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으면 애국심이 없나?

청부(靑富)ㆍ청력(靑力), 청렴한 부와 권력도 있다.

by 독립단장

【 주요 등장인물 】


김 소령 : 11년째 군 생활 중. 작년에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 공개정보를 AI로 분석하여 테러 발생 징후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진행 중. 해당 프로젝트 입찰을 위해 전직 장군에게 외압을 받았으나, 굴복하지 않음


최 대령 : 김 소령이 9년 전 기무사에 근무할 당시 상사. 능력 있지만 군인보다 글로벌 회사에 어울리는 마인드를 보유.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자아실현을 위해 군 생활 중




김 소령은 공군사관학교 4년과 군 생활 4년, 성인이 되고 8년 동안 돈과 자본주의에 대해 무지했다. 군인의 본분과 애국심만을 생각하면서 살았다. 막연하게 공직자는 부를 추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자본주의에 대해 눈을 뜨게 되면서,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되었는데... 이는 대위 시절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에서 만난 최 대령의 영향이었다.


김 소령은 8년이 지났지만 자신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꿨던 최 대령과의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다.




김 대위와 최 대령은 아침 일찍 KTX 타고 진주역에 도착했다. 사천에 위치한 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 나가있는 기무사 보안장교가 그들을 맞이했다. 사천까지 이동하면서 KAI에서 기무사가 현재 조사 중인 방산비리 의심사항을 간략하게 브리핑한다.


아침부터 KAI 관계자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과 면담을 하고, 점심도 먹는다. 오후에는 기무사 파견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간략히 작성한다. 진짜 업무는 저녁이다. 기무사 요원들은 핵심 인물들과 저녁 자리에서 중요한 첩보를 캐치하기 때문이다.


저녁자리가 끝난 후 김 대위는 호텔 방에서 오늘 입수한 첩보를 정리한다. 보고서가 마무리될 즈음 최 대령에게서 전화가 온다.


“김 대위, 정리하고 있나? 그래도 오늘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사천까지 왔는데, 밑에서 한 잔 할까?”


‘평상시 과원들과 점심 회식만 해서 저녁 자리는 한 번도 같이 안 해봤는데, 잘 됐다’


“네 과장님, 밑에서 보시죠!”




“김 대위, 피곤한 거 아니야? 사천이어서 그런지 여기 호텔 바에서 문어숙회가 있더라고. 샴페인도 있던데 한 잔 하지.”


업무 이야기는 잠시 내려놓고, 출장지에서 약간의 여유를 즐긴다.


“김 대위, 아이가 돌 이제 막 지났지? 이번 출장이 제수씨에게 큰 부담이겠어. 우리 직업이 육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만들어봐. 잘 협의해서 육아휴직도 쓰고.”


“육아휴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사실 일 외에는 계획적으로 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는 것에만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최 대령이 빤히 쳐다본다.


“우리가 국가의 녹을 받고 있는 군인이니 주어진 일에 충실해야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일원이라는 사실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돼.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지 근로소득을 자본소득으로 전환시키고, 자산을 지속 상승시켜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어.”


김 대위는 최 대령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


“김 대위, 자네 집은 있나?”


“없습니다. 대위 월급으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까요? 관사 주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사를 하니, 어디에 정착한다는 생각은 아직입니다.”


“내가 자네라면 우선 집을 먼저 사겠어.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것이야. Live가 아니라 Buy라고. 아내랑 이야기해서, 우선 서울에 등기부터 쳐봐. 자네가 모은 돈, 군인공제회나 퇴직금 중간정산 등 가용가능한 자산을 모아서, 서울에 집을 사. 할 수 있어. 제수씨랑도 진지하게 이야기해 봐.”


김 대위는 말이 없다. 집을 사는 건 퇴직 이후에나 생각할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김 대위, 나는 자네가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네.”


김 대위는 피식 웃는다. 군인이 부자가 되는 것은 상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거야. 내가 육사 시절에 특이하신 분이 훈육관이셨어. 그분이 한 말씀 중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지. 나는 제군들이 부와 권력을 갖기를 바란다. 다만, 올바른 방법으로 청부(靑富)ㆍ청력(靑力)을 갖기를 바란다.”


최 대령은 김 대위를 빤히 쳐다본다.


“돈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해. 돈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더 큰 일도 할 수 있어. 돈에 흔들리지 않거든. 돈을 컨트롤하는 사람은 부자이기도 하지.”


"자네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돈을 무시하며 살다가 결국 30년 군 생활의 명예를 한 순간에 잃는 사람들을 보게 될 거야. 얼마나 안타까운가. 젊을 때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비참한 꼴을 피할 수 있는데 말이야."


최 대령은 말을 이어간다.


“예전에는 돈,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정적으로 바라봤어. 지금도 큰 변화는 없지. 우리나라가 그래. 특히, 공무원에게는 말이야. 공무원이 주어진 일을 잘하면서, 부동산, 주식 투자를 잘해도 욕을 먹는 세상이지.”


“부자인 공무원은 오히려 돈에 흔들리지 않아서 더 청렴한데 말이야. 대부분의 문제의 근원은 돈이잖아. 김 대위, 꼭 자본주의를 공부하게. 경제를 아는 것은 개인의 재산 증식에도 필요하지만 안보에도 필요하네. 역사적으로 경제와 안보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어. 앞으로는 더욱더 그럴 거야.”


김 대위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지휘관을 만나본적이 없어, 아주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


“과장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왜 저녁 회식은 안 하세요? 다른 과장님들은 주말에 지휘관들과 골프도 치면서 바쁜데, 과장님은 안 그러신 것도 궁금해요.”


최 대령은 웃으며 말한다.


“그거 아나? 내가 생도 때, 웨스트포인트(미국 육사)에서 교환학생으로 있고, 미국에서 무관으로도 근무했어. 나는 미국인들의 애국심의 근원이 가족의 힘이 아닌가 싶어. 아무리 바쁘고, 일이 많아도 가족과의 시간이 언제나 우선순위가 되잖아. 나도 그렇고 후배들도 가족과의 시간에서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네.”


“나는 그리고 돈을 컨트롤하는 사람이니, 진급이나 평판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니... 주어진 일만 차질 없이 최선을 다하는 거지. 그 외 외부변수는 연연하지 않아. 나에게 우선순위는 명확하거든”


김 대위의 마음속에 새로운 희망이 생겨난다.


‘부자라... 나에게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다. 부자라니...’




몇 년 뒤 최 대령은 장군 진급을 못하고, 제대를 했다. 청와대에서 정부 기조상 서울 다주택자의 고위 공직자 진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렇지만 최 대령은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군에서 그가 수행한 일에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김 소령은 지금도 최 대령을 종종 생각한다. '나는 지금 돈을 컨트롤하고 있는가? 나의 삶에서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오늘도 김 소령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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