있다. 살려달라는 매미의 몸부림과 외침이 애처롭다. 강사님은 거미줄은 가로줄이 끈적이고 세로줄은 매끈하다고 하셨다. 설명을 듣고 보니 매미가 걸린 줄이 가로줄이라는 것이 이해가 된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매미를 구해줄까?" 말씀하시고 거미줄을 끊어 매미들을 구해주셨다.
더 깊은 숲길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첫째가 다리 아프고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제주에 있는 동안 숲 해설 시간에 맞춰 한 번 더 방문을 하기로 했다.
유모차를 끌고 숲을 돌아다니는 동생이 입구까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차장에는 유지매미가 짝을 찾아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둘째는 매미를 잡아달라고 한다. 잡아보려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너무 빠른 매미를 잡기는 힘들다. 사실은 매미를 만지기 싫어서 적극적으로 매미를 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매미 잡기를 포기하고 한라산 전망대에 올라간다. 저 멀리 한라산 능선을 바라보니 가슴이 틔이는 것 같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전망대에 더 이상 머무르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