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책쓰기 과정은 무엇인가?
원고 집필부터 출판사 선택까지
전반적인 책쓰기 과정을 논하기에 앞서 말하고 싶은 것은 책쓰기 과정에 수학처럼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통은 기획하기(주제와 콘셉트 정하기), 원고 쓰기, 수정과 퇴고, 투고의 과정을 거치며 그 이후에도 출판사와 계약하기, 책 출간, 홍보까지가 크게 보면 책쓰기 과정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글을 먼저 쓰고, 글에 맞는 출간 기획서를 만들 수도 있는 법. 순서가 달라졌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책쓰기 과정의 순서가 아니라 단계별로 얼마나 단단하게 그 과정을 밟았는가 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책쓰기 과정은 크게 보면 먼저 원고를 집필하고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혼자서 초고를 쓰는 부분과, 출판사가 정해진 뒤 출판사와 함께 원고를 수정하고 출판을 실행하는 부분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나의 경우 8개월 동안 혼자 원고를 썼고, 출판사가 정해진 뒤 책이 나오기까지 또 6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투고 후 책이 나오는 기간은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보통은 3개월 안에 책이 나올 것이라 했다. 내 책은 의사 선생님의 감수를 받으면서 의학적인 부분이 많이 추가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검토가 필요하여 생각보다 출간하는 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혼자 책을 쓰는 원고 집필 과정은 사람마다 순서가 조금 다를 수 있다. 보통 책 쓰기 강의나 책 쓰기를 다룬 책에서는 기획을 먼저 하고, 본문을 집필하라고 하는 편이다. 어떤 책을 쓸 지 주제를 먼저 정하고, 목차를 만든 후 본문 쓰기의 순서로 책 쓰기가 진행된다. 그렇게 원고가 작성되면 투고 후 마음에 맞는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편집, 교정 과정을 거친 후 출판을 하게 된다. 크게 보면 출판 후 마케팅, 홍보까지 책쓰기 과정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목차 없이 본문 쓰기를 먼저 진행하였다. 매일 일상에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썼고, 그 글들을 모아 목차를 다듬었다. 뼈대를 갖추고 글을 다시 보완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어디에 어떤 문장이 쓰여있는지, 한 번에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지겹도록 원고를 고치고서 드디어 책이 출판되었다.
출판사를 선택하는 과정 또한 출간 전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관문이었다.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고, 감사하게도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해주셨다. 출판사를 선택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 관계자분들과 만나며 많이 배우고, 얻었다.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힘이 들기도 했다. 초보작가인 내가 어떤 출판사를 만나야 보다 좋은 책을 세상에 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인세와 같은 계약조건은 차치하고, 출판사마다 내 책을 보는 관점이 다르고, 출간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마디로 이 책을 건강 실용서로 볼 것이냐, 감성 에세이로 볼 것이냐 의견이 분분했다. 그에 따라 예상 독자도 달라졌다.
건강 실용서로 출간하자는 곳은 예상독자를 유방암 환자로 한정하여 유방암 정보에 대한 내용을 더욱 추가하고, 유방암과 관련된 실용적인 정보를 더 넣어주길 바랐다. 유방암 환자의 필독서로 이 책이 자리잡으려면 좀 더 단단한 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사의 감수도 받고, 암과 관련된 전문 서적도 더 읽어서 암을 치유하는 지식적인 내용을 보완하자고 했다.
감성 에세이에 초점을 둔 출판사는 오히려 전문적인 용어 사용을 줄이고 감성을 건드리는 에피소드를 추가해주길 바랐다. 심지어 유방암 환자를 타깃 독자로 보지 않고 아예 일반인을 타킷으로 하자는 곳도 있었다. 병의 종류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공통분모로 하여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내 책의 본질로 삼자는 것이었다. 나 역시 내 책을 더 많은 독자가 읽는다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유방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구체적인 정보를 빼야 한다는 데 있었다. 유방암에 대한 너무 구체적인 정보는 일반인에게는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원래 목적은 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기에 굳이 하나를 택한다면 건강 실용서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건강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너무 위험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마치 국어 교사가 ‘지구과학’에 관한 책을 내는 느낌이라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공부를 많이 했어도 암에 관해서는 일반인에 불과하고 특히 진단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도 약점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의사선생님의 감수를 제안한 출판사를 선택했고, 오랜 노력 끝에 나의 바람을 담은 책이 세상에 출간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어떤 출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의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러므로 출판사를 선택하는 건 책 쓰기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임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꼭 고려해야 할 점은 출판사마다 조건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므로 나와 결이 맞는 출판사를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판사 뿐 아니라 나와 함께 할 편집자는 누구인지, 내가 생각한 기획 의도와 출판사가 추구하는 기획의도는 맞는지 등을 꼼꼼하게 맞쳐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