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정리

우리가 마크 저커버그는 아니잖아요

by 속눈썹

큰마음 먹고 현관을 갈아엎었다. 일단 신발장 문을 열고 얼기설기 뒤섞인 신발들을 다 꺼냈다. 정처 없이 놔 뒹구는 우산도 꺼내고 서랍장은 아예 통째로 꺼내버렸다. 신발장 위를 장식하던 액자도 모조리 수거했다. 그리고는 먼지를 제거하려고 바닥에 깔아둔 인조잔디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는데...이 녀석 내가 아무리 봉창 두드리듯 쳐도 먼지가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너는 이만 아웃!

신발장 안에서 색깔만 다를 뿐 같은 디자인의 운동화 4켤레를 발견했다.

"혹시 당신이 마크 저커버그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는 남편에게 농을 던지며 이렇게 같은 물건이 많을 필요가 있냐는 말을 돌려 깠다. 남편은 자기 신발이 이렇게 많았냐며 다소 놀라했는데, 나와 달리 쿨하게 “그거 다 버려. 예전에 신던거야. 지금은 하나밖에 안 신어.” 하는 거다. 와- 나처럼 몇 년을 버리는 일로 끙끙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내 남편처럼 있는 줄 몰라서 안 버렸던 사람도 있다니. 왠지 지는 느낌은 뭘까. 어쨌든 그래서 내 운동화 1개, 남편 운동화 7개를 버리고 잘 접히지 않는 장우산도 하나 버리고 할머니가 쓰셨다는 지팡이(경로당에 갔다드릴까?)와 레트로틱한 전기파리채를 처분했다.

생각보다 내 물건이 아니면 잘 버리는구나. 내 물건은 환경이 어쩌고 쓸모가 어쩌고 하면서 절대 내놓지 않으면서 타인의 물건은 가감 없이 처분하는 나의 이중적 모습에 조금 놀랐다.

"있잖아. 내 생각엔 현관엔 액자 3개 정도만 있어도 될 것 같아."

남편이 긴장한 듯 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제발 액자 수를 줄여달라는 의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쿨하게 말했다.

"액자 1개만 놓을 건데."

약간 놀란 듯한 남편. 움화화화 나 미니멀리스트라고!

현관은 나가고 들어오는 통로다. 이 통로에 번잡함이 없어서 뭐든 나가고 들어오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 마음이라도 드나듬에 어려움이 없어서 고립되고 매몰되지 않게 자주 환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위해서 오늘도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현관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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