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_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은 ssg의 이 광고들은 에드워드 호퍼 그림의 오마주들입니다. 호퍼의 작품 속 인물과 구도 등을 그대로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작품들을 혼합하고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1882년, 미국 뉴욕주의 나이액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생활하고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입니다. 주로 뉴욕의 거리, 그곳의 건물, 그 건물의 실내,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어요. 미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작가로 1920대부터 미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미국 사회를 간단히 살펴보면, 1차 세계대전이 지난 후에 급격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고 산업화, 도시화, 기계화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1920년대 말에는 미국 주가가 폭락하면서 경제공황이 발생했어요. 그리고 30년대 말 또다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혼란했던 당시의 상황을 보면 그때의 사람들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을지 조금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호퍼는 작품을 통해서 바로 그 시대의 익명의 현대인 혹은 작가 자신이 겪는 소외, 고독, 우울한 감정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텅 빈 상업시설들, 황량한 자연 속에 덩그러니 솟아 있는 주택들, 그리고 그 안의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당시의 시대상이 드러나며 호퍼만의 고유한 화면을 통해서 더욱더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호퍼의 작품은 앞에서 보셨던 광고뿐만 아니라 영화나 패션 사진, 시트콤, 애니메이션 등 꽤 많은 것에서 오마주, 패러디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의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입니다. 빈 태생의 1952년생 구스타프 도이치는 영화감독이자 음악, 회화, 필름, 사운드를 이용한 미디어 아티스트이기도 해요. 그는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에서 호퍼의 작품 13점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이 영화 역시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셜리를 통해서 경제공황, 제2차 세계대전, 매카시즘, 인종차별 문제 등을 겪고 있는 미국의 모습,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내면의 고독감, 상실감, 소외감 등을 보여주고 있어요. 호퍼의 작품을 재현한 것인 만큼 이 영화의 영상미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요. 단지 외형적인 구조나 형태뿐만 아니라, 호퍼의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까지 포착해서 재현해낸 도이치 감독의 또 다른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퍼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입니다. 이 작품은 정말 많은 것에서 오마주, 패러디되고 있죠. 심슨, 슈퍼맨, 베트맨, 스타워즈, 최후의 만찬, 맥도널드, 스타벅스…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들로 만나볼 수 있는 호퍼의 작품들은 미국, 유럽, 그리고 국내와 중국, 일본 등의 대중문화에서 여전히 오마주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호퍼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오마주, 패러디되고 있는 까닭은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소외, 고독, 우울한 감정들이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역시 유효한 메시지를 강하게 남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