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데 학부모 상담을 가야 할까요?
학부모 상담 시리즈 (1)
3월, 학기 초가 되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 상담주간을 공지하고, 담임교사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합니다. 보통은 가정으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면 학부모가 학교에 방문하여 상담을 할 수 있는 날을 체크하여 회신을 하고, 교사는 일정을 조율하는데요. 그러나 생각보다 학부모 상담을 신청하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직장 생활을 하면서 따로 시간을 내어 오기가 힘들기도 하겠지만, 시간이 될 경우에도 특별히 상담을 할 내용이 없으면 굳이 학교에 방문하여 상담을 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실제로 학기 초에는 담임 선생님께 별로 할 말이 없기도 하고, 막상 학부모 상담에 가더라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부담스럽고 막막하기 때문이겠죠. 또 초등학교 때와 달리 중학교는 자녀 스스로 잘해나갈 거라는 믿음과 학교에서 부모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생각에 굳이 상담을 오지 않으시기도 하고요. 하지만 학부모 상담, 이대로 정말 안 가도 괜찮은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부모 상담에 가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학부모님들의 기대와 달리 학생들은 사춘기를 겪으며, 초등학교 때 잘하던 아이도 오히려 중학교에서 적응을 잘 못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의 경우 학생도, 학부모도 학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부모님이 학부모 상담 때 오셔서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2학년,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경우에 담임 선생님이 원래 알던 분이라면 상황이 조금 다르겠지만 대부분 학교에서는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학부모 상담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뵙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원래 알던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그 아이를 연임해서 맡는 게 아니라면, 아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선생님과 만나 소통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솔직히 교사 입장에서 학부모님이 많이 오시면 상담 일정을 짜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를 위해서 학부모 상담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학부모와 교사는 아이를 사이에 두고,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이자 파트너이므로 서로 협업하는 것이 중요한데, 학기 초 이루어지는 학부모 상담은 서로가 인사를 나누고 소통을 시작하는 첫 단추가 되기 때문입니다. 상담은 그야말로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과 협력의 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히 학기 초에 실시하는 상담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자녀를 1년 동안 책임지고 지도할 담임교사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핵심 통로가 됩니다. 그럼 결국 학생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상담이 발판이 되어 제대로, 제때에 학생을 지원할 수 있게 되죠.
여기까지 읽으시면, 상담을 가긴 가야 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가야 상담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실 거예요. 지금부터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학기 초 학부모 상담은 선생님께 우리 아이에 대한 얘기를 들으러 가는 게 아니에요. 부모님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지, 공부는 잘하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시겠지만, 3월은 사실 그러한 것들을 다 파악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죠. 물론 상담 주간이 언제냐에 따라 담임 선생님이 아이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파악이 어렵습니다. 특히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달리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조례와 종례 시간, 그리고 자신의 교과목 시간에 한정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럼 이 시기 학부모 상담은 왜 가는 걸까요? 바로 담임 선생님께 우리 아이에 대한 정보를 드리러 가는 거예요.
학교마다 상담 주간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상담을 실시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 전, 제가 처음 교사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저희 학교는 가정 방문을 실시했는데요. 집집마다 담임교사가 방문을 하며 부모님을 만나고, 가정환경을 파악하여 혹시나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상담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특이사항을 공유하고, 학생의 학교 생활 적응을 돕는 기초 자료로 활용하였습니다. 너무나 정신없이 바쁜 3월 초에 굳이, 학부모 상담 주간을 잡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빨리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서인 것이죠.
그러므로 학부모 상담은 선생님께 우리 아이에 대한 얘기를 듣는 게 아니라, 학부모가 우리 아이의 정보를 공유하러 가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전환하시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이렇게 생각을 전환하신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학기 초 상담은 상담을 주도하는 것이 교사가 아니라 학부모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시면 됩니다. 즉,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실지 기다리기보다 부모가 아이에 대해 선생님이 아셔야 할 내용들을 중점적으로 말씀드리면 됩니다. 그러려면 무조건 상담에 가기보다는 먼저 내 아이를 돌아보고, 파악이 되셔야겠지요?
상담에 가시기 전에 아이의 장단점, 교우관계, 학습태도, 특이사항 등을 미리 정리하신 뒤 상담 시간에 말씀해 주시면 좋습니다. 선생님이 물어보기 전에 주도적으로 말씀을 해주셔도 괜찮아요. 이때 혹시나 아이의 안 좋은 부분을 미리 얘기해서 선생님이 선입견을 가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사는 전문가입니다. 생각보다 부모님이 말씀하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말씀하신 것을 참고로 하되 선생님의 눈으로 다시 아이를 관찰하고 객관화된 시각으로 판단할 것이니 그런 염려는 내려두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