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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자전거 타러 나와서 너무 행복해

밤마실

by 강진경
밤마실

밤에 이웃이나 집 가까운 곳에 놀러 가는 일.
‘마실’은 ‘마을’의 방언이었으나 2015년 12월 국립국어원에서 ‘이웃에 놀러 가는 일’의 의미에 한하여 표준어로 인정된 단어이다.


나는 마실, 특히 밤에 마실 가는 것을 좋아한다.


광교에 이사 오고 가장 좋은 건 마실 가듯 걸어서 호수공원을 산책할 수 있다는 것과 집에서도 예쁜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엄마, 오늘은 자전거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싶어!"

"그래, 가자!"


늦은 저녁을 먹고, 자전거를 타러 가자는 아이의 말에 흔쾌히 밤마실을 떠났다. 어차피 이 아이는 밤 12시까지도 눈이 반짝이니까 밤 9시는 우리에게 그다지 늦은 시간이 아니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호숫가 길을 따라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종종 빠른 걸음으로 보조를 맞추고.

가끔은 숨이 턱에 찰 만큼 뛰기도 해야 했다.


한 차례 달리기 시합을 마치고 아이가 나를 보며 웃는다.


"엄마, 엄마랑 자전거 타러 나와서 너무 행복해."


순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러고 보니 소은이가 자전거를 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난가을을 마지막으로 겨울엔 추워서,

봄엔 학교 적응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자전거는 생각도 못 했었다.


그런데 그 사이 아이는 훌쩍 자랐고,

어느새 자전거가 아이에게 작아 보였다.


언제 이렇게 큰 걸까.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그동안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아이와의 반짝이는 순간들.


그 순간들을 다시 기록해 나가야겠다.


소은아,

엄마는 네가 행복할 때 가장 행복해.

우리 앞으로 이렇게 자주 밤마실 가자.

자전거도 타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너와 나의 다시 오지 않은 시간들을 써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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