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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우울이 물들까 봐 망설였다.

7장.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

by 코지한울

어릴 적부터 나는 몸이 약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불안한 환경 속에서 자란 탓인지, 장도 약하고 위도 늘 쓰렸다. 작은 일에도 쉽게 긴장했고, 눈치가 빨라서 먼저 분위기를 살피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었다. 마음이 불안하니 몸도 늘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빠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요가원을 운영하셨다. 나는 금수저가 아니라, 요가의 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이었다. 그래서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운 적은 없었다. 유연성은 늘 상위권이었고, 그래서인지 춤을 추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내 몸을 기둥 삼아 버텼고, 다시 일어설 힘도 거기서 길어 올렸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 모든 게 달라졌다. 예전처럼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눕고 싶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었다. 결혼 초기 심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이 생겼고, 아이를 돌보느라 늘 잠이 부족했던 탓에 내 몸은 점점 굳어갔다. 출산 전의 몸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서서히 두려움처럼 다가왔다. 몸이 무너지니 마음도 같이 무너졌다. 거울 속의 나는 낯설고,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심연으로 숨어들었다.


한동안은 그저 버티는 게 전부였다. 엄마로서 해야 할 일들은 끝이 없고, 나 자신을 돌볼 겨를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 자기 몫을 챙길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시선이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내 몸과 마음을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나는 다시 요가 매트 위에 섰다. 처음에는 몸이 너무 뻣뻣해서 마음까지 더 우울해졌다. ‘이제 나는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빠른 변화를 바라지 않기로 했다. 아이를 키울 때 그렇듯, 나를 돌보는 일도 느리고 꾸준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단기간의 다이어트 대신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 요가와 달리기였다. 숨을 고르고, 땀을 흘리고, 근육이 조금씩 풀리는 순간마다 마음도 따라 풀렸다. 몸이 유연해지니 마음도 금세 유연해졌다.


예전 같으면 억눌렀을 감정도 요즘은 조금 다르게 대한다. 울고 싶으면 잠시 울어버리고, 힘들면 쉬어간다. 완벽하려 애쓰지 않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졌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몸과 마음이 결국 같은 거울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마음이 힘들면 몸이 굳고, 몸을 돌보면 마음도 숨통이 트인다.


삶은 생각보다 길고, 또 생각보다 짧다. 그래서 이제는 내 몸을 함부로 다루지 않으려 한다. 건강한 몸이야말로 내가 살아내야 할 날들을 지탱해 줄 든든한 기둥이니까. 몸을 돌보는 일은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이자, 내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사랑을 건네는 일이기도 하다.


내 몸은 내가 살아온 세월의 기록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발판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숨을 고른다. 오늘도 내 몸을 돌보고, 그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본다.


이제는 안다.

내 몸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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