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이의 고백
역시. 소은이는 밤을 싫어한 게 맞았다. 아이의 입으로 밤이 싫었다는 고백을 들으니 한편으론 후련했다. 그래서 매일 밤마다 그렇게 목놓아 울었던 건가. 한편으론 이제는 밤이 조금 좋아졌다는 말이 위로가 되었다. 그 이유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긴 했지만. 책 읽기 좋아서 밤이 좋아졌다는 제법 어른 같은 아이의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 누가 보면 책을 엄청 좋아하는 줄 알겠네.
사실 아이가 밤마다 잠자리에서 책을 더 읽어달라고 조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정말 책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 자기 싫어서 책을 읽는 건지 알쏭달쏭하다. 책 읽는 게 진짜 재미있다면 낮이고 밤이고 책을 봐야 할 텐데 사실 낮에는 통 책을 보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아기일 때 혼자 책을 꺼내고, 스스로 책장을 넘기는 일이 많았다. 그때는 내가 한참 책 유아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기도 했다. 아이에게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에 책을 계속 바꿔주기도 하고, 도서관에도 많이 데리고 갔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어린이 도서관을 매일 드나들고, 그곳에서 책을 읽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는데. 내가 아프고 나서 자연히 책 육아와 멀어졌고, 지금은 잠자기 전에 겨우 책을 읽어주는 것이 독서 경험의 전부가 되었다.
그림책 육아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소은이의 말대로라면, 소은이는 밤에 책 읽는 게 재밌다는데 계속 밤에 많은 책을 읽어주면 되는 걸까? 표준치료도 끝나고, 일상을 회복하고 나니, 슬슬 책 육아에 대한 고민과 욕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때마침 책 읽는 것을 진짜 좋아한다는 소은이의 고백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다시 열심히 책을 읽어주는 엄마로 돌아가고 싶었다. <푸름 아빠 거울 육아>의 저자인 푸름이 아빠는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밤새 책을 읽어줬다지.
결국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3년 전 탈회했던 어린이 도서연구회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소은이가 13개월일 때, 어린이 도서연구회에 가입해서 1년 동안 활동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지극정성이었다. 갓 돌이 지난 아이를 데리고 그림책을 읽겠다고 그림책 모임에 가입하다니. 그때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다면, 계속 활동을 지속했을 텐데. 코로나로 대면 모임이 금지되고 나도 직장에 복직을 하면서 어린이 도서연구회를 탈회한 것이 지금 생각해도 아쉬웠다. 하지만 아이가 다섯 살이 된 지금이야말로 아이와 그림책을 도란도란 읽을 적기 아닌가.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그때 만난 분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환영해주고 반겨주셨다. 앞으로 어떤 그림책의 세계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두근거리고 설렌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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