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여행] Day 16 - 빠이
이른 아침부터 친구 N와 나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캐리어에서 이틀 치 짐을 빼 배낭에 넣고, 호텔 카운터에 큰 캐리어 두 개를 맡겼다. 조식 먹을 시간도 거의 없어 허겁지겁 음식을 집어 먹고 아쉬운 마음에 미니 머핀을 입에 욱여넣은 채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내린 곳은 Chiang Mai Arcade 2, 빠이행 미니밴을 타는 곳이다. 빠이행 코스는 700개의 구불길을 지나는 멀미유발 드라이빙 코스로 이미 악명이 높다. 오고 가는 길이 너무 힘들까 봐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그 악명에 나도 매우 겁을 먹었었다.
빠이여행을 조금이라도 검색해 본 사람들은 미니밴을 탈 때 '멀미약은 무조건 먹어라!', '운전석 옆 좌석을 선점해라!' 등의 조언들을 들었을 것이다. 나와 친구도 여러 블로거들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그 바쁜 아침에도 멀미약은 챙겨 먹었다.
빠이행 미니밴은 운전사에 따라 승차감 차이가 크다지만 나는 사실 큰 차이는 모르겠다. 그저 운전사의 삐까뻔쩍한 드라이빙스틱과 그의 손놀림에 넋이 나가고, 미니밴과 혼연일체가 된 운전사를 보며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길 기도할 뿐ㅎ
700가 넘는 구불길로 산을 넘다 보면 관성의 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오른쪽으로 기울면 모르는 사람과 살을 맞닿게 되고, 왼쪽으로 기울면 엉덩이가 복도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가 된다. 처음에는 굳이 관성을 이기겠다고 발로 벽을 밀며 버텨봤다.
어느 순간 하찮은 인간 따위가 관성을 어떻게 이기냐!라는 생각으로 그냥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몸을 맡겨버렸다. 신기하게도 승차감이 훨씬 편해졌다.
그렇게 나름 꿀잠까지 자면서 도착한 빠이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고 쿨하게 걸어가는 배낭 여행자들이 보였다. 나도 쿨하게 맞아볼까 하다가 결국 우산을 꺼내 들었다. 아니 왜 다들 우산이 없는겨...?
우리는 호텔에 가방만 맡기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오면서 봤던 음식점을 갔다. 친구 N은 자기가 아직 태국인 것이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나는 친구에게 태국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맛있는 메뉴로 상을 채워줬다. 친구는 음식을 하나씩 맛보며 드디어 자신이 태국임을 슬슬 자각하는 듯했다.
그때, 바로 뒷자리에서 익숙한 언어가 들렸다. 한국인 남녀 여덟 명 정도가 대낮부터 쏘맥을 즐기고 있었다. 아, 여기 한국인가? 이제는 내가 한국인지 태국인지 헛갈렸다. 그때부터 직감했다. 작고 아담한 이곳 빠이 또한 한국인들이 잠식하고 있음을!
친구와 나는 점심 후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하고 동네 구경을 했다. 비가 오는 빠이의 낮거리는 한산하고 차분했다. 듬성듬성 문을 연 가게들을 돌아보다 마음에 드는 소품들을 몇 개 샀다. (한국 가면 안 쓸 것 같지만 그래도 빠이에서만큼은 요긴하게 쓸 것 같았다...! -합리화 중-)
빈티지 샵들이나, 핸드 메이드 샵들을 가면 주인아저씨들은 어딘가 주렁주렁한 히피옷을 입고 반다나를 두르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어찌나 히피스럽던지... 요즘은 이런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아서인지 그들의 룩이 되게 센스 있어 보였다.
나도 히피스러워지고 싶었다. 아까 산 핸드메이드 소품들을 해보고, 옷도 좀 갈아입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브레이드도 난생처음으로 해봤다! 결과는 그냥 멋 낸 아시아인이 되었다ㅎ 나도 히피스타일 하고 싶다... 한국 가면 히피펌이라도 해야지
저녁에 다시 나온 빠이의 거리는 낮과는 많이 달랐다. 낮에는 문을 꼭 닫고 있던 가게들이 문을 활짝 열었고, 여기저기서 라이브 음악이 들렸다. 거리에는 간이식당들이 줄을 지으니 이제야 빠이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가족단위의 여행객도 많이 보였고, 혼자 혹은 둘이 다니는 배낭여행자들도 많이 보였다. 빠이는 정말 작은 동네인데 이 작은 동네에 신기하게도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존재했다. 한국인, 중국인, 유럽, 중동까지 고루고루 섞여 있었다.
빠이에서의 밤은 시간이 가는 것이 너무 아까울 만큼 좋았다. 매인 스트릿이 10분이면 끝과 끝을 갈 수 있을 만큼 아담하지만, 있을 건 다 있고 하나하나 매력이 넘쳤다. 나와 친구는 돌아다니다 그냥 노래가 좋은 곳에 들어가 수다를 떨었다.
아, 여기 너무 좋다. 이렇게 마음에 들지 몰랐다.
고생 끝에 낙이 제대로 찾아왔다.
[오늘의 리뷰]
(1) 치앙마이 - 빠이 미니밴 선예약 사이트!
- 나는 빠이행 미니밴의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미리 예매를 했다. 단점은 좌석 선택비용과 수수료가 추가로 나간다는 것... 또륵. 근데 현장 와보니 현장에서 발권해서 바로 탑승하는 사람도 꽤 있다! 솔직히 미니밴 좌석은 어디에 앉나 다 힘듦...ㅎㅎ 조금 포기하면 싸고 편하게 현장 발권이 가능하니 생각해 보시길! 현장발권은 chiang mai arcade 2, 11번 게이트 맞은편 매표소에서 하면 된다.
https://premprachatransports.com/
(2) AI PAI 호텔
-빠이에서 2일 동안 묵은 호텔. 오래된 리뷰를 보면 안 좋은 것이 많은데, 여기 리모델링했다!!! 정말 깨끗하고, 수영장도 너무 만족스럽고, 조식도 맛있고, 객실에 있는 과자와 음료도 공짜다! 메인 스트릿과도 가까워 걸어 다닐 수 있으며 호텔 앞에 코인 세탁소도 있다. 가격도 너무 합리적이다!(글쓴이는 1박 6만 원 대에 예약함)
https://maps.app.goo.gl/YMdbGGtCMKw2DZya6?g_st=ic
(3) 점심 - Nong Beer Restaurant
점심때 사람들이 유독 많아서 그냥 들어가 본 음식점. 정말 가성비 최고...! 맛도 좋다!
https://maps.app.goo.gl/d7vjrR4AzaMEXspr9?g_st=ic
(4) 마사지
-평점이 좋아서 간 곳. 1시간에 200밧이라 싸다. 단, 마사지 전에 발을 안 씻겨 준다... 내 발 만진 손으로 내 얼굴 또 만지는 건... 정말 안돼ㅜㅜ 시원하긴 했다...!
https://maps.app.goo.gl/mHqeTspjGvMfEvde7?g_s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