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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Mar 21. 2024

인도가 뜨길 바래.

비나이다 비나이다

 대학에 입학 하기 전 엄마와 함께 하숙집을 구하러 서울에 갔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라서 그런지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겨울 추위는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사실 서울은 그때 난생 처음 온 거라 모든 것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하철도 신기하고, 티비에서만 보던 서울역 앞 붉은 대우빌딩에 압도당했다.


 학교 근처에 빼곡하게 집이 모여있는 하숙촌에는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마음에 들면 월세가 너무 비싸 감당이 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2인 1실로 정하고 처음 본 학교 선배와 방을 같이 쓰기로 했다.


그렇게 내키지 않는 대학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 가보니 자유로운 대학 생활이 너무 재밌었다. 학교 공부는 관심이 없었고 친구들과 술을 먹고 즐기기 바빴다. 남녀가 정말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밤 늦게 까지 학교 노천극장에서 자유롭게 얘기하고 노래 부르는 모습에 시골 촌놈은 그야말로 매료당했다. 학교 수업에 빠지는 건  마치 용감한 영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동기들은 수업을 가는데, 나는 다른 곳에 빠지기 일쑤였다.

 이렇게 1년을 보내니 F학점만 그득한 ‘학사경고’라는 성적표가 나왔다. 부모님이 알면 안 되니 부랴부랴 주소를 바꿨다. 당연히 입학 전 다짐했던 전과나 편입은 이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 방법이 없었다. 군대로 도망가는 수밖에.


부모님은 ROTC(학군단 장교)에 갔으면 하셨지만 그 성적에는 당연히 갈 수 없었다. 대신 ‘저는 군대 생활 빡세게 하고 싶어요!’라고 호기롭게 얘기하고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해병대를 자원하여 후다닥 입대했다.


상병쯤 되니, 제대 후 생활이 걱정이 되었다.

‘아, 어떡하지? 다시 가면 인도어과 졸업해야는데.. 인도가 딱 뜨면 좋을 텐데..’

예전에는 인도라고 하면 영적인 나라, 더러운 나라라는 뉴스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근무 초소에 쪼그리고 앉아 국방신문을 보다 인도 경제에 대한 특집 기사가 나왔다. 도대체 국방신문에 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BRICS라는 단어가 나오고, 인도가 신흥경제국이라고 떠들어댔다.뉴스에도 인도를 꿈틀대는 코끼리라고 비유하며 소식을 전했다. 2003년쯤 얘기다.


‘와, 이거 진짜 인도가 뜨는 거 아니야?’

‘이제부터라도 학과 공부 진짜 해볼까?’


마치 깜깜한 터널 속 한줄기 빛 같이 느껴졌다.


나중에 터득한 인생의 진리지만, 인도가 뜬다고 내가 뜨는 게 아닌데. 그때 인도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일체화했는지 모를 일이다.


암튼 그때부터 다시 가슴이 두근두근 대기 시작했다.

제대하면, 정말 정말 1년만 열심히 해보아야겠다고 수십 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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