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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그들은 세상을 삼켰다. 그림자가 가로등 아래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 진정한 그들은 밤에 잠에서 깨어난다. 떡 진 머리카락, 하루 종일 힐을 신고 춤을 추느라 지칠 때로 지친 발목, 최후의 순간까지 거침없이 뚫고 나온 손톱이 결국 툭 끊겨 피가 나는 손가락까지도 모든 것이 완벽하다. 주인을 꼭 빼닮은 그림자가 주인의 발목에서 손을 놓고 세상의 무법자가 되어 있을 즈음, 해는 지고 어둠이 찾아온다. 그들은 밤을 사랑한다. 고요한 밤의 세상에는 가식적인 눈웃음으로 위장한 채 힐을 딸각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잠에 들기 때문이다. 거리를 평정하는 싸늘한 바람을 타고 그림자들은 자유를 만끽한다. 더 이상 그들은 인간의 노예가 아니다. 그들의 발밑에 납작 엎드려 쓸데없는 곳을 기웃거릴 필요도 없고, 하루 종일 밟히고 밟히면서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아니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주인을 한심스럽게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주인이 잠든 사이, 그들은 어둠의 기운을 몰고 자기 본연의 욕망을 찾아 세상을 떠돈다. 그동안 억눌려 하지 못했던 생각과 애써 숨기고 있었던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그림자들은 밤의 거리를 사랑한다. 술에 만취되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대생, 서로가 몰래 지칠 때까지 춤을 추며 놀다가 클럽 앞에서 맞닥뜨린 깨지기 직전의 커플, 오토바이를 타고 군함조처럼 골목골목을 누비며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가출 청소년들, 쓰레기통을 뒤져 손가락 한 토막을 입에 물고 유유히 사라지는 도둑고양이, 자켓 안에 칼을 품고 집 앞을 서성이는 한 남자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고 자연스럽다. 밤의 세상에선 모두가 가면을 벗고 본심을 드러낸다. 그림자들이 세상을 완전히 덮고 있으므로 그들은 안도한다. 어둠 속에서 세상은 다시 열리고, 진정한 만남이 비로소 이루어진다.
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찾아간다. 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의 곁을 맴돌다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두 그림자의 공간이 포개지고, 그 교차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구시죠?”
힘겹게 한 발로 계단을 점프하며 올라가던 여자가 뒤를 돌아본다. 웬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다.
“빈.”
“빈?”
“응. 허 빈.”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저를 잘 아시나요?”
#공백(恐白) #2화 #Heestory_HANA #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