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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가울 Jul 06. 2023

초여름, 휴직 전 그 계절이었다

바깥은 땡볕, 우리 인생은 순항 중

7월 초도 역시나 바깥은 땡볕이었고, 여전히 그런 날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하늘을 계속 바라봤다. ‘오늘은 비가 오는구나. 예상했던 것처럼 햇빛이 너무 따갑구나.’ 하며 중얼거렸다. 나를 존재하게 해 준 그 계절과 날씨에 나도 모르게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름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이라고 인지하면서.




요즘 바깥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해져 갔다. 강렬한 햇빛 아래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가, 갑자기 비가 내려 습한 기운이 감싸도는가 하면 어느 순간 그쳐 소강했다. 여름에 태어난 나는 또다시 이 계절에 마주하게 되었다. 장마 기간이 시작되면 내내 습기에 유독 민감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어서 그런지, 여름이 온다는 사실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인생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과 동일선상으로 둘 정도로 여름을 싫어했다. 아직 인생의 절반도 살아보진 않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어렴풋이 그려볼 때가 있었다. 사계절 중 유독 여름이 오면 그런 생각들이 문득 떠올랐다. 마지막 순간에 있다는 건, 온몸의 깃든 에너지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지 않을까 추측하면서. 일종의 상상력을 펼칠 때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으로 그다음 장면을 생략해 버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다음 계절을 맞이할 때가 오곤 했다.


곧 있으면 나는 다시 보건소로 돌아가게 된다.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복직을 하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쯤, 나는 매일이 고달팠다. 계속 고단했고, 그러다 보면 아무런 감정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일 년이 지난 지금, 생각보다 덤덤하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끼니를 간단히 때운 후에야 책상에 앉는 일과처럼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좋은 대가만 바라는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비로소 마음은 편안해졌다. 어떤 결과에도 좌지우지되지 않겠다는 평온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여유였다.


나는 그간 그 여유로움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내고자, 온 힘을 다해 이곳까지 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갓길로 도망쳐버렸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새로운 신호를 감지했다. 몸과 마음에 남은 크나큰 상처의 흔적을 지우라는 일종의 신호를 알아챈 이후에는 알 수 있었다. 내 안의 나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갈 수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고통도, 아픔도 어느 순간 치유되어 갔다. 회복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다시 온전히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만 같았다. 이 순간만큼은 나의 삶을 인지할 정도로 시야가 넓혀져 갔다. 누구는 인생이 짧았다 논하며, 다른 누군가는 아주 길었노라 평가 내릴 수 있는 마지막 단계를 건널 용기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그 순간, 그토록 싫어했던 여름을 다시는 못 본다는 사실에 안도감보다는 아쉬움이 든다면, 사실상 나는 지독히도 여름을 좋아한 게 아닐까. 어떻게 보면 여름과 나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애증의 관계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7월 초도 역시나 바깥은 땡볕이었고, 여전히 그런 날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하늘을 계속 바라봤다. ‘오늘은 비가 오는구나. 예상했던 것처럼 햇빛이 너무 따갑구나.’ 하며 중얼거렸다. 나를 존재하게 해 준 그 계절과 날씨에 나도 모르게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름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이라고 인지하면서.


이제는 여름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여름의 날씨에 익숙해져 갈 때쯤, 아마도 나는 그 계절을 사랑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서서히 나라는 존재에도 애정이 생겼듯이 그 변화는 조만간 찾아올 일만 남았다. 작은 선물을 내게 선사하듯, 그날그날 여건에 따라 립밤을 바꿔 바르기도 하고 머리를 풀거나 묶어보기도 한다. 일상 속 작은 변화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현재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나를 함부로 대할 당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시간은 현재 진행형이다. 매일의 시간을 소화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앞으로의 여정도 순탄해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싶었다.


온전히 나의 몫인 이 삶을, 한때는 절망적인 순간들로 가득했던 지난날을 위해서라도.



2023년 7월 7일 나는 다시 보건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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