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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비 Oct 03. 2023

치앙마이에서 펑펑 쓰면 얼마?(feat. 소비일지)

[태국 북부 여행] Day 19 - 치앙마이

 친구 N과 나는 어제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돌아왔다. 며칠 전 서울에서 오자마자 빠이를 갔던 친구에게 치앙마이의 모든 것은 아직 새롭고 신기한 것 같았다.  


“와 여기 높은 건물 있어 대박 빠이는 하나도 없었는데! 여기는 되게 현대적이다!”


 친구는 마치 시골에서 갓 올라온 사람처럼 우와! 우와! 를 연신 외쳤다. 나는 그런 친구를 보고 있자니 너무 웃겼다. "아니 왜 이래 서울사람이~ 누가 보면 빠이에서 한 달 산 줄!"


 친구는 치앙마이의 도시 같은 풍경에 놀랐지만 나는 치앙마이의 물가에 깜짝 놀랐다. 치앙마이에서 첫 일주일을 지낼 땐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에 돈을 마음 편히 썼는데, 치앙라이와 빠이를 거쳐 11일 만에 다시 온 치앙마이의 물가는 사악해 보였다.


 내 체감상 빠이에 비해 치앙마이의 물가는 3-4배였다. 예를 들어 팟타이를 하나 먹더라도, 빠이에서는 50밧(2000원) 치앙마이에서는 150밧(6000원)이었다.(치앙마이 음식점이 좀 더 깨끗하고 쾌적하긴 했다...!) 친구 N과 나는 돈을 모아 공동경비로 사용했는데, 빠이에서는 한 번 모은 공동경비(4만 원)로 이박삼일을 지냈다면, 치앙마이에서는 그 돈을 한 끼에 써버릴 때도 있었다.

 

 전에는 가격은 신경도 안 쓰고 음식을 시키는 등 만수르 코스프레를 했는데, 이제는 음식 가격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아... 뭐야 너무 비싸네?'라는 생각이 맛있겠다는 생각보다 먼저 들었다. 하지만 나의 지갑꽁꽁병은 맛있는 음식과 예쁜 카페 앞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완치되었다.(머쓱) 별로 돈을 쓸 곳이 없었던 빠이와 달리 치앙마이에서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요식업과 관광업에 크고 작은 기여를 했다. 오늘은 어제오늘 쓴 비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치앙마이 전경

(어제)

 우리는 어제 오후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아껴뒀던 비건 레스토랑인 리폼카페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버섯패티 햄버거와 두부가 잔뜩 들어간 똠얌꿍 수프에 누들을 추가했다. 콜라와 땡모반도 시켜서 먹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가격은 한화로 약 3만 원 정도가 나왔다. 식사 후에는 원님만에 금토일에만 열리는 화이트 마켓을 구경했다. 원님만 광장에서는 교복을 입은 12살 남짓 남학생이 고운 목소리로 중국 노래들을 불렀는데 수많은 중국인들이 환호하며 팁통을 가득가득 채워주었다. 내 친구 N도 아이가 너무 잘 부른다며 팁(2천 원)을 주고 왔다. 치앙마이 야시장을 걷다 보면 이렇게 노래 부르는 청소년들을 이따금 볼 수 있는데 노래 실력도 대단하지만 어릴 적부터 자기 재능으로 돈을 버는 경험은 정말 새로울 것 같았다. 우리는 원님만에서 간식을 사 먹었다. 오징어튀김과 코코넛 스무디에 1만 원 정도를 썼다. 원님만을 걷다 지친 우리는 근처에 내가 많이 갔었던 클라우드 9 마사지샵에 가서 1시간에 1만 2천 원짜리 마사지를 받았다. 저녁으로는 JEAB Cafe & Thai Food에서 간단하게 커리 두 개와 쏨땀을 먹었는데 1만 2천 원 정도가 나왔다.


<어제 소비일지>

(아침은 호텔 조식)

점심 비건 레스토랑 : 3만 원

+원님만 팁 : 2천 원

+원님만 간식 : 1만 원

+마사지 : 2만 4천 원(2인 1시간씩)

+저녁 : 1만 2천 원

+교통비 : 대략 1만 원

=총합 : 8만 8천 원(인당 44,000원)


+숙박비 : 7만 원

=숙박비 포함 총합 : 15만 8천 원(인당 79,000원)

원님만 화이트 마켓 - 금토일만 오후 3-10시에 열린다.

(오늘)

 오늘 아침으로는 숙소 주변에 있는 펀 포레스트 카페에서 우아하게 브런치를 먹었다. 한국돈으로 4만 원 정도가 나왔다. 근데 진짜 너무 추천하는 곳이다... 두세 번은 갔어야 했는데 한 번만 간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 중간에 카페를 가서 쉬다가 (커피값 1만 원) 호텔로 돌아가는데 뻥 뚫린 마사지샵에서 뜨신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지인을 마주쳤다. 아니 세상 너무 좁다!! 어떻게 치앙마이에서 길을 걷다 마주칠까!! 나는 너무 신기해서 지인을 만난 장면을 100번은 머릿속으로 리플레이했다. 하튼 친구와 나는 호텔에서 휴식을 하다 아까 지인을 만난 리사 타이 마사지샵에서 각각 1시간 30분에 1만 6천 원짜리 마사지를 받았다. 저녁은 토요 야시장에서 이것저것을 주워 먹었다. 3-4종류를 먹었는데 한국 돈으로 1만 5천 원 정도를 쓴 것 같다.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멘츠 노티스 재즈 바에 친구를 데려갔다. 재즈 바에서 술 두 잔에 안주를 시켰고 3만 2천 원 정도가 나왔다.


<오늘 소비일지>

브런치 : 4만 원

+카페 : 1만 원

+마사지 : 3만 2천 원(2인 1시간 30분씩)

+야시장 : 1만 5천 원

+재즈바 : 3만 2천 원

+교통비 : 대략 1만 원

=총합 : 13만 9천 원(인당 6만 9500원)


+숙박비 : 7만 원

=숙박비 포함 총합 : 20만 9천 원(인당 10만 4500원)

토요 야시장

 막상 정리해 놓으니 생각 없이 많이 쓴 것 같긴 하다...(급 자기반성 중) 지갑꽁꽁병은 치유가 되면 안 되는 병인듯하다. 어제오늘은 정말 좋은 곳, 예쁜 곳, 맛있는 곳을 많이 다녔다. 그리고 친구 N의 소원인 1일 1마사지와 내가 좋아하는 재즈바 등으로 나름 큰(?) 지출이 있었다.


 사실 치앙마이는 적당히만 아껴 써도 숙박비 포함 인당 5만 원으로도 충분히 하루 생활이 가능한 여건이다. 다만 '이왕 묵을 거 좀 더 편안하고 쾌적한 곳에서 자자, 내가 언제 이 가격에 이런 고퀄리티 음식을 먹어보겠냐, 한국에서 이 가격에 마사지를 어떻게 받냐, 생라이브 재즈를 이 돈 주고 볼 수 있다니!!!'라는 생각에 계속 돈을 쓸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하루 종일 놀고먹고 10만 원(숙박포함)이면... 꽤 괜찮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맛에 동남아 온 거 아니냐!!(맨날 이 말하다가 텅장 됨...) 다만, 나같이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에게 매일 10만 원씩 의 지출은 당연히 부담스럽다. 그래도 고작 며칠 여행 온 친구의 여행까지 내 기준에 맞출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나중에 혼자는 못 가니 친구 있을 때 좋은 곳을 많이 가고 싶었다. (결론: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더 아끼겠다...!^^)


 여행에서 돈을 펑펑 쓰면 한국 가서 꼭 "아 너무 생각 없이 썼네?" 하다가도 "에이, 그래도 잘 놀았어!" 하며 합리화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더 싫은 건, "아... 왜 돈을 아낀다고 그 경험을 못했을까?"라는 후회이다. 여행 후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그 나라 물가에 맞게 합리적인 소비를 하면서, 내가 판단하기에 이 정도 돈은 투자할만하다!라고 생각되면 또 써줘야 한다. 아낄 때 아끼고 쓸 때 쓰자!!라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다!


 누군가는 우리나라 2030이 '경험'이라는 명분 하에 해외여행, 명품, 비싼 차, 비싼 레스토랑 방문 등 '과소비'에 물들었다고 한다. 근데 정말 맞는 말이다. 저 말을 들었을 때, 일 년에 꼬박 2번씩 해외여행을 가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싶었다.


 근데 다들 알지 않는가? 한국에서 일만 하다 보면 정말 죽을 것 같다. 어디라도 돌아다녀야 숨통도 트이고 병도 안 걸리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해외란 참된 교육의 장이다. 나의 견해를 넓히고 이 세상을 탐험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인데... 이것도 못하면 나 정말 힘들다!


 참고로 나는 나이 서른에 명품이 하나도 없다. 명품... 나도 갖고 싶다. 근데 명품백 하나 살 바에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 내 철칙이다. 그래도 내 삶에서 해외여행 외에 다른 과소비들은(명품, 차 등) 포기했으니까 나름 괜찮지 않을까...? 이것까지 허영심에 찌들었다고 하면 정말 곤란하다! 매달 쫌쫌따리 모은 돈으로 여름, 겨울 해외여행 한 번씩 갔다 오는 거고, 여행 끝나서 텅장되면 무지출 챌린지까지 하면서 알뜰살뜰 산단 말이다! 2030도 숨 좀 쉬고 행복하게 살자! 모든 2030 화이팅 :-)




<오늘 장소 리뷰>

*전에 이미 소개한 장소나 비추인 곳은 소개하지 않았어요. 궁금하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


1) Reform Cafe

https://maps.app.goo.gl/r35WD8CbZnR26AkY9?g_st=ic

 비건 조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Green Tiger House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친구와 둘 뿐이어서 더 다양한 음식을 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 시간만 된다면 몇 번이고 더 방문해보고 싶은 레스토랑이다.


2) 펀 포레스트 카페

https://maps.app.goo.gl/5tN9mBW25NfqDwEL8?g_st=ic

 여기 분위기 너무 좋고 음식도 다 너무 예쁘고 맛있다. 디저트를 못 먹어봐서 아쉽다ㅠ 두 번 세 번 가시길! 우리는 스무디볼, 똠얌꿍 스파게티, 어니언 수프를 시켰다. 어니언 수프는 그저 그랬으니 다른 것 추천! 똠얌꿍 스파게티는 너무 궁금해서 시켜봤는데 맛있었다ㅎ


3) 리사 타이 마사지

https://maps.app.goo.gl/9PFupLtbbr49ue887?g_st=ic

 나름 쾌적하고 기분 좋게 받았던 곳. 하지만 압이 세고 강한 걸 좋아하는 나에겐 8프로 부족한 느낌? 오일 마사지를 받았는데 향이 좋았다.


4) 치앙마이 토요마켓

https://maps.app.goo.gl/DrwgVwyd5RVb5ojq9?g_st=ic

 치앙마이 게이트에서부터 우아라이 보행자 거리를 따라 토요 시장이 형성된다. 되게 크고 사람도 무지막지하게 많다. 먹을거리도 다양해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사람 많으니 기 빨린다면 다른 시장들과 다를 바 없으니 패스해도 된다.

치앙마이 개이트 앞에서 먹은 볶은국수


 5) 란나 오리엔탈 호텔

https://maps.app.goo.gl/ZdJoFyRy68QFENjJ6?g_st=ic

친구와 3일 동안 머물렀던 호텔. 디럭스 룸으로 결제했는데 오래된 느낌은 있었지만 깔끔하고 좋았다. 조식은 별로라는 말이 있어서 안 했고, 근처에 있는 다른 맛있는 카페들을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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