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엔... 타인을 배려한다고 해봐야 양보하고 이야기 들어주고 격려하는 정도면 충분했었다.
어느 날 엄마가 되어 아이를 향해 내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 부담되고 지치기도 했다.
준비를 해본 적도 없었고 갑자기 엄마가 되어버렸다.
내가 엄마로서 자격 미달인 걸까?
아이를 잘 기르고 싶고 좋은 것만 주고 싶어서 꽤 많은 노력을 하기도 했고 아이의 성장이 신기하기도 했다.
분명 난 아이를 정말 사랑했던 것도 맞다. 그치만 내 개인 시간이 없어서 힘들었고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이 때론 억울하고 지쳤다.
그런 여러 가지 감정들을 꺼내놓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엄마로서의 삶을 살다가 둘째를 낳았다. 더 막중해진
책임감에 눌려... 무기력증이 서서히 찾아온 줄도 몰랐다. 다행히 교회에서 비슷한 또래 엄마들이 모여 동화책을 읽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곳을 알게 되었고... 그 시간이 나에게 하나의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 되었다.
첫날... 그곳에 모임 장이셨던 한 여자 전도사님께서 (마르고 작은 체형에 두 남자아이를 데려온) 나를 반기셨다. 내 나이 28살... 친구들은 아직 애는커녕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 당시 난 하루 종일 두 아이와 지내던 시절이었다. 남편은 바빠서 평일에는 육아는 모두 내 몫이었다.
그분께 이런 말을 건넸다.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전 왜 이렇게 뭔가 잘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이 시간이 매일 똑같고... 힘들게 느껴질까요? 직장 엄마도 아닌데요... 왜 힘든지 모르겠어요."
그분은 나를 꼭 안아주시며 토닥이셨고... 이렇게 이야기해주셨다.
"**씨가 힘든 건 이상한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거예요.자신만 챙기다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으로 전환된 거잖아요. 젊은 엄마가 두 사내아이를 혼자서 오롯이 기른다는 건...
지금 시대에는 당연히 힘들고 객관적으로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그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되었다. 왜 였을까?
아무도 나에게 엄마가 아이를 기른다는 게 힘든 거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엄마니까 그래야지.' '엄마는 원래 그래.'라고만 이야기했지... 모성애가 엄청 난 거라고만 말했지...
엄마는 정말 쉽지 않고 힘든 거라고 말해주지 않았었다.
모성애를 장착하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당연히 엄마니까 희생하고 모든 걸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건...
나에겐 버거움이고 힘겨움이었다.
사실 당연한 건 세상에 없다. 아이도 나도 매일 배우며 힘겨움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거였다.
모성애도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매일 아이와
부대끼며 관심과 애정이 조금씩 사랑으로
무르익어가는 거였다.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자기 중심성을 내려놓는 과정이고... 그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과 역행하는 거라
그렇게나 그 과정이 쉽지 않았던 거였다.
그래서 더 많은 지지와 격려, 인정이 필요했었다.
모성애의 신화를 버린다면 엄마들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아이에게 부족한 엄마라는 자기 비난에서 자유롭고 아이를 사회가 기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유한 자신만의 색으로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부디... 엄마가 되어가는 각자의 속도를 가혹하지 않게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