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투어
드디어 투어 시작, 차량이 들어온 반대편 계단으로 올라서 구명조끼를 받아 들고 배위로 오른다.
‘멤바굿 반딧불과 망그로브 크루즈’ 여행이란 상품 이름과는 달리 넓은 바지선에 천막 지붕을 얹고 배 뒤편에는 모터를 달았다.
배 위에는 간이식 플라스틱 의자가 놓여 있어 20명의 승객이 자리에 앉자 가이드의 안내가 시작된다.
투어는 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밀림 사이로 원숭이들과 악어를 구경하고 내려오면서 지는 석양을 보고 마지막 선셑 포인트에서는 모두 내려 해가 서쪽 바다 너머로 넘어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 반딧불 투어로 마무리된다며 협조를 부탁한다.
배가 출발하자 악어 한 마리가 강기슭에 나타나 멈추었고 배가 밀림을 따라 올라가니 곳곳에서 원숭이들이 나타나는데 이곳 망그로브 원숭이는 덩치가 작고 갈색의 윤기 있는 털과 큰 코를 가졌다.
상류 끝에 다다르자 가이드가 흥분한 목소리로 나무 위에 나타난 까만색을 원숭이를 가리키며 이곳에서 이런 원숭이를 보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며 신기해한다.
까만 원숭이를 보고 방향을 돌려 하류 쪽으로 내려가자 해가 서쪽 하늘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데 시시각각으로 변화는 풍경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이다.
선셑포인트에 도착하자 배가 무인도에 정박해 30분 동안 석양을 바라보며 사진 찍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신발을 벗고 해변가를 거닐며 석양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는다.
이곳을 잘 아는 가이드와 동승한 한국인 가이드가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주니 가족사진을 남기기도 좋다.
우리도 현지 가이드의 도움으로 두 사람만의 사진을 남긴다.
선셑 포인트에서의 30분의 시간이 지나 돌아온 선착장 식당에는 조촐한 현지식이 우리를 맞이한다.
저녁을 먹고 다시 배에 올라탄 일행들에게 현지 가이드의 주의사항이 전달된다.
반딧불 투어에서는 어둠이 중요하므로 일체의 빛은 사용해서 안되며 가이드가 가진 노란색으로 불빛은 반딧불을 불러 모으니 역할을 하니 카메라 불빛은 자제해 달라는 말과 함께 배가 숲 근처로 다가가자 어둠 속에서 작은 불빛이 나타나면서 불빛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와! 이쁘다”는 탄성과 함께 시작된 반딧불 투어 이곳저곳 포인트를 옮길 때마다 반딧불의 수와 모양이 달라지고 현지 가이드가 노란색 빛으로 반딧불을 유도하자 몇몇 반딧불이 우리 쪽으로 날아온다.
날아온 반딧불을 가이드가 잡아 여자 승객 손안에 놓으니 작은 불빛이 손바닥 위에서 반짝인다.
배가 큰 나무 밑에 멈추고 가이드의 선창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자, 거짓말처럼 반딧불이 밝혀지며 어둠 속에서 크리스마스트리가 나타난다.
반딧불 투어 끝날 무렵 현지 가이드가 잡은 반딧불을 내 손안에 놓아주었고 내 손 안에서 반짝이던 반딧불이 딸아이의 손으로 넘어가자 날아가지 않고 손등과 팔뚝을 타고 한참 동안 머문다.
선착장으로 돌아온 일행은 버스에 올라타 아름다운 석양과 자연의 신비함에 대한 여운을 남기며 4시간 동안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코타키나발루에 머무는 동안 매일 내렸던 비가 오늘은 멈추어 아름다운 석양을 선물해 주었고 그 고마움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데 버스 앞 창문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참 고마운 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