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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경 Jan 23. 2022

엄마, 낮인데 왜 달이 있는 거야?

다섯 살 꼬마 과학자를 키우며

 어린이집이 끝나고, 문화센터를 가기 위해 소은이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창 밖을 보고 있던 소은이가 문득 내게 질문을 던졌다.


S: 엄마 저기 달님이 보여요! 낮인데 왜 달이 있는 거야?

M: 달님이 원래 낮에도 밤에도 있는데 낮에는 님이 너무 밝아서 밤에 더 잘 보이는 거야.

S: 우와, 그렇구나. 그럼 달님보다 해님이 좀 더 센 거야?

M: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오늘은 님 빛이 좀 약해서 낮에도 달이 보이는 건가 봐!

S: 그럼 밤에는 님이 집에 가서 달이 잘 보이는 거야?

M: 응, 그렇지.

S: 님이 있으면 낮이고, 님이 없으면 밤인 거예요?

M: 맞아, 님이 뜨면 아침이 되고, 님이 지면 밤이 되는 거야.

S: 그렇구나. 엄마, 그런데 달은 왜 모양이 볼 때마다 달라요?


 점점 질문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5살이 벌써 이런 것이 궁금하다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마음에 대견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난처한 상황. 난 재빨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달이 모양이 변하는 이유가 뭐였더라? 달의 자전? 지구의  공전? 용어들이 뒤섞여 머릿속을 떠다닌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재빨리 소환해보지만 벌써 20년도 더 지난 기억이다. 게다가 과학적으로 맞는 답을 해야 할지, 아이의 상상력에 맞게 창의적인 답을 해주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M: 그건 달이 우리가 사는 지구 주변을 돌기 때문이야. 원래는 달이 동그라미 모양인데 빛이 가려지면 안 보이는 데가 생기는 거야.

S:그렇구나.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아이에게 답을 해주었다. 운전을 하랴, 소은이에게 답을 하랴, 엄마는 멀티태스킹을 해야 한다.


S: 엄마! 달이 우리를 따라와요!

왜 계속 따라오는 거야?

M: 그건.. 소은이가 좋아서 달이 따라오는 건가 봐!


 , 이것이 나의 한계인가. 달은 대체 왜 우리를 따라오나. 살면서 나는 한 번도 궁금하지 않은 질문들을 소은이는 해댄다. 어쩌면 나도 소은이만 한 때, 이런 것들이 궁금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질문들을 했다면 우리 엄마는 뭐라고 답을 해주셨을까?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궁금하다. 어른이 되면 결코 궁금하지 않은 질문들이 아이에게서 쏟아진다. 달이 왜 나를 따라오는지, 달이 왜 낮에도 보이는지, 낮과 밤이 왜 생기는지.


 아이들은 '꼬마 과학자'라는 말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한다.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소한 현상도 아이들에겐 탐구의 대상이다. 이렇게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왜 학교에만 입학하면 질문이 사라지는 것일까. 유아기에 '왜?'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이 점점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다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 그리고 아이들의 이런 질문에는 어른들이 어떻게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 걸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최승필의 <공부머리 독서>에서는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시기를 놓치지 말아 한다고 얘기한다. 아이는 영유아기에 호기심을 해결했던 방식 그대로 나중에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내 상황에 대입해 본다면 아이가 달이 왜 우리를 따라오냐고 질문했을 때 "글쎄, 달이 왜 우릴 따라오는 걸까? 우리 달 책 찾아보러 도서관에 가볼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경험을 가진 아이는 호기심이 생길 때면 스스로 책을 찾아보고 싶어 하게 된다고 한다. 이걸 보면 아이의 질문에 부모가 정답을 얘기하는 것이 그리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질문에 반응해주는 것, 그 질문을 해결하는 방식을 아이가 주도적으로 찾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이가 계속해서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부모가 해주어야 하는  핵심적인 역할 같다. 그런데 그러려면 어느 정도 과학적 지식이 있어야 아이의 질문에 그때그때 반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모든 질문에 "책을 찾아보자."라고 일관되게 답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나는 극단적인 문과 성향을 가진 엄마이지만 아이는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엄마인 나도 자연현상에 관심을 갖고 아이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아이가 던진 질문을 정리하여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다음에 아이가 같은 질문을 하면 이 내용을 참고해서 이해하기 쉽게 대답해줘야겠다. 아이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기 때문이다.


낮에도 달이 보이는 이유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반사하여 보이는데 낮에는 태양빛이 너무 강해서 잘 볼 수 없다. 달이 항상 같은 시간에 뜨는 것은 아니다. 달이 지구를 도는 공전 속도와 지구가 도는 자전 속도가 달라서 매일 달이 뜨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은 하루에 50분씩 늦게 뜬다. 항상 밤에 뜨는 건 아니고 어떤 때는 해와 같이 떠서 같이 질 때도 있는데, 이때 햇빛이 약해지면 낮달이 보인다.


낮과 밤이 생기는 이유

 태양은 원래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태양이 왜 아침이면 떠올랐다가 저녁이 되면 사라지는 걸까? 그것은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 씩  스스로 돌기 때문이다. 지구가 돌면서  태양이 비치는 쪽은 낮이 되고, 태양이 비치지 않은 쪽은 밤이 된다.


 달의 모양이 변하는 이유

 달의 모습은 태양이 달을 비추는 부분이 우리에게 보이는 것으로, 달이 지구를 공전하면서 달의 위상 변화를 만든다. 만약 태양이 지구의 뒤쪽에서 달을 비출 때는 보름달로 보인다. 하지만 달이 다른 위치에 있으면 우리는 태양이 비추는 달의 모든 부분을 볼 수가 없어 위상이 변한다.


자동차에서 달이 우리를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달이 지상의 풍경에 비해 매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에서 38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이는 지구 30개를 일렬로 늘어놓은 길이에 해당한다. 지구의 끝과 끝에서 달을 보면 달의 위치 차이는 아무리 커봐야 손가락 한 개 폭 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리가 지표면을 아무리 고속으로 이동해도 육안으로 보는 한, 달은 계속 같은 방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과학 공부를 하고 나니 결코 내용이 쉽지 않다. 과연 이러한 내용들을 내가 아이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의문도 생긴다. 이래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책이 필요한 거구나. 그간 아프다는 이유로, 또 내 책 쓰기에 바빠 아이 책 읽기에 소홀했던 것이 새삼 미안하다. 엄마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엄마도 인간인지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모처럼 아이에게 읽힐 과학 책을 살펴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엄마표 과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부디 꼬마 과학자의 호기심이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세상에 대한 흥미와 탐색을 그치지 않기를 빌어본다.


(photo by  Silas van Overee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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