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여리고 내향적이고 겁도 많았던 큰 아이. 어린이집 공개 수업을 가도.. 거칠고 센 아이들에게 치이고
뺏기고...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아이들 틈에 밀려나는 아이를 보는 게 안쓰럽고 속상했다.
초등학교 입학 날.
덩치 큰아이들, 야무진 아이들 틈에 우리 아이는 자기표현도 잘하지 못했다.
저학년 때는 특히 마음고생이 좀 있었다.
그땐 아이들도 어려서 친절하고 다정한 성격을 가진 아이를 만만하게 여기고 무시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친구가 챙겨달라고 하면 친구 신발주머니도 챙겨서 나오고 자기 크레파스도 짝꿍이 색깔이 예쁘다고 함부로 써서 뭉개져 오고... 헌 것과 새것을 바꾸자는 아이도 있었다.
조별과제에서도 아이는 무겁고 챙겨가기 귀찮은 것들을 주로 맡아왔다.
한 번은 조별 인터뷰 놀이를 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자신이 아나운서를 하겠다. 대본을 쓰겠다. 먼저 좋은 것을 맡아서 아들은 하나 남은 카메라맨을 하기로 했단다.
아빠가 상자 두 개를 붙여 공들이고 색도 칠해서 진짜 카메라처럼 만들어서 보냈더니만.. 욕심 많은 친구가
그거 자기 하겠다고 가져가서 아들은 갑자기 연습도 못한 그 아이 꺼를 한 적도 있었다.
손해 보는 것은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을까 그게 내심 걱정이었다.
몇 번의 억울한 일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행히 담임선생님께서 아이 편이 되어 주셨다.
그랬던 아이... 내 아이는 너무도 약하고 여리고 자기주장도 잘 못하는데... 세상은 경쟁이고 약해 보이면 무시하는 정글 같아서 항상 마음이 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변해갔다. 아니 매일 순간마다 변했으리라.
어디 가서도 당당하고 소신 있는 아이로 인정을 받고.... 4학년이 지나면서 친구들도 아이의 심성을 알아봐 주고 좋은 친구로 존중해주었다. 얌전하나 만만하지 않은 아이, 배려심 있는 친구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내 아이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걱정으로 여러 날을 마음 졸이던 시간들이 지나고...
이제는 키가 아빠만큼 자란 아이를 본다.
아이가 어느 날 달라졌을까? 우리가 아이를 위해 무엇을 했을까?
분명 한다고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한 것도 없다.
여러 가지 일들을 지나며 아이가 상처도 받고 다양한 방법들을 쓰며 살아남는 수를 시도했으리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해보면서 적응해가며.. 내면이 단단해져 갔다는 결론 밖에는...
아이는 시간속에서 성장하고... 중간중간 주변에 좋은 분들을 만나는 복도 있었다.
아이를 위해 흘렸던 눈물. 친구관계로 힘들어할 때 다독여주고 지지해주며 했던 위로의 말들..
아이가 스스로 이겨내길 기다려주길 잘했다.
어릴 때는 부모로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내 편'이라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홀로 딛고 일어서길 숨죽여 기다리게 되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너무도 없었다. 그저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