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Aug 19. 2022

장애인과 찐 친구가 되는 법

장애인 친구 사귀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어릴 때 기억 중 하나는 아빠가 종종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셨던 기억이 있다. 아빠는 사람을 좋아해서

작은 가게방이었지만 종종 같이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때론 주무시고 가는 분들도 계셨다.

여러분들이 있었지만 그중엔 "장애를 가지거나 소외된 분들" 도 있었다. 


다리가 불편하셨던 분들, 정신적인 장애가 있어서 말이 어눌하신 분들을 자연스럽게 만나왔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말이 아이 같고 항상 고민 없이 해맑은 분들을 보면 '뭔가 모자라다.'라는 은연중에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의미는 싫다는 건 아니었고 다른 어른들과 좀 다르다. 다른 분들보다 애 같고 덜 똑똑한 것 같다는 의미 정도였다.


이 분들은 나 같은 어린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했고 웃음기가 많았고 착했다. 때론 아이처럼 먹는 욕심이 있어서 자기 꺼를 먼저 챙기는 모습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달라고 하면 주었다. 솔직하고 가식이 없었다.


학교에 다니면 반에 한 명 정도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내가 착해서라기 보다는 거부감이 없다 보니

가끔 말도 하고 혼자 먹는 것 같으면 같이 먹는 일

종종 있었다. 의무감이나 강요하는 것은 없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고 관심이 갔던 것 같다. 

매일 그랬던 건 아니고  내 마음이 갈 때만 그렇게 했다.


장애아동 치료사 일도 적성에 잘 맞았다. 일단 아이들이 귀엽고 좋았다. 일하는 선생님들 중에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좋은 의도로 시작하신 분들도 있지만

아주 극소수의 선생님 몇 분은 아이를 무시하거나

아이의 지능 수준을 비하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어제, 그저께 가르쳤던 것을 다 잊어버리면 선생님도 사람이라 좌절될 때가 있다. 근데 아이들이 일부러 그런게 아니지 않는가?


그때마다 내 속에선 불쾌한 감정, 마음을 누르는 분노, 선생님의 태도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다.


이후에는 자폐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도 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나에게 잘 다가왔다.

사실 나는 헌신적이거나 엄청 친절하거나 능숙한 봉사자는 아니었다. 엉성하고 딱히 재능도 특별한 비법도 없는 선생님 봉사자. 

아이들이 자꾸 내 옆으로 와서 앉고 나를 보면

웃으며 다가왔다.


아이들과 서로 편했고... 아이들에 대한 호의적인 마음이 있었고 아이들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 통했다고 할까?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 장애가 있는 엄마 두 분을

알게 되었다.

한 분은 시각장애인, 한 분은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엄마셨다. 

따로 약속을 정해 만난 거는 2, 3번 정도였고 오며 가며 만나면 잠깐 안부를 전하고 애들 얘기를 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장애인과 친구가 되면 좋은 점들이 있다.



1. 우리 아이들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이 클 수 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모두 존엄성이 있는 존재들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말로 글로 가르치는 것보다 눈으로 보면서 경험으로 알게 된다.


(이는 정말 중요하다.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해서도 내가 어떠하건 나는 의미 있고 존엄성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2. 좋은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사실 우리는 크고 작은 약점과 모지란 부분, 모난 부분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을 서로 조율해가면서 나도 상대방도 성장한다.

비장애인들 중에도 장애인들 중에도 배울 점이 많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일이기에...

나는 외국인이건 장애인이건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소통하는 것은 큰 유익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성장시킨다.


3.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도 용기내어 탐험하게 된다. 


이 시대는 공감능력이 넓고 깊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기에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평생 혼자만의 세계에서 글을 쓰는 데는 한계가 많다.


글도 결국 자신과의 소통 + 타인과의 소통이다.


시각장애인 친구가 생기면서 내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 생각에 큰 물결이 일었다. 

그녀가 보는 세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눈이 있어서 오히려 발견하지 못했던 세상의 또 다른 빛깔을 엿볼 수 있었다. 또 휠체어를 타신 엄마가 자신의 자녀를 어떻게 길렀는지 그 과정을 듣고 내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 앞에서도 그것을 뚫고 나간 힘.

연약한 자 같으나 용기 있고 강한 사람들이었다.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인 것 같지만 때론 강인한 신과 닮은 존재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가 장애인 친구들과 소통하는 의외로 쉬운 방식 두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1. 비장애인 친구들을 대하듯 그들을 대하고 너무 그들을 의식해서 하고 싶은 말들과 행동들을 제한하지 말기!


(물론 너무 지나치게 꼬치꼬치 초면에 묻는 것 또는 상처가 될만한 말들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것은 사실 비장애인들에게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


만날 때 상대의 육체적 어려움을 배려해서

조금 더 세심해야 하는 면은 있다. 

그 부분은 혼자 고민해서 결정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물어보면서 함께 정하면 된다. 


난 집 근처 공원 벤치에서 보거나 그분 집에 간 적도 있고 1층에 자리 잡은 공간이동이 여유 있는 가게도 많다. 상대방이 더 잘 안다.


2.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많이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는 친구를 만나고 싶은 것이지 이 사람에게 봉사를 하기 위해 만나는 건 아니다. 

내가 차를 한번 사면 상대방도 살 기회를 준다. 아니 1/n을 하는 것도 괜찮다.


내가 만난 장애인 친구들은 사실 상대방의 과한 도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담스러워한다.

자신들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도움을 주고 싶고 그럴 때가 기쁘다고 한다. 그땐 고맙게 받으면 된다.


우리는 지금 인간 대 인간으로 친구로서 만난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건강한 관계는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것으로 유지될 수 없다.
인간관계의 기본 룰(상호적인 관계)이
여기도 적용된다.




이전 10화 이런 사람과 진짜 결혼하실 겁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