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온다

by HANA


초록이 온다






살아가다 문득,

스치는 향기가 있어

무너짐의 연속이었던 수많은 밤들

어느 밤과 또 어느 밤

봉인된 그 밤의 공기가 풀리면

다시 그날의 놀이터에 놓여져



우리의 놀이터.

야자에 잠식당한 학교를 앞에 두고

대부분은 졸고 있을 불켜진 창문들을 향해

우리를 태운 그네는 삐그덕거렸지

우리의 꿈을 담기에는

너무 벅차기만 했던 그 밤들



그날의 우리.

별은 그리도 많았는데

무수한 이야기들이 그리 반짝였는데

우리의 초록은 유난히도 어두웠어

궤도를 벗어난 소행성 두 개

정상궤도란 원래 없는 거야



이상하게 괜히 눈물을 쏟아내다가

이상하게 괜히 웃어버렸지

우리에게 초록같은 건 없어

그러니까 우리는 도망쳐야 해 그들의 초록세상에서

원한다면 같이 사라져줄게



그런데 있지

그날 놀이터에 초록이 있었더라고

캄캄함 속에 아주 사소하게 일렁였더라고

초록은 남모르게 피어난다는데

그 사실이 좀 억울하긴 해



폈는지조차 몰랐던 꽃은 지고

기나긴 초록의 계절이 오고 있어

그사이 우리는 어느 회사의 제복을 입었고

아픈 게 청춘인 이상한 세상에

서로에게 진심을 다해 울어주었던

어쩌면, 나에게 진심으로 울어주었던

그 밤의 놀이터가 생각나



걸어가다 문득,

스치는 어떤 향기가 있거든

시간을 잠시 멈추고 그 상태 그대로

맥주 한 캔만 사서

그곳으로 와줄래 우리의 놀이터



우리의 초록을 찾으러 가자

머나먼 길을 돌아오느라

무수한 색깔들을 받아들이느라

온통 검정으로 혼합되어버린 세상

그 어디 즈음 우리의 초록은 숨어있대

아직 거기에 있대



그러니까 친구야

아직은 초록을 꿈꿔도 된대

초록은 또 올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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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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