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딸의 초경이란?
드디어 그날이 왔다. 생각보다 빨리...
우리 때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초경이 보통 5, 6학년 즈음 시작한다. 작년에 딸이 4학년 말이 되면서 2차 성징이 아주 조금씩 나타났지만 올해... 갑작스럽게 초경이 오게 되기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아니... 하기 싫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번거롭고 불편하고 아프기도 한 생리.. 최대한 늦게 했으면 싶었다.
얼마 전 딸이 생리를 시작했다. 5학년 여름이니까 시기적으로 빠른 편도 아니다.
아마 내년에 했어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중 1 즈음했다면 조금은 덜 안쓰러웠을까?
막내라 늘 귀엽게 보이지만.. 문득 아이를 보면 아름다운 여성미가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멋이 들었는지
긴 생머리를 하고 이 더운 날에도 늘어뜨리며 가는 딸. 키도 나랑 거의 비슷해졌다.
여자아이들은 성조숙증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아이는 생일도 1월생이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되어 그 부분은 걱정이 되진 않았다.
생리 전후로 1년~ 1년 반 정도 급 성장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1년만 늦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은 남는다. 1년이라도 조금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면...
아이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반에 이미 시작한 친구들도 알고 있었다. 엄마인 나보다 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아이. 이미 학기초... 성교육을 통해 월경에 대한 정보들도 배웠단다.
나의 중 1 되기 직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지 못할 일이다.
그때는 조용히 쉬쉬하면서 생리라는 단어조차도 창피해했고 감춰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일까 이 글을 쓰면서도 어딘지 어색하다. 나이를 속이지는 못하는가 보다.
난 그전까지 전혀 성교육을 받지 않았었다. 생리가 시작되고 나서야 간단히 처리 방법만 배웠을 뿐.. 선 증상 후 배움이었던 때였다. 물론 미리 성교육을 받았던 친구들도 있었겠지만 정식적인 교육보다는 친구들을 통해 혹은 엄마를 통해 간략하게 전해 들은 정도가 다였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초등학교 4, 5 학년쯤 팀을 짜서 성교육 강사를 불러 소그룹 교육을 받게 하는 경우도 많다. 잘못된 정보 등으로 배우지 않고 제대로 잘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어떤 집들은 딸의 초경을 가족 모두 축하하며 케이크도 자른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잘 적응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뿌듯하고...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릴 적 경험을 이야기해주면서 방법을 알려주는 식으로 간단히 마무리를 했다.
글로 정리를 하다 보니...
딸의 초경을 맘껏 축하해주지 못했던 이유는... 딸의 불편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과.. 거기에 하나 더...
딸이 이젠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어딘지... 조금은 아쉬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