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본거랑 다른데?
제대를 했다.
이제 어떻게든지 뜨고 있다는 인도에 대해 공부를 해야 했다. 마침 서점에 가니 인도 경제와 주목할 만한 인도 도시에 대한 신간이 나와서 덥석 집어 들었다. 그동안에는 여행이나 종교, 역사, 신화에 대해 다룬 책들 뿐이었는데, 이렇게 경제 관련 책이 나오다니 너무 반가웠다. 이런 류의 책이 나오다니 인도가 주목받고 있는 거라고 확신했다. 너무 희망차게 쓴 이 책을 100번도 넘게 읽은 거 같다.
이제 인도에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복학 전에 한번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2004년, 아버지를 도와드린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받은 돈 150만 원으로 가장 싼 중국 동방항공을 타고 인도로 떠났다. 타지마할, 갠지스강 등 여행지는 마음에도 없었고 도시에 가서 책에 사진으로 나온 휘황찬란한 높은 건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뭄바이, 델리, 하이데라바드, 벵갈루루 등 책에 소개한 유력 도시를 찾아갔다.
‘헐, 이게 머지? 책에서 본거랑은 다르잖아.’
책에 나오는 현대식 건물은 매우 일부였다. 거리는 더러웠고, 사람들은 낯설었다. 첫 번째 외국살인 데다가 힌디어 한마디도 못했고 영어도 서투니 멀 확인하고 배울 것도 없었다. 국제전화도 전화방에 가서 해야 했고 인터넷도 느리고, 메일 확인하려면 PC방에 가야 했다. 너무 낙후된 후진국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인도 도시를 돌다 보니 2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눈으로 보면 볼수록 실망감은 더해갔다.
‘무슨 이런 나라가, 경제 대국이야?.’
인도에 대해 한번 잘해보자라는 내 다짐은 점점 약해져만 가고 있었다.
그해 12월 크리스마스 다음날, 인도 남부 도시 첸나이에서 쓰나미가 발생했다. 강진 9.1이 발생하면서 인도에서만 17만 명이 숨진 인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벵갈루루에서 석사 공부를 하던 선배를 만나 쇼핑몰에 갔는데, 온갖 티비에서 쓰나미에 대한 뉴스만 흘러나왔다. 심각한 건지도 모르고 선배가 사준 피자를 먹으며 이틀 뒤 다음 행선지인 첸나이 기차표를 끊고 있었다.
얼마 후 피시방을 가니 'Urgent!!' 라고 적힌 메일이 하나가 와있었다. 열어보니 대학 친구에게 온 메일인데, 몸은 괜찮은지? 빨리 부모님께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일이지 하고 부모님께 전화하니 숨이 넘어가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은 거니? 몸은 다치지 않고? 당장 한국에 오렴! 당장!”
한국에서 인도에 쓰나미가 난 것을 크게 보도한 모양이었다. 인도에서 전화기가 없어서 내가 연락드리지 않으면 나의 생사를 아실 수 없으셨다. 게다가 인도에 지진이라니. 부모님은 온갖 걱정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주무셨다 하셨다. 결국 인도 오기 전 맡겨둔 나의 한국 휴대폰에 친구 전화번호를 찾아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신 거였다.
어쨌든 나는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했다. 쓰나미로 계획보다 빨리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2004년 그해, 결국 책에서만 읽은 발전하는 인도는 내가 눈으로 확인한 인도와는 달랐다. 아직도 먼 미래의 얘기 같았다. 그러니 인도가 싫어져야 하는게 맞는데, 이상하게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또 오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