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Jan 27. 2023

햇빛을 찾아온 그대들

마르세유 현지인들을 만나보다.

마르세유에 세 번째 찾아 왔다. 1월에 온 마르세유는 쌀쌀했지만, 햇빛이 쨍쨍하게 비추고 있었다.  베를린에서 친하게 지냈던 두 프랑스인 커플마저 전부 재작년, 올해 프랑스 남부로 이사를 갔다. 한 커플은 엑상프로방스, 그리고 다른 커플은 칸으로. 베를린을 오랜 시간 지낸 사람이라면 이들이 왜 남부를 선택했는지 너무 잘 알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르세유에 기회를 주고자 온 우리는 이 곳 출신이 아닌, 이 곳에 이주해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역시 베를린에 사는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마르세유에 이사 온 지 몇 달 되지 않은 프랑스인 커플, 토마와 이사를 만났다. 둘 다 마르세유 출신은 아니었지만 이들이 마르세유에 이사 온 목적은 베를린을 떠나가 남부에 정착한 우리의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베를린에서 다음 목적지를 정할 때 대부분의 기준들이 세워지는데 남부 유럽으로 오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1순위가 날씨다. 그만큼 베를린의 날씨는 특히 겨울이 너무 힘들다. 오늘 만난 커플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르세유에 한 번도 와보지 않았지만 베를린 이후 다른 작은 도시에 가서 사는 것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다이내믹한 마르세유가 낫겠다고 생각했단다.



이곳에 살지 않는 우리가 여행 중에 베를린에서, 파리에서 온 프랑스인들을 벌써 세 번째로 만났으니 리모트잡으로 인한 삶의 변화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오늘 만난 커플도 베를린 회사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프랑스에서 리모트잡으로 일하고 있었다. 딱히 독일을 좋아하지도 않아 여행을 간다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를, 독일에 쭉 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베를린이 좋아서 꽤나 많은 시간 동안 베를린에 있던 그들은 우리와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서로서로 이야기하는 내내 무릎을 탁 치며 "내 말이 그 말이야, "하고 외쳤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에 이사를 왔다는 것이 이것저것 재고 고민하고 있는 우리와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들의 리스트가 툴루즈, 바르셀로나, 몽펠리에 등 우리와 딱히 다르지 않았다는 것에 알 수 없는 동지애가 느껴졌다. 



"이런 과감한 결심을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최근 토마가 몸이 안 좋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병원을 전전하며 잘 되지 않는 독일어로 얼버무리는 자신이 한심스러웠고, 병원을 나와 회색빛인 하늘을 보며 '이게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르세유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참 별 것 없다. 


아직은 그들도 마르세유에 아는 친구들이 많이 없고, 도시 자체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들과 그들 지인에 의하면 매년 파리에서 마르세유로 이사 오는 프랑스인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사 온 뒤로 가장 좋은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매일 아침을 맞는 것이란다. 베를린처럼 이곳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뛰어나진 않아도,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는 않아도, 날씨가 항상 좋은 것이 꽤 큰 장점이 된다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오픈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는 삶이 좋다고 했다. 곧 보트 운전사 자격증이 나와 보트를 빌려 마르세유 근처에 널려있는 칼랑크(calanques: 바다로 둘러싸인 좁고 긴 만을 뜻하는 코르시카어, '칼랑카'에서 유래한 단어)들을 돌아다닐 계획이라고 했다. 베를린은 회사 일로 1년에 2,3번 간다고 했다. 낯선 곳에서 고향사람을 만난 기분이 이런 것일까.  베를린의 인연은 역시 특별하다.


이전 09화 사직서는 됐고, 지중해나 가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