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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우울이 물들까 봐 망설였다.

6장. 일상에서 발견한 감사

by 코지한울

"감사하다!!"


아흔이 넘으신 할아버지께서 우렁찬 목소리로 만날때면 우리에게 건네시던 인사였다. 외갓집에 들를 때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듣는 그 한마디는 묘하게 따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세상의 근심이 잠시 내려앉는 듯했다. 지금은 하늘에 계시지만, 그때 받은 감사의 마음은 내 안에 고요히 남아 있다.

나는 그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하며 살아간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큰 감사를 배우곤 한다.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 아이들의 눈망울은 나를 붙잡아 세운다.


“엄마 요리 맛있어.”
“엄마 글 잘 써.”
“엄마 예뻐.”
사소한 말 같지만, 그 안엔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그 말들 속에서 내가 누군가의 엄마이고, 무언가를 책임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존재감을 넘어 책임감을 부여하는 건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하루는 없다.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안전한 집에서 아이들과 밥을 먹는 평범한 순간조차 얼마나 큰 축복인지 우리는 쉽게 잊는다. 부족한 것, 가지지 못한 것에 마음을 쏟다 보면, 이미 가진 것들의 소중함은 흐려진다. 하지만 오늘이 내 남은 날들 중 가장 젊은 날이자 어쩌면 마지막 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하루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돌아보면, 감사하지 않은 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너무 익숙해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현관 앞에서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강아지, 오후 햇살이 방 안을 채우는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내 삶을 붙들어 주는 기적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감사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며, 이미 곁에 있는 것들을 새삼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도 눈을 뜨며 감사하고, 아이들이 부르는 엄마라는 호칭에 감사한다. 그 소박한 마음 하나로 하루를 지탱한다.


그리고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도 감사가 조용히 내려앉기를.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하루의 끝에 스스로에게 속삭일 수 있기를.


오늘도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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