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진경 Nov 25. 2023

중학교 선택: 여중, 남중 VS 공학

어떤 중학교를 선택해야 할까 (1) 

 지난 글에서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님을 위해 중학교는 어떻게 배정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교육에 좀 더 관심이 있고, 열의가 있는 학부모라면 중학교 배정 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이미 아이를 어느 중학교에 보내야 할 지 고민을 끝마쳤을 거예요. 앞에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중학교 배정 방식은 관할하는 교육지원청에 따라 방식이 달라서, 어떤 경우에는 6학년 때 미리 이사를 가도,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중학교 입학까지 조금 여유가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중학년 부모님을 대상으로 어떤 중학교를 선택하면 좋은지 중학교 선택 기준에 대한 글을 적어볼까 해요!



여중, 남중 vs 공학 어디로 가야할까요?


 학군을 위해 따로 이사를 가지 않고,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중학교를 선택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많은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성별에 따른 고민입니다. 같은 학군지 내에서 학교의 수준이 비슷하다고 했을 때, 여학생이라면 여중과 공학 사이에서, 남학생이라면 남중과 공학 사이에서 어떤 학교를 갈 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바로 아이의 성향입니다. 


 이 시기 여자 아이들은 교우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친구와의 갈등도 첨예합니다. 싸우고 삐지고 토라지고 다시 화해하고 친구가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요. 따라서 만일 내 아이가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라면 여중보다는 남녀 공학을 추천하고 싶어요. 여중에 가서 여자 아이들끼리 있는 것보다 공학에서 남자 아이들과 섞여서 감정적으로 좀 더 편안하게 사춘기를 보낼 수 있거든요. 또 이 시기의 여자 아이들은 경쟁심도 굉장히 심한 편이라서 경쟁심이 많거나, 친구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라면 여중에 가면 힘들 수 있어요. 이에 비해 정서적으로 무던하고,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아이라면 여중에 가서 더 즐겁고 편안하게 학창 시절을 보낼 수도 있겠죠. 또 공부에 욕심이 있거나, 학업 분위기가 특히 중요하거나, 여자 아이들만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남녀 공학보다 여중이 좀 더 적합할 수 있고요.


 한편 남자 아이의 경우는 어떨까요? 남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보이지 않는 힘과 권력으로 서열을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이런 것에 예민한 아이라면 공학에서 여자 아이들과 섞여 지내는 편이 수월한데요. 특히 남자 아이들끼리 몸싸움을 하거나 거칠게 노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라면 남녀공학을 보내는 게 좋아요. 오래 전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만난 학생의 예를 들어볼게요!


 유난히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을 힘들어하던 남자 친구(A)가 있었어요. A는 그 당시 남자 친구들이 많이 하는 욕설이나 몸싸움, 장난 등을 유독 싫어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지나가며 욕을 하는 것에 깜짝 놀라고, 몸싸움이라도 벌어지면 기겁을 하는 착하고 순진한 학생이었죠. 물론 모든 남학생이 거칠고 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A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종종 발생하는 그런 류의 사건들을 힘들어했어요. 다행히 여자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점차 학교에 적응해나갔고, 특유의 부드럽고 다정한 성격으로 얼마 뒤에는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져 나중에는 학교 생활을 아주 잘 하게 되었답니다.

 제게 국어 수업을 듣던 B도 그런 친구였어요. 아주 감수성이 섬세하고 예민한 남자 친구였는데, 관찰력과 표현력이 남다른 아이였죠. 이 친구도 남자 친구들보다는 여자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리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 나갔어요.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아서 처음에는 친구들 앞에 나서지 못했지만, 여자 친구들과 잘 소통하며 나중에는 학급의 임원까지 하게 되었죠. 제게 아기자기한 편지도 잘 써주고, 정이 많았던 친구라 아직까지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미소를 짓게 됩니다.

 학생들 가운데는 이 학생들처럼 때론 여자 아이들보다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성향의 남자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성향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남중보다는 남녀 공학이 더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겠지요. (몰론 언제나 그렇듯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경향을 말하는 거에요!) 하지만 반대로 이 시기에 여자 아이들을 대하는 것을 특히 어려워하는 남자 아이들도 있어요. 여자 아이들과 말을 하거나, 어울리는 것을 불편해하고, 어색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오히려 남중에서 남자 아이들끼리 지내면서 더 활발하게, 학교 생활을 잘 할 수도 있습니다. 여자 아이 역시 남자 아이와 대화하는 걸 싫어하는 아이라면 굳이 공학에 보낼 필요가 없고요. 물론 남녀공학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이성과 어울리고, 이성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해나가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아이의 성향이 더 우선시되어야 하며, 이성 친구와의 관계는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여중, 남중 그리고 남녀공학 가운데 어떤 중학교를 선택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이 때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내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으며, 어떤 환경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학교에서 더 행복한 학창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부모가 보내고 싶은 학교와 아이가 가고 싶은 학교가 다르다면,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보시길 바라요! 예를 들어 부모는 학업 분위기가 좋기로 소문난 여중에 보내고 싶은데 아이는 여중의 분위기와 문화가 싫어서 부모와 의견이 대립될 수 있는데요.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성향과 의견이라는 점 잊지마세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흔히 하는 실수가 아이의 성향에 대한 고민 없이 친한 친구를 따라 중학교를 선택하는 것이에요. 아이의 의견을 너무 존중해주다보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학교급이 바뀌다 보니, 낯선 환경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할 것이 두려워 친한 친구가 가는 학교를 따라 간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러나 의외로 아이들은 금방 친구를 사귀며, 초등학교 때 친하다고 해서 중학교 때 계속 친하다는 보장이 없어요. 어제 친해도 오늘 돌아설 수 있는 게 이 시기의 아이들이거든요. 따라서 친한 친구가 간다고 해서 그 학교를 무작정 따라 가는 것은 금물! 만일 아이가 친구를 따라 그 학교에 진학한다고 한다면, 일단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그 학교가 아이의 성향에도 맞다면 정말 좋겠지만 만일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는 학교라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전 02화 중학교 배정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