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외과 다섯 번째 진료 : 수술을 다시 해야한다고?

2021년 5월 21일.

by 강진경

수술 후 12일째 되는 날.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주치의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휴대폰 문자로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주 월요일 수술예정이니 금식해야 하며 수술 전 준비사항들이 적혀있었다.


'난 이미 수술을 했는데? 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급히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량이 많아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았다. 수술이 잘못 된 것일까? 아니면 문자 메시지가 잘못 온 게 아닐까? 수십 번의 통화 시도 끝에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다. 상담원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문자가 잘못 간 것 같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휴, 그럼 그렇지. 깜짝 놀랐네. 이 병원은 무슨 이런 중요한 일을 실수를 한담?"

남편과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래도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 결과는 어찌 되었을까? 어떤 사람의 경우는 수술 하고 나서 암 타입까지 바뀐적이 있다고 하여 다소 긴장이 되었다.


'잘 되었을 거야. 아무 일도 없을거야. 내 타입엔 변함이 없을거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가 주치의를 만났다. 나의 주치의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수술을 다시 할 거에요. 다음주 월요일날. 조직 절단면에서 암이 발견되었어요."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지. 이제 겨우 수술 부위가 아물고, 몸이 회복되어가나 싶었는데 수술을 다시 한다고요?


"지난번보다 훨씬 간단한 수술이니 걱정마세요. 수술하고 당일 퇴원할거에요."


제거한 조직 절단면이 깨끗해야 하는데 아랫쪽 절단면에 암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혹시 남아있을 모를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다시 수술을 한다는 것이었다. 왜 처음부터 여유있게 많이 잘라내지 않은건지 묻고 싶었지만 주치의 앞에만 가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런 말도 못하고 나오기가 일쑤인지라 그런건 되묻지도 못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흔하지 않은 경우였고, 그냥 내가 재수가 없는 거였다. 암세포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수적인 의사는 좀 더 많은 부분을 떼어낼 테지만, 남아있는 가슴의 모양을 살리고 수술부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턱대로 많이 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의사도 신이 아니니까 의사를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재수술이라니.

그러나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원래 있던 침윤성 암이라고 했던 종양의 크기가 줄고, 상피내암5cm가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암 종류가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 나쁜 소식이지 않느냐고? 상피내암은 아직 전이 되지 않은 '착하고 순한 암'으로, 일명 제자리암이라 불린다. 흔히 말하는 '0기 유방암'이 바로 상피내암이다. 전체 유방암의 75~85%가 침윤성 유관암이며 암세포가 유관 내에서만 성장하고 밖으로 뚫고 나가지는 못한 상태를 '유관 상피내암'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상피내암은 침윤성암보다 약한 단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따라서 커다란 침윤성암인 줄 알았던 종양의 일부가 상당 부분은 상피내암이라는 소식은 불행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주치의는 침윤성암이라고 생각된 종양의 크기가 2.5cm에서 1.5cm로 줄면서 유방암 병기가 2기에서 1기로 내려간다는 설명을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감시림프절 전이가 1개 발견되었기 때문에 내 병기는 다시 2기로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유방암 기수는 종양 크기와 전이 여부를 합쳐 종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치의가 이렇게 설명을 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요동쳤다. 2기에서 1기, 다시 2기로.

결과적으로 나의 유방암 병기와 타입은 '2기. 루미날A타입'이 되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상대적이다. 처음부터 상피내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상피내암을 진단 받은 사실을 슬퍼할 것이다. 나처럼 처음부터 침윤성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침윤성암의 일부가 사실은 상피내암이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이를 다행으로 여긴다. 애초에 상피내암과 침윤성암을 같이 진단받았다면 그렇게 기뻐할 일도 아니었겠지. 현상은 같고 달라진 건 일을 알게 된 순서뿐인데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걸 보고, 다시금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음을 알았다.


주변에 재수술을 알리자 모두 수술이 잘 되지 않은 것에 위로를 표했지만 나는 재수술도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기쁜 마음으로 수술받자. 혹시 모를 암세포 따위. 다 떼어버리자."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입원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photo by Martha Dominguez de Gouvei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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