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글을 아직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쓰기 어려우신가요?
신입 튜터 때 "왜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검토하지 않았을까?"라고 열변을 토하면서 첨삭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글쓰기 튜터를 지속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겉으로 보이는 띄어쓰기와 맞춤법 오류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독서 에세이를 읽으면 열에 아홉은 초중고 시절 관습처럼 배워 온 '독후감은 이렇게 써야 한다'의 형식을 띕니다. 첫 문단은 책을 읽게 된 동기 (책을 고른 이유), 그 다음 내용은 책의 줄거리와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것, 느낀 점 살짝 넣고 마지막 문단은 책을 읽은 후기와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지로 이어집니다. 저는 한 학기에 못해도 70명 이상의 글을 읽었는데 왜 다 비슷했을까요? 성별도, 태어나 자란 환경도, 자주 만나는 사람도 다를텐데 왜 다 똑같이 글을 쓸까요?
저는 그 이유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틀에 박힌 정답만 요구하는 한국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로봇처럼 문제를 분석하고 답을 찍었습니까. 시험 문제의 유형에 따라 정답을 맞추는데 치중한 지식 중심 교육 방식이 자기 생각을 담은 글을 잘 못 쓰는 학생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느낍니다. '동기-줄거리-후기'라는 글의 방식을 벗어나면 무엇을 써야 할지조차 몰라 헤매는 것은 물론이고, 정답이라 생각했던 형식을 벗어날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만약 독서 에세이 과제를 받고 정답을 몰라 한 줄도 써내려가지 못하는 학생이 저에게 온다면, '그래도 괜찮다. 그게 당연한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부족한 글이라도 '글'이라는 걸 써 보는 게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이라는 걸 꼭 강조하면서요. 글을 쓰려면 적어도 쓸 말이 있어야 하고, 쓰기 위해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거든요. 그렇기에 결과물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은 것이죠. 그래서 저는 세상에 안 좋은 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