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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Jan 07. 2025

코타키나발루 여행 20일(7)

눈탱이 맞기

오늘은 투어 없이 쉬기로 한날이라 아침이 여유롭다.

게으름을 피우다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트니 약하게 흐르던 물줄기가 끊기고 만다. 
샤워를 멈추고 딸아이를 불러 샤워기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하니 샤워기 꼭지를 틀지 말고 온수기에 달려 있는 꼭지를 틀어야 한다며 이곳 샤워기 사용법을 설명해 준다.
딸아이의 말대로 샤워기를 잠그고 온수기 꼭지를 틀자 물이 시원하게 쏟아진다.  


늦은 아침으로 현지 식당에서 토스트를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인을 위한 저렴한 숙소가 많고 카페 옆 작은 상점에는 아기자기한 수제품들이 가득하다. 

100% 현지인이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2층에도 좋은 물건들이 많으니 구경하라고 한다.

이런 스타일의 상점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 역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참을 둘러보다 특이한 색상의 벙거지 모자를 발견해 써 보니 작다. 
가격도 마음에 들고 색상도 특이해 시니어 모델 무대에 선보이고 싶은데 적당한 사이즈가 없다.
근처 직원에게 큰 사이즈를 요구하자 공급처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후 다른 사이즈는 공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딸아이는 아내와 주위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몇 점을 구입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과일점 앞을 지나던 딸아이의 발걸음이 멈추자 주인인듯한 노인 한 사람이 나와 정답게 말을 건다. 

옆 가게 마사지 숍에 관심을 보이자 문을 열고 안쪽을 보여준다. 
과일 집 앞에는 여자 손님이 두리안을 맛있게 먹고 있다.
 

먼저 점심을 먹고 가는 길에 과일을 사겠다고 하니 흔쾌히 그러라 한다.  

쌀국수와 꼬지로 점심을 먹고 마사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좁은 공간에 발 마사지 의자가 놓여 있고 반대편에는 전신 마사지용 침대 3개가 놓여 있다. 
 

두 사람이 발마사자를 받겠다고 하자 여자 마사지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5분이 지나자 선글라스에 잠바를 입은 남자가 들어와 내 앞에 앉아 발마사지를 시작하고 여자 마사지사는 딸아이 발 마사지를 시작한다.  


남자 마사자 사는 우리가 부산에서 왔다고 하자 대단히 반기며 자신은 부산을 좋아하고 꼭 한번 가보고 싶다며 호감을 표한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마사지 가게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곳 가격이 이곳보다 1.5배 비싸다며 그곳의 가격을 알려준다.  

이곳 마사지 가게는 작고 깨끗하지 않아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인기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나름 시원한 에어컨에 가격도 저렴해 다음에 전신 마사지받으려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문을 나선다.  


마트에서 생닭을 사 숙소에서 백숙을 해 먹자는 나의 생각과 달리 딸아이는 해산물을 먹고 싶다며 검색해 둔 식당을 소개한다. 

이런 경우 딸아이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항상 옳았기에 택시를 타고 해산물 식당으로 향한다.  


널찍한 중앙 광장 주위로 식당이 들어서 있고 한쪽 대형 수족관 안에는 다양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누가 보아도 좋은 해산물을 파는 곳임을 알 수 있다. 
큰 홀을 안쪽 방으로 들어가니 주위가 온통 한국 사람들이다.  


이 식당은 크게 두 개의 홀로 나누어져 있는데 문 앞에 자리한 홀에는 중국인, 안쪽 홀에는 한국인으로 구분해서 앉히는 모양이다.  

게와 새우 요리에 모닝글로리 그리고 볶음밥을 주문하니 테이블에 맛있는 음식들로 가득하다. 
20링깃에 타이거 맥주를 주문하니 큰 사이즈의 병맥주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는다.

갑각류를 유난히 좋아하는 딸아이와 달리 나는 갑각류 먹는 것을  귀찮아 하지만, 맛있는 해산물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빈 껍질이 수북이 쌓인다.  


저녁을 먹고 필리피노 마켙쪽으로 걸어가니 도로는 차들로 붐비고 시장 내에도 사람들이 많다.

시장 왼쪽 입구에 위치한 망고가게 앞에는 오늘도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다.

반대편 끝에 이르자 젊은 남자애가 망고를 잘라 한쪽은 딸아이에게 건네며 맛을 보라 하고 다른 한쪽은 나에게 건넨다.
 

망고를 베어 무니 입안에 신선한 망고의 향기가 퍼지며 달콤한 맛이 전해진다.

딸아이도 만족의 눈빛을 보여 오던 길을 돌아가 가격을 물으니 kg당 23링깃, 2링깃을 깎아 21링깃에 망고 1kg를 사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잘라 숙소로 향한다.


숙소 근처에 간식거리를 구하려 들른 몰내부에 위치한 마트, 입구에는 잘 익은 망고가 산처럼 쌓여 있고 가격표가 붙여 있다.

‘8.90/kg’

21링깃에 사서 무겁게 들고 온 망고가 이곳에서는 반 가격도 안 한다.  

옛말에 아이들은 넘어지고 싸우면서 큰다고 했다.
동남아 여행은 이렇게 눈탱이를 맞아 가면서 배운다 생각하니 적은 수업료로 좋은 공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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